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보광사, 4월 28일 ‘월인천강 영산회상변상도’ 점안법회

남양주 천마산 보광사가 조성한 괘불탱 ‘월인천강 영산회상변상도.’ 총 13m로 고려불화기법으로 그려졌다. 그림 아래에는 광주 민주항쟁, 세월호, 촛불혁명 등 당대 사회상이 반영된 도상들이 들어갔다.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13m 대형불화 괘불탱이 새로 조성됐다.

남양주 천마산 보광사(주지 가산)는 오는 4월 28일 오전 10시 ‘월인천강 영산회상변상도’ 점안법회를 봉행한다.

제작 기간만 1년 7개월이 걸린 보광사의 영산회상도 괘불탱은 상하좌우 여백을 제외하고 변상도 그림의 크기만 길이 12m, 폭 6m다. 그림의 여백까지 포함하면 총 13m로 현재 괘불탱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고려불화 기법 첫 영산회상도
탱크, 전투기 제압하는 사천왕
圖上에 광주항쟁·촛불혁명 그려
“평화로운 세상 만들기” 발원

(영산회상변상도 부분도) 스텔스기를 움켜쥔 천왕.

괘불탱은 고려불화 기법으로 그려졌다. 불화를 그리기 위해 주지 가산 스님은 화은 양승태 금어장을 중심으로 한 10명의 ‘달비췸 금어단’을 구성했다. 단원들은 양승태 금어장을 제외하고 모두 봉선사 불화반에서 수학한 아마추어들로 양승태 금어장이 밑그림을 그리면 단원들이 채색을 하는 식으로 작업이 이뤄졌다. 대부분이 주부들이어서 평일 낮 시간대에만 작업이 가능했지만, 부처님을 조성하겠다는 간절한 발원은 어느 불모(佛母)에 못지 않았다. 이처럼 보광사 영산회상도 괘불탱은 오로지 순수한 신심으로 일궈낸 대작불사였다.

많은 무게를 견뎌야 하는 괘불탱의 특성 상 재질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종이도 10년 이상 숙성된 한지를 7번 배접해 사용했다. 이에 대해 가산 스님은 “숙성된 한지를 써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안료를 잘 받아들이기 때문”이라며 “한 번 배접에 120장이 든다. 그림에 들어간 한지만 840장, 둘레까지 합하면 950장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채색은 석채 안료를 아교와 어교에 개어서 이뤄졌다. 아무리 곱게 만들어도 삼베에는 잘 베어들지 않아 금어단 단원들은 석채를 8번에 걸쳐 올려서 색을 완성했다. 금·은 문양은 금·은가루를 3번 칠한 뒤 위에 금박을 입힌 것이다.

(영산회상변상도 부분도) 미국의 9·11테러, 환경오염, 인류의 모든 인종, 광주민중항쟁, 촛불혁명, 세월호 참사, 인종간의 화합상, AI, 핵실험, 교회와 모스크가 나열됐다.

보광사 괘불탱 ‘월인천강 영산회상 변상도’의 도상은 매우 독특하다. 당대 사회상과 문화들이 잘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도상의 사천왕들은 부처님과 10대제자, 보살들을 외호하면서도 인류를 위협하는 대량 살상 무기들을 제압하고 있다. 사천왕의 손아귀에는 미사일과 전투기가 무용지물이 되며 발바닥 아래서는 155mm자주포가 힘을 잃고 있다.

그림 아래 발원을 올리는 스님을 중심으로 미국 9·11테러, 환경오염, 인류의 모든 인종, 광주민중항쟁, 촛불혁명, 세월호 참사, 인종간의 화합상, AI, 핵실험, 교회와 모스크가 나열됐다. 그림 둘레에는 범어로 관음보살 본원진언, 문수보살 본원진언, 보현보살 본원진언 등을 써 넣었다.

괘불대에 모신 천마산 보광사 월인천강 영산회상 변상도.

이에 대해 가산 스님은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종교화는 당대 사회상을 반영한다”면서 “보광사의 괘불탱 역시 사회상을 적극 수용해 위기에 처한 현재 인류의 모습과 지향해야 할 궁극적 가치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괘불탱을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모든 폭력의 배격, 평화의 옹호,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의 화합이다.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평화로운 세상 만들기. 쉽고 선명한 메시지를 환희심을 일으키는 장엄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괘불탱을 보면 불교 신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절절한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다. 이것이 장엄의 진정한 공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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