⑭ 지장십륜경1 - 지장보살과 츰부다라니

어느 날 나는 부처님의 가호와 가피가 너무나 간절했다. 내 모든 힘이 다 소진되어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 정진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물러날 힘도 없었다. 그 무렵 벌판에 있는 논에 붉은 흙이 태산처럼 쌓여 있는 것을 보고 농부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진흙에 가까운 흙이 있는 논을 밭을 만들기 위해선 흙을 바꿔주거나 땅을 깊이 파서 흙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오랫동안 농사를 짓고 나면 땅이 그 힘을 잃어 좋은 작물을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에 땅의 힘을 북돋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땅도 변화하려 할 때나 혹은 힘을 잃으면 이렇게 힘을 실어주는데 중생이 이런 상황이면 부처님께서도 우리에게 힘을 주는 가르침을 말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대장경을 이리저리 찾아봤지만 특별히 그런 내용을 만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항상 책상위에 둔 일과수행집에서 십륜경, 서품을 보는 순간, 가슴속에 벅찬 환희가 차올랐다. 무지개 찾아 떠난 소년이 집에 돌아와 보니 무지개는 거기 있더라는 얘기처럼 나도 그 가르침이 언제나 책상에 있었는데 멀리서 찾느라 애쓰고 돌아다닌 것이다. 거기 그 책에 에너지가 고갈되어 지친 영혼들을 위한 힘을 돋우는 가르침이 담겨져 있었다. 평소에 진언독송에 관심조차 없었던 내게 도반들이 열심히 외던 츰부다라니를 품고서 말이다.

대승대집지장십륜경(大乘大集地藏十輪經), 줄여서 십륜경이라 부른다. 당 현장이 번역했고 한글대장경 54p288에 수록되어 있다. 전체가 810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중국 수나라 신행(540~594)이 일으킨 삼계교의 소의경전이다.

십륜경에서 지장보살은 부처님께 험난한 말세인 오탁악세에서 정법을 전하는 부처님의 법륜을 어떻게 굴려야 하는지 질문한다. 부처님은 관정왕의 십륜(十輪)을 비유로 들어 열 가지 부처님의 힘(十力 - 佛輪)으로 말세의 중생들의 악업을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 한 나라의 국왕으로서 정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한 사찰의 주지로서 중생교화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이 경에 모두 있다. 정치하는 모든 이들은 한 번쯤 이 경을 읽고 지도자가 가야할 길에 대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겼으면 한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사상과 철학을 담은 내용보다 오히려 삶에 힘을 주는 가르침이 더 그립다. 사실 부처님의 모든 경전은 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처음 불교를 만난 이에게는 다정하게 고민을 해결해주고, 공부와 수행을 하는 이들에게는 한 단계 높아진 가르침을 통해 수행력이 높여주고, 지도자가 될 이에게는 지켜야 할 의무와 그리고 권리에 대해 냉엄한 가르침을 전하시는 것이 바로 대기설법의 한 모습이다.

그렇다면 살아갈 희망을 잃은 이들에겐 어떤 가르침을 주실까하는 질문에 대한 답도 십륜경서품에 등장한다.

부처님께서 거라제야산에서 월장경을 설해 마치실 때, 하늘에서 법의 음성과 함께 아름다운 꽃과 보배장식과 의복이 비처럼 내려와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에게 저절로 다 입혀졌고 손에는 각기 여의주가 들려져 있었다. 대중은 너무 놀라 여의주에서 나오는 광명을 바라보니 온 세상 부처님들이 다 모이시고 한량없는 대중들이 공경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광명으로 인해 모든 병든 이들이 다 나았고, 옥에 갇힌 이들은 풀려나고, 가난으로 고통 받는 이들 또한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그 때, 무구생 제석천이 부처님께 누가 이런 신통을 보이는지 그 까닭을 물었다.

지장보살이지, 그는 과거 무량겁동안 부처님 안 계신 오탁악세에서 중생들을 언제나 돌보았다. 지금도 여래를 공양하려고 왔다가 너무 환희심이 나서 그대들에게 신통력으로 공양한 것이다. 이 보살은 여의주와 같아서 온갖 재물과 보배를 비처럼 내려 중생들이 구하는 바를 따라 그 모두를 만족시켜 준다. 마치 선근을 키워주는 기름진 밭과 같단다. , 지장이여, 이제 여기로 나오시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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