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 합주/남명 법천 외 지음/철우 역주/운주사 펴냄/2만 5천원

증도가는 영가현각 대사의 깨달음의 경계를 운문 형식으로 노래한 책이다. 현각 대사는 육조 혜능 선사를 참알한 인연으로 일숙각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더욱이 혜능 선사로부터 깨달음을 인가받아 증도가를 찬술했다고 한다. 특히 이 책은 서역으로 전해져 유행하면서 이른바 증도경〉 〈동토대승경으로도 칭송됐다고 한다. 이러한 까닭으로 증도가는 조사선의 종전으로 추앙받는 육조단경과 함께 선종의 이부경전으로 평가된다. 이는 후기 조사선에서 출현한 대부분의 선적에 증도가가 인용되는 것으로부터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증도가는 운문으로 이루어져 있어 승찬의 신심명과 함께 선가에서 널리 읽히는 대표적인 선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중요성 때문에 증도가는 역대로 수많은 고승대덕들에 의해 주석서가 쓰였으며, 현재까지도 많은 해설서와 번역서들이 출판된다. 본서는 선가에서 이렇듯 중요시되는 증도가에 대한 대표적 주석서 4가지를 한 권에 모아 전체를 번역하고 주석한 책이다.

증도가에 대한 대표적인 4종의 주석서로는 송대 묘공지눌과 범천언기의 증도가주, 남명법천의 증도가송, 원대 축원영성의 증도가주송등이 있다. 이 가운데 범천언기와 남명법천의 주석서는 이미 우리말로 번역되어 출간됐지만, 묘공지눌의 증도가주와 축원영성의 증도가주송은 이번에 처음 우리말로 번역 소개되는 것이다.

이 책은 이들 4종의 주석서를 모두 완역하여 원문과 함께 실음으로써 증도가가 각각의 선사들에 의해 어떻게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하였다.

4종의 주석들은 증도가가 본래 지니는 사상을 보다 명확하게 해석한다. 따라서 이들 주석들을 서로 비교하며 읽는다면 증도가가 지닌 선사상, 나아가 저자 현각의 사상을 한층 더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아울러 본서가 지닌 또 다른 특징은, 본문 말미에 부록으로 증도가의 선사상이란 이름으로 영가 현각의 생애와 저술, 그리고 증도가의 선사상을 소개한다는 점이다. 특히 광범위한 증도가의 선사상 가운데서도 핵심인 주제들을 모아 불성과 돈오’, ‘수증론’, 그리고 구도의 길에 있어서의 경계와 질책으로 요약 정리해 체계적이고도 일목요연하게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이 증도가의 내용과 사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증도가는 영가현각이 자신의 깨달음의 경계를 시의 형식으로 노래한 것으로, 상당히 압축적이면서 포괄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에 원문 자체로만 봐서는 쉽게 이해하기가 어려울 뿐더러, 다양한 자의적인 해석들도 가능하다. 따라서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역대 고승들의 안목과 해석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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