붓다! 기쁨의 노래/월호 지음/담앤북스 펴냄/1만 7천원

2,600여 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이 남긴 가르침을 담은 책을 경전이라고 한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과 같은 경전은 처음의 형태가 아니었다. 부처님 입멸한 후 승가에서 합송(合誦)하며 전해온 부처님 가르침은 게송, 즉 노래 형태였다. 승가의 구성원들이 모여 함께 암송하며 구전으로 전승했다. 문자로 기록된 것은 부처님 입멸 후 몇 백 년이 지난 뒤의 일이다. 게송이 산문이나 설명조의 긴 문장보다 기억하기에 훨씬 더 수월한 것은 자명한 것이다. 또한 부처님 가르침을 암송하며 구전으로 기억한 원초적 형태에 더 가깝다.

월호 스님은 부처님 생애에 일어난 주요한 사건과 부처님 음성을 직접 들었던 출가수행자 및 재가 신도들의 일화를 소재로 한 108가지 게송을 한데 모아 붓다, 기쁨의 노래란 제목으로 책을 엮었다. 이 게송들을 통해 부처님 가르침을 보다 쉽게 기억할 수 있게 하고, 널리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월호 스님은 책을 엮는 것에 그치지 않고, 4개월간 무료 강의를 통해 게송을 하나하나 낭독하며 그 뒤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 강의는 BBS불교 TV에서 월호 스님의 행불 아카데미코너를 통해 지금도 다시 접할 수 있다.

이 책은 그 강의 녹취를 풀어 쉽게 다듬고, 각 게송에 얽힌 일화들을 더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소개한다.

이 책은 쌍윳따 니까야〉 〈디가 니까야〉 〈앙굿따라 니까야그리고 법구경의 빨리어 주석서인 담마빠다 아타까타법구경등에서 선별한 아름다운 게송들과 월호 스님이 직접 지은 게송 등 총 176개 게송을 108가지 일화와 함께 소개한다.

월호 스님.

108 일화에는 부처님 전생 이야기서부터 탄생, 출가, 성도, 전도선언, 초전법륜에서부터 열반에 이르기까지 부처님 생애의 주요 사건들을 포함한다. 또한 부처님 당시의 출가수행자와 재가신도 가운데 널리 알려진 이들뿐만 아니라 남성서 여성으로 성별이 바뀌는 등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으며, 우리에게 깊은 교훈을 남기는 이들과 관련된 일화들도 소개한다. 그렇다고 하여 이 책이 단지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또는 흥미롭고 감동적인 일화나 게송만을 소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나의 게송, 하나의 일화를 소개하더라도, 나고 죽음을 끝없이 되풀이하는 윤회의 굴레서 벗어나는 길에 대한 부처님 가르침을 거듭 설명한다.

부처님이 깨달은 연기법은 무엇인지, 우리가 윤회를 거듭하는 원인은, 또 그 굴레서 벗어나 생사 해탈을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어떻게 수행하고 어떻게 공덕을 지어야 하는 것인지, 이 모든 것에 대해 월호 스님은 간결하고 명쾌하게 설명한다. 우리가 나고 죽음을 거듭 되풀이하는 근본 원인은 무아법에 밝지 못하기 때문이며, 생사서 벗어나려면 가 사라져야 하는데, 그 방법이 바로 네 가지 대면관찰임을 분명히 설한다.

행불선원 선원장으로서 그리고 오랫동안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불자들을 상담하면서, 공부하고 수행하며 전법의 길을 걸어온 행불사문 월호 스님은 부처님 가르침을 따라 행하여 해탈의 기쁨을 느끼는 방법을 명쾌히 이 책에서 강설한다.

라조 하라낭(때를 닦자)!”이라는 단 한 구절의 게송만으로 아라한이 된 쭐라빤타까 스님처럼 우리도 이 책에 있는 게송 단 한 구절이라도 외우고 실천하면 깨달음이 멀지 않다고, 그렇게 기쁨의 노래를 월호 스님은 우리에게 잔잔히 들려준다.

 

책속의 밑줄 긋기

무아법에 밝으려면 네 가지로 관찰하세. 그럼 네 가지가 무엇인가?

몸에 대해 몸을 보고, 느낌 대해 느낌 보고
마음 대해 마음 보고, 법에 대해 법을 보세.
거울 보듯 영화 보듯 강 건너 불구경하듯
대면해서 관찰하되, 닉네임을 붙여 하세.

이 게송은 앞의 게송을 현대적으로 표현하면서 설명하기 위해 제가 만든 것입니다. 우리가 수행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네 가지 대면관찰(四念處)의 수행입니다. 이건 누구나 생활 속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생활 속에서 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좋은 수행법입니다. 살다 보면 가정에서 모임에서 직장에서 나를 괴롭게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럴 때마다 마음이 수시로 일어나고 사라지지요. 운전하다가 성질이 나면 이런, 달마(별명)가 화가 일어나는구나하고 관찰하고 말하는 겁니다. 저는 요즘 달마(達磨)’라는 닉네임을 붙여서 말합니다. 달마가 원래 법()이라는 뜻이거든요. 기분이 좋아지면 달마가 기분이 좋아지는구나기분이 나빠지면 달마가 지금 기분이 나쁘구나하고 관찰합니다.

 

세존이시여, 저희 사꺄족들은 교만합니다. 세존이시여, 여기 이발사 우빨리는 오랜 세월

우리의 하인이었습니다. 그를 먼저 출가시켜 주십시오. 우리는 그에게 인사를 하고, 일어서 맞이하고, 합장하고, 공경하겠습니다. 이와 같이 하면 우리 사꺄족들의 교만이 제거될 것입니다율장〉「소품중에서

백팔배나 삼천배 등 절을 통해 하심이 좀 되면 일심(一心), 즉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공부를 합니다. 기도가 대표적인 일심 공부입니다. 천수다라니나 화엄경 약찬게등을 앉으나 서나 계속 독송합니다. 일심이 되면 무심(無心), 곧 한 마음조차 사라진 상태인 무분별심을 공부합니다. 참선이 대표적인 무심 공부입니다. ‘, 이 몸과 마음이 진짜가 아니구나.’ 하는 무심을 맛보고 나서는 발심(發心), 즉 전법을 하겠다는 원을 세우는 것입니다. 이렇게 마음공부는 하심에서 시작해 일심, 무심, 발심으로 이르는 네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하심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다음 단계인 일심이나 무심 혹은 발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제대로 마음공부하려는 분들은 먼저 하심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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