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협 주최 한반도 평화 기원법회서… “불교계 감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을 비롯한 불교계 지도자들이 기원법회에서 예불을 올리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최초로 신군부에 의한 한국불교 침탈사건인 10.27법난에 대해 공식 유감을 표명해 눈길을 끈다. 남북정상회담을 열흘 앞두고 열린 한국불교계의 한반도 평화기원법회서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불교계와 함께 한반도 평화와 국민 행복을 기원했다. 특히 불교 공휴일 공식명칭인 석가탄신일이 부처님오신날로 변경된 이후 현 정부와 불교계의 첫 만남이라는 점에서 내달 거행될 봉축행사의 의미도 더해졌다.

화쟁으로 남북문제 해결
한국불교와 국민 행복 염원해
현직 대통령으로서 5번째 참석
조선불교도연맹도 축전 보내

한국불교종단협의회(회장 설정, 조계종 총무원장)417일 인터콘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볼룸서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한 기원법회를 봉행했다. 이 자리에는 문재인 대통령·김정숙 여사가 참석해 각 종단 총무원장을 비롯한 불교계 지도자들과 만나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회향과 한반도 평화, 국민행복을 기원했다. 또한 주요사찰 주지스님, 정관계 인사, 재가불자 대표 등 10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공식명칭이 변경된 부처님오신날을 축하했다.

대통령, 10.27법난 유감표명 눈길
문재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5번째로 불교계 주최 국가기원법회에 참석했다. 앞서 1981년 전두환 대통령을 시작으로 2005·2007년 노무현 대통령, 2009년 이명박 대통령,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불교계 기원법회에 자리한 바 있다.

기원법회에서 축사를 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은 역사적으로 불교계가 보인 국가안정 활동과 대외교류 등을 높게 평가하고, 10.27법난에 대한 유감 표명을 대통령 최초로 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가장 먼저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데 불교 사부대중이 앞장서줄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불교의 소중한 유산인 화쟁을 깊이 생각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가장 시급한 과제이고,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라며 화쟁정신이 한반도에 실현돼 갈등과 분열이 해소되도록 간절한 원력으로 기도해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세계일화를 이루기 위해 어느 때보다 불교 역할이 중요하다. 한분 한분이 빈자일등이 돼 달라. 지극한 성원과 정성으로 밝힌 등불이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에 평화의 길을 밝히고, 불자대중이 모아주신 염원을 되새기며 더욱 지혜롭고 담담하게 걸어가겠다면서 불교 정신은 알게 모르게 국민 의식 속에 뿌리 깊게 배어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파사현정과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자비는 우리사회를 성숙시키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저력이 됐다고 평가한 뒤 남북교류를 넘어 세계구호에 나서는 불교계 활동에 감사인사를 전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10.27법난에 대한 유감을 현직 대통령 최초로 표명했다. 198812월 강영훈 국무총리가 10.27법난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한 사례는 있으나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불교는 군부독재시절 국가권력에 의해 성역을 침탈당하는 가슴 아픈 일을 겪었다. 38년 전, 신군부가 전국사찰을 짓밟고 무고한 스님들을 연행한 10.27법난이 그것이라며 불교계에 여전히 남은 깊은 상처에 대해 이 자리를 빌려 심심한 유감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처님께서는 한 사람이 청정하면 여러 사람이 청정해지고, 여러 사람이 청정하면 온 세상이 맑아진다고 하셨다. 이런 원력으로 불교가 한국사회를 정의롭게 이끄는 힘이 되길 바란다면서 맑은 기운을 듬뿍 받으니 정상회담이 잘 될 것 같다.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와 화합이 이뤄지도록 계속 함께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종단협 회장인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봉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佛法 아래 대자비 실천 다짐
설정 스님은 봉행사를 통해 남북 문제는 한국불교의 사상과 전통으로 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화합은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끌어안을 때 가능하다한국불교는 온 국민과 더불어 수행하고 깨달음을 구하는 대승불교의 정신을 독자적으로 발전시켜왔다. 하나가 곧 일체요, 일체가 곧 하나로 모든 것은 통한다는 원융회통 사상으로 갈등과 분열을 해소해왔다고 한국불교 1700년 역사에 담긴 화합의 의미를 강조했다.

스님은 이어 만물에 불성이 깃들어 있어 너와 내가 따로 없다는 부처님 가르침 안에서는 남과 북, 보수와 진보, 여와 야, 인종과 종교, 성별의 구분이 없다. 모두 깨달음의 길을 향해 가는 도반이며 차별 없는 평등한 존재라며 우리는 부처님과 같은 대자비를 실천하면서 일체의 차별을 걷어내고 평등과 조화의 세상을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힘 줘 말했다.

그러면서 설정 스님은 <화엄경> 인해방편이수치(忍海方便已修治) 고능엄정무변찰(故能嚴無邊刹)’을 언급한 뒤 인욕의 방편을 잘 닦아서 세상을 청정하게 장엄해 치우치지 않고 화합하는 세상으로 만들어가자는 경전 가르침이 그대로 현실이 됐다오늘의 (남북)대화는 위기 상황에서도 참고 인내하며 먼저 손을 내밀어 오신 대통령과 국민들의 힘으로 만들어진 결과다. 정상회담의 성공적 회향과 이어질 주변 강대국들과의 외교 현장서도 우리는 세계일화와 같은 큰 가치와 정신으로 각국의 이해관계를 아울러 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종단협은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29개 회원종단 소속 15300여개 전국 사찰서 일주일간 조석으로 축원을 올리고, 회담 당일 오전 1033번의 타종식을 일제히 실시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설정 스님이 부처님전에 등공양을 올리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법회에 참석한 사부대중은 부처님 가르침을 따라 나와 남이라는 분별을 버리고 상대방의 마음에 귀 기울이겠다. 함께 나누고 실천하는 청명한 그 자리에서 강자와 약자, 가진 자와 가난한 자, 그리고 남과 북이 함께 어울리는 화엄의 노래를 부르겠다평화의 봄이 오는 나라 한반도에, 상생의 싹을 틔워 내겠다. 화쟁의 물결이 넘실대도록 하겠다고 발원했다.

법회 말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설정 스님은 안개꽃과 지화로 장엄한 한반도 지도에서 휴전선 위치에 연꽃을 꽂으며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한편 강수린 조선불교도연맹 중앙위원장은 기원법회에 앞서 10조선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기원법회 앞이라는 제목의 축전을 조계종에 보냈다. 강 위원장은 조선불교도연맹과 전체 불교도를 대표해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하면서 남녘의 전체 불자들에게 따뜻한 동포애적 인사를 보낸다온 겨레가 강렬한 지향과 열망을 뜨겁게 분출시켜 불신과 대결로 얼어붙은 이 땅에 민족적 화해와 단합, 평화의 새봄을 불러왔다. 역사적 민족단합의 봄기운을 풍요가을의 결실로 이어가이 위해서는 온 겨레가 힘을 합쳐 나라의 평화와 자주통일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나가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법회에 앞서 식전 행사로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 연등회 홍보영상 시청과 조계종 불교음 악원의 전통문화공연이 펼쳐졌다. 이어 불교 전통의식인 명고·명종, 육법공양, 삼귀의례, 예불, 축원(종단협 수석부회장 문덕 스님), 반야심경 독송이 진행됐다. 육법공양서는 문재인 대통령·김정숙 여사와 종단협 회장 설정 스님이 헌등,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 스님과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헌향, 태고종 총무원장 편백운 스님과 주호영 국회정각회장이 헌다,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성우 스님과 강창일 국회정각회 명예회장이 헌과공양을 부처님전에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설정 스님이 안개꽃으로 만든 한반도 지도에서 휴전선 위치에 지화로 만든 연꽃을 꽂으며, 한반도 평화를 기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법회에는 사부대중 1000여 명이 운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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