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27법난 발생 38년 만에 현직 대통령 최초로 유감을 표명했다. 과거 198812월 강영훈 국무총리가 10.27법난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한 사례는 있으나 대통령이 사과의 뜻을 전한 것은 처음이어서 불교계도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417일 열린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한 기원법회에 참석해 남북 평화무드 조성에 힘써준 불교계에 감사인사를 전했다. 이와 함께 한국불교는 군부독재시절 국가권력에 의해 성역을 침탈당하는 가슴 아픈 일을 겪었다. 신군부가 전국사찰을 짓밟고 무고한 스님들을 연행한 10.27법난이 그것이라며 불교계에 남은 깊은 상처에 대해 심심한 유감의 뜻을 전한다고 강조했다.

10.27법난은 1980년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독재정권의 대규모 불교탄압사건으로 한국불교 현대사에서도 가장 치욕스러운 일로 평가된다. 당시 제5공화국 출범을 앞둔 신군부 세력이 불순분자를 검거한다는 명목으로 전국 사찰과 암자 5700여 곳을 수색하고, 스님과 불교관련자들을 강제연행해 고문한 이례적 불교탄압이었다. 그럼에도 27년이 지난 뒤에야 국가권력 남용사건으로 규정되는 아픔을 겪었고, 역대 대통령 누구도 사과한 바가 없다.

문 대통령은 기원법회에서 불교계의 명예가 온전히 회복돼 한국불교가 더욱 융성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간 지지부진했던 10.27법난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가 이어져야 한다. 이것이 지난 38년간 악몽 속에서 살아야 했던 피해자들을 진정으로 위한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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