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동사(東司)와 정두(淨頭)

동사는 화장실, 정두는 소임
여러 이칭 후대에 ‘동사’로 통일
설두·대혜 정두소임 자청
下心 공부에 정두소임이 최고
〈선원청규〉 ‘대소변리’ 편 기술
간시궐 - 씻어 말린 깨끗한 막대기
출입시 입측오주(入厠五呪) 해야
‘해우소’ 이름 경봉 스님이 붙여

 

선종사원에서 화장실을 ‘동사(東司)’라고 한다. 중국 발음으로는 ‘토우스’라고 한다. 동사는 7당 가람의 하나로서 일상생활 속에서 단 하루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건물이다. 위치는 주로 납자들이 집중해 있는 승당 밑에 있는데, 한 곳만 있는 것이 아니고 오늘날의 화장실처럼 사찰 여러 곳에 있다.
동사에 대한 이칭도 매우 많다. 동정(東淨)ㆍ서정(西淨)ㆍ등사(登司)ㆍ설은(雪隱) 등이 있다. 일본의 경우 임제종 사찰에서는 화장실을 ‘설은(雪隱)’이라고 하고, 조동종 사찰에서는 ‘동사’라고 한다. 이것을 보면 중국에서도 일본에서도 각 파마다 달리 불렀던 것 같다.
동사나 동정(東淨)은 동쪽에 있는 화장실을 가리키고, 서정(西淨)은 서쪽에 있는 화장실을, 등사(登司)는 남쪽 화장실, 설은(雪隱)은 북쪽 화장실을 가리킨다고 하는데, 확실하진 않다. ‘등사’라는 명칭은 화장실 귀신 이름에서 비롯되었다고 하고, ‘설은(雪隱)’이라는 말은 설두송고로 유명한 설두중현(明覺 화상) 선사가 영은사 화장실 청소를 도맡아 한 이후 붙여진 명칭이라고 한다. 이야기는 이렇다.

(1) 동사(東司)와 설두중현
〈설두송고(雪竇頌古)〉로 유명한 설두중현(雪竇重顯ㆍ980~1052, 시호ㆍ明覺禪師) 화상이 항주 영은사(일설에는 설보사라고 하나 영은사가 맞다)에서 수행하고 있을 때, 오랜 기간 동안 남몰래 화장실 청소를 도맡아 했다. 그래서 그에게 ‘설은(雪隱)’이라는 미칭(美稱)이 붙었다고 하는데, 설은(雪隱)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확실하지 않다는 것은 정식으로 불렀던 것이 아니고 어떤 일을 계기고 임시로 부르던 것이 정식 명칭처럼 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설은(雪隱)’에 대해서 세 가지 추정이 가능한데, ①화장실을 눈[雪]처럼 하얗게 가려[隱] 깨끗하게 한다. ②설두(雪竇)의 앞 글자 ‘설(雪)’과 영은사(靈隱寺)의 가운데 글자인 ‘은(隱)’을 따서 ‘설은’이라고 했다. ③설두[雪]의 숨[隱]은 공덕행. 어떤 자료에는 설두가 아니고 설봉의존(822~908)이 매일같이 자발적으로 화장실을 청소하다가 오도(悟道)했기 때문에 ‘설은(雪隱)’이라고 했다고 하나, 설봉은 설두가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가장 근사치는 ②의 설이 가장 유력하다고 본다.
또 동정(東淨)은 동서(東序, 감원 등 6知事)들이, 서정(西淨)은 서서(西序, 수좌 등 6頭首)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이라는 설도 있는데, 이 역시 맞다고는 할 수 없다. 남송 때 항주 영은사 화장실 현판은 위치와 관계없이 ‘설은(雪隱)’이라고 붙였기 때문이다. 후대에는 모두 ‘동사(東司)’로 통일했다. 복잡하고 골이 아파서가 아닐까?
화장실은 왜 ‘동사(東司)’라고 불렸을까? 중국 남부에서는 일반 사람들도 화장실을 ‘동사’라고 부른다고 한다. 대부분의 선종사원이 남쪽, 즉 강남지역에서 번창했기 때문에 ‘동사’라고 쓴 것이 아닌가 싶다. 또 모로하시 데츠지 선생의 〈대한화사전〉에는 “측간의 귀신을 ‘등사(登司)’라고 하는데, 동사(東司)는 그 전와(轉訛)다.”라고 밝히고 있다.
동사(東司) 소임을 ‘정두(淨頭)’ 또는 ‘지정(持淨)’이라고 한다. 정두는 총림의 소임 가운데서도 하급 소임이다. 그래서 납자들이 가장 맡기 싫어하는 소임 가운데 하나가 정두이다. 설두 화상과 같은 경우엔 그 일을 자청했는데, 간화선의 대성자 대혜 선사(1089~1163)도 9개월 동안이나 자청해서 정두 소임을 맡았다. 하심(下心) 공부는 뒷간 청소만한 것이 없다. 더러움과 깨끗함(染淨)의 분별심을 버리는 데에도 정두 소임만한 것이 없다.
장로종색의 〈선원청규〉 6권 ‘대소변리(大小便利ㆍ화장실 사용법)’ 편에는 화장실 사용법과 그 후속조치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그보다 더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는 것이 도겐(道元, 1200~1253)의 〈정법안장〉 7권 ‘세정(洗淨)’ 편이다.

“동사에 갈 때는 반드시 수건을 가지고 가라. 편삼(偏衫ㆍ중국 스님들이 입는 장삼 같은 겉옷)을 벗어서 수건과 함께 동사 밖에 있는 횟대(=衣架)에 건 다음, 정통(淨桶ㆍ뒤를 씻는 물통)에 물을 담아 가지고 들어가라. (……) 용변을 다 본 후에는 반드시 먼저 대나무 막대기를 사용해서 닦아내라. 종이를 사용할 때는 더러운 종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 막대기는 삼각형으로 길이는 8촌(8×3cm=24cm)이며 두께는 엄지손가락 크기만 하다. 더러운 막대기(사용한 것)는 통에 넣고 깨끗한 막대는 선반 위에 있다. (……)막대기나 종이를 사용한 후에는 오른 손으로는 정통(淨桶)을 들고 왼손으로 물을 떠서 씻어야 한다. 먼저 소변을 3번 씻고 다음에 대변을 씻는다. 여법하게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정법안장〉 7권, ‘세정(洗淨)’. 한보광 역주, 〈역주 정법안장강의〉 제1권).

동사(화장실)에서 대변을 보고 나와서는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먼저 숟가락으로 재(灰)를 조금 떠서 물과 섞어서 기왓장에 문질러 세 번 씻는다. 다음에는 흙에 물을 조금 섞어 세 번 씻는다. 그 다음에는 조협조두(莢藻豆ㆍ세정제)를 사용하여 씻되 팔꿈치까지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이렇게 하여 재로 세 번, 흙으로 세 번, 조두로 한 번, 모두 일곱 번 씻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반드시 양치질을 해야 한다. 양치질은 양지(楊枝ㆍ버드나무 가지)를 입 안에 넣고 씹어서 문지른다.(조협은 쥐엄나무 열매인데, 콩(荳)과에 속해서 비누를 만드는 재료로 쓰였다. 씨는 약용으로 쓴다고 함. 조두는 콩가루인데 여기에 조협 등 약품을 섞어서 비누를 만듦. 조협, 조두는 모두 콩이나 녹두, 팥 등으로 만든 비누로서 율장에도 나온다. 인도와 중국, 한국에서도 예부터 사용해 왔다. 조협, 조두는 욕실에서도 비누로 쓰였다).

중국 선종사원에서는 화장실을 ‘동사’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해우소’라 한다. 사진은 순천 선암사 해우소.

 

(2) 동사(東司)와 간시궐 화두
동사(東司)에서 대변을 본 후 1차적으로 닦아 내는 막대기를 측주(厠籌), 측궐(厠), 측비(厠?, ?는 빗치개), 측간자(厠簡子)라고 한다. 또 ‘간시궐(乾屎)’이라고도 하는데 별칭이 아닌가 생각한다.
‘간시궐’은 화두로 유명하다.
어떤 스님이 운문(雲門ㆍ864~949)선사에게 “무엇이 부처입니까[如何是佛]”라고 묻자 “간시궐!”이라고 대답한 것은 매우 유명한 일화다. 일반적으로 간시궐은 ‘마른 똥 막대기’로 번역된다. 그러나 간시궐은 ‘마른 똥 막대기’도 아니고 또 ‘똥이 말라 막대기처럼 된 것’도 아니다. 그것은 용변 후 대변을 1차적으로 닦아내는 측주(厠籌)ㆍ측궐(厠)을 가리킨다.
측주는 삼각형 모양으로 두께는 엄지손가락만한 크기(1.5센티 가량)에 길이는 8촌(24cm) 정도 되는 대나무 쪽이다. 사용 후에는 깨끗이 씻은 다음 말려서 또 사용하는데, 그 건조된 측주ㆍ측궐을 바로 ‘간시궐’이라고 한다. 우리말로 정확히 표현한다면 ‘대변을 닦아내는 마른 막대기’인 것이다.
율장에도 ‘측주(厠籌)’가 나온다. 측주는 고대 인도 일반에서 널리 사용했던 것으로, 중국 선원총림에서도 율장의 규정에 따라 대변을 본 후에 사용한 것이다. 이미 사용한 것은 ‘촉주(觸籌)’, 아직 사용하지 않은 깨끗한 것은 ‘정주(淨籌)’, ‘정목(淨木)’이라고 한다. 즉 사용하지 않은 건조된 깨끗한 정주(淨籌)가 바로 간시궐(乾屎)이다. 사용한 촉주를 세척하여 건조시키는 것은 화장실 담당인 정두(淨頭)가 한다.
선원총림에서는 화장실을 매우 청결하게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장로종색의 〈선원청규〉에는 주의사항에 대하여 열거하고 있는데, “변기 양쪽을 더럽히면 안 된다. 말을 하거나 웃거나 노래를 불러서도 안 되고, 코를 풀거나 침을 뱉어서도 안 된다. 측주(厠籌) 막대기로 바닥을 그어서도 안 된다. 물로 뒤를 씻을 때는 더운 물로 씻지 말라(오래도록 더운 물을 사용하면 항문이 탈장, 출혈하는 병을 얻게 된다고 함). 용변을 본 후에 손을 씻지 않고 불전이나 법당, 승당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 등이 있다.
또 화장실에서는 다섯 개의 진언을 외워야 한다. 이것을 입측오주(入厠五呪)라고 하는데, 먼저 화장실에 들어갈 때에는 입측진언(入厠眞言)인 “옴 하로다야 사바하”를 3번 외운다. 다음에는 용변 후에 왼손으로 뒷물 하고 나서 세정진언(洗淨眞言)을 외운다. “옴 하나마리제 사바하”(3번). 그 다음에는 손을 씻으면서 세수진언(洗手眞言)인 “옴 주가라야사바하”를 3번 외운다. 이어 모든 더러움을 제거하는 거예진언(去穢眞言)을 외운다. “옴시리예바혜 사바하”(3번).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몸을 깨끗하게 하는 진언인 정신진언(淨身眞言)을 세 번 외운다. “옴 바아라 뇌가닥 사바하”(3번)
장로종색의 〈선원청규〉 ‘대소변리’ 편은 내용이 한 페이지 정도에 불과하지만 도겐(道元)의 〈정법안장〉 ‘세정(洗淨)’ 편에는 매우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선종사원에서 위생관념이 매우 철저했음을 알 수 있다.
교토(京都) 동복사(東福寺)에는 400년이나 된 동사(東司)가 있다. 내부 구조는 남송시대 중국 선종사원의 동사와 같다. 400년 된 화장실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니, 일본인들의 문화사랑은 남다르다. 쉴 새 없이 헐어버리고 새로 짓기를 좋아하는 우리의 정서와는 대조적이다.
우리나라 사찰 화장실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강원도 영월 보덕사에 있다. 1882년에 지어졌다고 하니 130년가량 된 것이다. 그 밖에 선암사 화장실과 통도사 극락암 해우소(화장실)도 유명하다. 화장실 편액을 ‘동사(東司)’라고 붙인 곳은 봉암사 선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사찰 화장실을 ‘해우소(解憂所)’라고 부른다. ‘근심을 풀어주는 곳’이라는 뜻이다. 갑자기 배탈이 났을 때 찾는 해우소는 그야말로 극락세계이다. 처음으로 화장실을 ‘해우소(解憂所)’라고 이름을 붙인 분은 통도사 극락암에 주석하셨던 경봉(1892~1982) 스님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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