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용석 교수, 불교학연구 54호 기고 논문서 주장

오용석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는 불교학연구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불교학연구 제54호에 기고한 논문 ‘경쟁 사회에 타나난 힐링 담론 고찰’을 통해 현재의 힐링담론을 비판적으로 고찰했다. 그는 “불교의 ‘관계론적 명상’에서 대안적 힐링담론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사회는 지독한 경쟁사회다. 이에 지친 사람들을 위해 나타난 현상이 바로 ‘힐링’이다. 소위 2010년대 초중반을 흔들었던 힐링문화의 최대 수혜자는 불교였다. 스님들이 힐링 서적은 불티나게 팔렸고, 불교의 명상법 등이 대중매체에 소개되면서 ‘명상 붐’이 생겨났다. 하지만 이 같은 힐링담론은 일종의 진통제에 지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오용석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는 불교학연구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불교학연구>제54호에 기고한 논문 ‘경쟁 사회에 타나난 힐링 담론 고찰’을 통해 현재의 힐링담론을 비판적으로 고찰했다.

힐링담론 內 명상, 본말전도 활용
“모든 건 내 탓” 자기계발만 강조
불합리한 사회구조 극복할 수 없어

관계론적 불교명상, 현 시대에 필요
“無我 바탕 명상, 우릴 연대케 한다”

오 교수는 한국사회의 힐링담론은 무한경쟁시대에 나타난 부산물임을 상기시키며, 이에 대한 본질은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 압박으로 인한 고통을 고통으로 받아들이지 않게 하는데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문제를 ‘나의 탓’, ‘마음의 문제’로 환원시켜 객관적 상황에 눈을 뜨거나 구조적 모순을 자각하지 못하게 한다. 이는 몸과 마음에 고통이 있을 때 진통제를 사용하는 것과 같다”면서 “진통제는 상처를 근원적으로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아픔을 눌러 놓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힐링에는 문제를 대면하지 않고 회피하는 나약함과 비겁함 그리고 억압이 동반된다”면서 “진정한 힐링담론은 불합리한 사회 구조까지 고민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진단했다.

또한, 오 교수는 힐링담론 안에서 소비되는 명상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명상의 임상적 효과만을 지나치게 부풀려 장점만을 강조하거나 부작용에 대한 이해없이 일종의 치료로 활용되는 것은 명상의 본질을 흐리는 행위라는 것이다.

오 교수는 “모든 문제를 자신에게 돌리고 다시 자기계발에 몰두하게 만드는 말초적인 조언에 길들여질수록 우리의 시각은 좁아질 수 밖에 없다”면서 “불교의 ‘관계론적 명상’에서 대안적 힐링담론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교수가 주장하는 ‘관계론적 명상’은 타인과의 문제와 불합리한 사회 구조를 바로 보고, 행동하는 힘을 갖는 명상이다.

특히 오 교수는 ‘무아(無我)적 자기 이해’를 바탕으로 한 명상을 추구할 것을 제언했다. 그는 “무아적 통찰에 기반한 명상은 자비로 귀결되며 이는 타자와의 관계를 원활하게 회복시킨다”면서 “명상은 개인의 문제뿐만 아니라 관계하고 있는 사회 구조를 더 좋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아를 바탕으로 한 명상은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게 하고 연대하게 한다”면서 “힐링담론의 연장선에서 이해되는 ‘유심론적 명상’이 아닌 ‘관계론적 명상’은 현재 우리 삶과 사회에서 강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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