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영화제작 앞서 〈공유〉 펴낸 김행수 감독

오래 전부터 불교영화를 만들기 위해 써놓은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만들기 위한 제작투자자를 구하는 일이 결코 녹록지 않더군요. 많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제작비 마련에 보탬이 되고자 영화 시나리오를 소설로 펴냈습니다. 얼마나 팔릴지는 모르겠지만 불교계 관심이 뒤따르길 바랍니다.”

1985년 영화 ()’으로 데뷔한 김행수 영화감독이 구법 장편 불교소설 공유(도서출판 말벗)를 펴냈다. 그가 이 소설을 펴낸 이유는 단 하나. 불교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는 10년 가까이 불교를 주제로 한 작품 시나리오를 품고 다녔다. 하지만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제작비 마련을 위해 직접 소설을 썼다.

영화 제작비 마련 위해 집필
진공묘유 속 구법여행 중심
불교영화에 대중 관심 절실

유구한 역사의 불교문화는 전통의 보존이 중요하지만 현대사회에 맞춘 새로운 문화콘텐츠 개발이 필요합니다. 탈종교화에 따른 종교인구 감소를 막을 순 없지만 적어도 문화로 접근하면 조금 더 나은 상황이 될 수 있죠. 그럼에도 현재 불교계는 문화콘텐츠 개발에 관심이 낮습니다. 영화감독들이 불교를 주제로 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를 찍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만들기도 어렵지만 만들어도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까요.”

김 감독이 쓴 소설 공유는 진공묘유(眞空妙有)에서 가져온 것으로 산중 노선사인 묵계 스님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묵계 스님은 과거 어느 노보살의 부탁으로 받아들인 어린 상좌들에게 깨달음을 주기로 약속했지만, 그들이 갑작스레 떠나버려 약속을 지키지 못해 늘 마음 한구석이 아리다. 결국 대중법회를 통해 진리의 골수를 전하고 열반에 들려 했으나 폐인이 돼 나타난 상좌로 인해 법회가 무산된다. 누더기 차림의 상좌는 묵계 스님에게 사기 그만 치라고 소리를 내지를 정도로 변해 있었다. 이에 묵계 스님은 자신이 지키지 못한 약속을 지키고자 변해버린 상좌를 데리고 사계절을 보내며 깨달음을 전하는 것이 이 소설의 스토리라인이다.

김 감독의 이 같은 시나리오는 최근 정통 불교영화가 전무한 상황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내용이다. 특히 불심 깊은 원로배우인 전무송 씨도 출연을 자처하고 크랭크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도 김 감독의 책을 읽고 후원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상황. 김 감독은 초기 제작비가 마련되는 대로 주연배우들을 중심으로 한 불교전통의 삭발식을 실시할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관건은 제작비 마련이다.

개신교인이 개신교영화를 만든다고 하면 주위의 성원이 뒤따르고 영화도 어느 정도의 흥행이 보장되죠. 하지만 불교인이 불교영화를 만드는 것은 어쩌면 대중에게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 일이기에 도전 자체가 어렵습니다. 불교계가 영화를 비롯한 대중문화 콘텐츠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해당 종교의 문화콘텐츠 생산은 소비가 뒤따를 때 커질 수 있습니다.”

김행수 영화감독은 다큐멘터리 신라승 김교각’ ‘재일동포 아! 나는 누구인가등의 기획 제작 시나리오 감독으로 참여했다.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영화학교 밀짚모자를 만들고, 교장으로서 재능기부 봉사도 꾸준히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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