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촉천민'에게 부처님 자비를
'불가촉천민'에게 부처님 자비를
  • 박진형 기자
  • 승인 2018.04.13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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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만 10명 넘어… “불교계서 국제적 관심 가져야”
사진출처=알자지라
차별에 맞서 목소리를 내는 달리트들이 인도 현지 경찰관들과 대립하고 있다. 사진출처=Aljazeera.com

천년 넘게 카스트 제도속에 차별과 억압속에 고통받던 인도의 달리트(최하층계급인 불가촉천민)들이 최근 평등과 자비를 가르치는 불교를 앞세워 인도 사회에 맞서고 있어 화제다.

인도 사회는 지금 계급갈등으로 들끓고 있다. 인도 대법원이 불가촉천민보호법을 완화하는 취지의 명령을 내리자 달리트 출신 시민들이 거센 저항에 나선 것이다.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인도 수도 뉴델리를 포함한 인도 전역에서 대법원의 결정을 반대하는 수만명의 달리트들이 시위를 벌였다. 도로와 철도를 막아선 시위대들이 경찰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폭력사태가 발생해 최소 10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의 부상자가 속출했다.

카스트제도 최하계급 달리트
천민보호법완화 개정에 분노

신불교운동 암베드카르 정신계승
평등’‘자비佛法으로 맞서 싸워

달리트들의 격한 반응에 인도 연방 정부는 뒤늦게 대법원에 재심을 요청하며 중재에 나섰다. 대법원은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3일 심리를 열고 정부의 주장을 청취하기로 했지만 앞선 결정을 뒤집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번 대법원의 재심 결정은 인도 계급 갈등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정부는 법적으로 카스트 제도를 폐지한 후에도 최하층에 대한 억압과 차별이 끊이지 않자 이들을 보호하는 법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역차별 논란이 제기되면서 계급 갈등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달리트와 불교

빔라오 람지 암베드카르(Bhimrao Ramji Ambedkar).
빔라오 람지 암베드카르(Bhimrao Ramji Ambedkar).

달리트와 불교의 역사는 빔라오 람지 암베드카르(Bhimrao Ramji Ambedkar)로부터 시작된다. 불가촉천민 출신 최초로 법무장관까지 된 암베드카르는 차별을 불법화하는 인도 헌법 구성에 앞장서 왔다. 하지만 힌두교리 내에서는 카스트제도를 바로잡을 수 없다고 느끼고 1955년에 인도불교협회를 설립했다. 그리고 1956년 약50만 명의 동료 달리트와 함께 인도 나그푸르에서 의식을 치르고 불교도가 됐다. 신불교운동을 통한 인도불교 부활의 시발점이었다. 이후 달리트들은 부처님이 25백년 전부터 강조한 평등에 입각해 차별 금지를 부르짖어왔다.

암베드카르는 1956년에 사망했지만, 수많은 달리트가 그 뜻을 이어받았다. 그러다 보호법이 완화된다고 하자 다시 평등을 부르짖으며 행동으로 들고 일어난 것이다. 이들은 특히 암베드카르의 정신을 앞세웠다.

불가촉천민보호법 완화 명령

‘CNN’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인도 대법원은 지정 카스트·지정 부족 보호법(불가촉천민보호법)’에서 상층계급이 달리트를 학대할 경우 가해자를 즉시 체포하도록 하는 조항이 남용될 우려가 있다며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법원은 신고 사례 중 15~16%는 허위인 경우도 있어 제도가 악용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법은 1989년 상층계급의 학대와 억압으로부터 하층계급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됐다. 1947년 카스트 제도가 폐지됐지만 여전히 인도 사회에서는 하층계급에 대한 차별이 당연시돼 이들을 보호할 마땅한 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법에 따라 하층계급을 억압하면 그 자리에서 즉시 체포되며 보석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또 가해자의 재산을 몰수하는 등 강력한 처벌도 포함돼있다.

달리트 측은 대법원의 결정으로 달리트를 비롯한 억압받는 소수 계층을 보호하는 수단이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영국 ‘BBC’에 따르면, 이 법은 상위계층의 무차별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유일한 법인데, 유죄 선고율 마저 매우 낮아 무용지물인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달리트 출신의 한 사회운동가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집권당인 인도인민당(BJP)이 달리트에 대한 보호장벽을 무너뜨리려는 정책의 일환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힌두근본주의 성향의 BJP가 집권한 이후 힌두근본주의자들은 달리트에 대한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왔다.

역차별 논란 불러온 하층민 우대제도

인도가 1950년에 카스트 제도를 폐지한 이후 계급 갈등은 인도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로 떠올랐다. 정부가 여전히 남아 있는 카스트 제도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하층민 우대 제도를 도입하자 일부 계층에서 역차별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인도 정부는 하층민에 대한 관습적 차별을 없애기 위해 하층민에 속하는 카스트 계급에는 공무원직의 절반과 대학 입학 정원의 일부를 할당하는 등의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

2015년 카스트 세부 계층 중 하나인 파텔(Patel)’은 자신들이 하층민 특혜 대상에서 빠져있는 것을 문제 삼으며 거리에 나와 돌을 던지고 버스에 불을 지르는 등 격렬한 시위를 일으켰다. 카스트는 크게 브라만(성직자), 크샤트리아(군인), 바이샤(평민), 수드라(천민)로 구분하고, ()과 직업에 따라 3000여 계급으로 세분화되는데 파텔은 중상급으로 평가받는다.

달리트는 카스트 제도에 포함 조차 되지 않는 최하층민인데 최근 이들에 대한 공격도 늘고 있다. ‘BBC’에 따르면, 젊은 달리트들이 예전보다 향상된 삶을 누리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층민들이 이들을 공격하는 것이다. 지난주에는 달리트 출신 남성이 부유계층의 상징인 말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폭력을 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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