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4월 14일 장애인불자대법회 개최

임시경사로·카펫 설치 눈길
수화 찬불가, 입식 의자 등
배려로 신심 증장 이끌어

비가 와도, 휠체어가 오르기 힘든 경사로에도 장애인 불자들의 신심을 꺾지는 못했다. 서울 조계사는 4월 14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장애인불자대법회를 개최했다.

이날 법회에는 조계사 원심회·사회복지법인 승가원·사회복지법인 연화원·장애인 불자모임 보리수 아래·혜광맹인불자회 회원 등 사부대중 160여명이 함께 했다.

조계사 스님들이 비에 젖은 휠체어를 닦고 사찰 법당으로 안내하고 있다.

우중에도 이처럼 많은 장애인불자 대중들이 모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날 대법회에 조계사 측의 보이지 않는 배려가 있었다.

젖은 흙길에는 임시 방수천이 설치되고, 내부에도 카펫이 깔렸다. 조계사는 휠체어 경사를 완화한 임시경사로를 설치하고, 스님들이 직접 비에 젖은 휠체어를 닦고, 함께 법당까지 도왔다. 부족한 점자 블록판 대신 봉사자들이 손으로 잡고 함께 이끌었다. 또 수화 통역사들과 수화 합창단이 장애인 불자들이 함께 찬불가를 부를 수 있도록 도왔다.

조계종 장애인전법단장 도륜 스님은 “비록 힘든 와중에도 이렇게 사찰로 나와준 장애인불자들에게 감사하다. 또 함께 배려해준 일반 신도대중들에게도 감사하다”며 “하나씩 장애인불자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함께 어우러지는 신행공동체를 만들어 가면 사회에도 큰 울림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윽고 진행된 법회에서 부처님 전에 공양물을 올리는 육법공양은 그야말로 장애인불자들의 눈물이 섞인 자리였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향공양을 올린 이순애 씨부터 꽃공양을 올린 시각장애인 강태봉 씨, 과일공양을 올린 발달장애인 김진상 군 등 봉사자와 함께 차례로 공양을 올린 이들은 감동섞인 소감을 밝혔다.

이순애 씨는 “예전부터 사찰은 장애인들이 쉽게 접근 가능한 곳이 아니었다. 경사로도 놓고 좀 비좁지만 부처님 전에 공양을 올릴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은 법회를 찾은 장애인 불자들에게 직접 단주를 채워주고 공로상도 시상했다.

주지 지현 스님은 김경환 청각장애인포교사, 강태봉 광림사 연화원 시각장애인불자회장, 최준 중증발달장애 작곡가, 이경남 불자장애인모임 보리수아래 사무국장에게 공로상을 수여했다. 또 불교계 장애아동시설인 승가원에서 공양 보시를 해온 중식당 요리사 모임 요원회에게도 공로상이 수여됐다.

행사는 장애인 불자들의 발원문 낭독으로 마무리 됐다. 홍현승 보리수 아래 회원은 대표로 “혜안을 가진 아나율존자처럼, 한결같아 깨달은 주리반특처럼 장애를 수행의 벗으로 삼아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홍현승 보리수 아래 회원이 대표로 발원문을 낭독하고 있다.

부정확한 발음이지만 한 글자 한 글자 신심을 담은 발원에 대중들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한편, 이날 대웅전 앞마당에서는 일반인들의 시각장애인 이동체험과 장애 보조 기구 체험 등 장애 인식 개선 캠페인도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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