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혼자 부처되면 뭐하노/월암 지음/담앤북스 펴냄/1만 7천원

괴로움과 즐거움의 노예가 되지 말라. 지나가는 구름에 손만 흔들어라

니 혼자 부처 되면 뭐하노는 스님이 출가해 지금까지, 강산이 다섯 번 바뀌는 세월 동안 상좌들과 불자들께 보낸 편지, 엽서, 문자 등을 모아 엮은 책이다. 주로 성현들의 말씀에 사족을 붙인 내용과 직접 쓴 글 모음집이다. 그동안 간화선의 대가로서, 학술서 위주의 책을 내온 월암 스님의 첫 에세이집이라 할 수 있다.

스님은 이 책을 망상집이라고 표현한다. 그럼에도 불조의 언설과 고덕의 행실이 그 속에 녹아 있기에 눈과 귀에 스치는 인연만으로도 불법의 종자를 심어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라고 책머리서 밝힌다. 부제인 금구망설이란 불조의 금구성언(金口聖言), 부처님의 말씀을 빌린 망설(妄說)’이라는 스님의 겸손한 표현이다. 부제대로, 이 책의 내용은 부처님의 말씀과 거기에 붙인 스님의 사족으로 이루어져 있다. 엽서처럼 짤막한 글귀 안에 무릎을 치게 하는 단박의 깨달음이 들어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고사(古事)와 고시 인용, 스님이 직접 지은 한시와 우리말 시가 어우러져, 읽어 내려가는 동안 선수행자만의 담백한 정신을 맛볼 수 있다. 출가한 지 50년 된 노승에게 하시는 어머니 말씀. “니 혼자 부처 되면 뭐하노?”

스님은 자신을 산승이라고 표현하며, 사람관계와 자연 속에서 느끼는 깨달음을 때로는 산문처럼 풀어내고, 때로는 시처럼 압축적으로 전달한다. 선문답처럼 알쏭달쏭하지만 곱씹고 싶어지는 문장도 섞여 있다. 먼저, 책의 표제가 왜 니 혼자 부처 되면 뭐하노인지를 알려주는 1번 꼭지모정 단절에서는 스님 자신의 사연이 드러난다. 자식이 출가한 지 50여 년이 되었는데도 가끔 전화를 걸어와 한 중생도 제도 못 하면서 무슨 만중생을 제도할 끼고. 한 중생 다 죽고 난 뒤에 제도해라라는 어머니. 글에는 여전히 자식을 놓지 못하는 모정에 대한 애틋하면서도 묘한 심경이 담겨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좌절과 절망에도 담담히 일어나는 삶의 자세를 보여주는 개망초그리고 눈썹에 허공 하나 매달고 그냥 살다 그냥 간다복수초는 각기 한 편의 시다. 이처럼 니 혼자 부처 되면 뭐하노는 선수행자만의 시각과 깨달음의 정수를 다양한 갈래로 만날 수 있는 독특한 에세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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