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뇌를 끊는 이야기-간화선(看話禪)의 길/석현웅 지음/운주사 펴냄/25,000원

이 책은 <묻지 않는 질문> 이후, 12년 만에 책으로 만나는 서울 육조사 현웅 스님의 사자후를 모아 놓은 것이다. 이번 저술에는 그동안 스님이 대중과 소통하며 대중을 이끈 공부길과, 출가 후 50여 년 동안 수행하며 깨달은 견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문장은 마치 옛 선사들을 지금 옆에서 친견하는 것 같은 생생한 느낌이 들게 한다.

수행의 목적이 무엇이고 수행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깨달음이 무엇이고 왜 간화선을 닦아야 하는지 등을 명료히 밝혀 놓고 있다.

저자, 미국 등서 20년간 서양인에게 선 알려
2005년 귀국후 육조사 도량 열고 간화선 지도
저자의 수행 경험 및 방법 등 명료히 밝혀

현웅 스님은 유럽과 미국서 20여 년 동안 서양인들에게 선을 가르치다 귀국해 2005년 서울에 들어와 성북구 돈암동에 육조사 도량을 열고 간화선을 지도한다. 그가 수행하는 육조사는 흔히 말하는 재를 지내거나 기복을 추구하는 행위를 일절 금한다. 육조사에 들어서면사람은 스스로 귀한 존재라고 간판에 새겨진 표어가 먼저 그것을 말해 준다. 사람 속에 있는 부처가 살아나 그 부처가 밖으로 나와야 불교가 밝아지고 세상도 밝아진다는 것이다. 그는 먼저 자기인 사람, 이 사람을 믿는 것부터 시작해야 간화선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사람 떠나 부처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한국불교의 중심에 간화선이 있지만, 정작 바른 스승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 저기서 보고 읽고 배워 얻은 지식으로서의 목소리가 아니라, 진짜배기 자신의 견처, 자신의 마음, 자신의 소식을 들려줄 선지식은 찾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출가 후 오로지 참선 공부에만 전념한 현웅 스님은 이 책에서 당신의 공부 소식을 온전히 보여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수행길에 들어선 사람들을 바른 공부길로 이끄는데, 경전이나 선사들의 가르침뿐만 아니라 공자나 예수의 가르침까지 종횡으로 넘나들며 방편을 펼친다.

정법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스님의 사자후를 읽다 보면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맛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저자의 방황 시절도 말하지만, 그리고 마침내 스승을 만나고 그의 방황을 그친 이야기도 함께 실어 눈에 띤다. 이 내용을 들어보면 한 사람만의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다. 이 삶 속에 사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방황을 못 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너도 나도 공감하기에 충분한 요소들이 많다. 저자는 종교를 보는 눈이 남다르다. 모든 종교 속에 있는 진리는 하나로 뚫어져 있다는 것이다. ‘다만 사람이 가려 놓고 여럿으로 보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현웅 스님, 그는 불교를 믿지 않는 사람에게도 부처가 이미 자리 잡고 있다고 본다. 다만, 믿는 사람은 더 가깝고 믿음이 없는 사람은 부처가 멀 뿐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이미 부처를 보듬고 살고 있는 존재이다. 다만 배운 불교가 나 안에 있는 부처를 한번 더 덮어버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옛 사람의 말을 가져와 증명 하듯 황벽 선사의 말을 빌린다. “불교를 배우지 말라. 다만 자기를 믿는 길을 배우는 것이다. 그가 이 책에서 보여주는 주요 메시지이다. 길에 든 사람은 능력이 살아난다. 그게 살아나야 내가 살기가 좋다는 것이다. 또한 불교는 사람을 살려내는 종교라는 것이다. “불교는 부처님을 위하는 종교가 아니다라는 그의 가르침은 책을 읽는 내내 우리의 눈을 뜨게 해준다.

서산대사도 공부하려고 하면 그르친다라고 하였다. 이 말의 의미만 제대로 알면, 이미 이 책 내용을 다 이해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불교는 알기 전에 믿음을 내야 한다. 내가 부처이고, 내 마음이 부처()라는 믿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저자는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알고 들어가면, 분별과 시비가 일어나고, 망념과 망식이 일어나고, 결국에는 시끄럽다. 아는 것, 익힌 것이 마음을 덮어버리고 장애하여, 마음을 보지 못하게 하고, 마음이 발현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불교는 마음을 보고 믿는 공부다. 자기와 스승, 부처를 믿는 공부다. 모두 하나로 통해 있음을 믿고 깨닫는 공부다. 그래서 우선 마음을 알아야 한다. 마음은 형상이 없어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그래서 묘하며, 이 묘한 마음을 궁구하는 것이 참선이라며 있지만 보이지 않는 마음, 보이는 것을 넘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이 간화(看話)이다. 금강경의 상이 상 아닌 줄 알면 여래를 본다가 바로 그것이라고 설명한다.
 

석현웅 스님은?

 

현웅 스님.

20세에 전남 순천 송광사 구산(九山) 스님 문하로 출가한다. 수행의 기초를 은사이신 구산선사로부터 익힌다. 그리고 여러 해를 제방 선원서 정진한다. 인천 용화사 전강 선사 문하에서 공부길을 간택받고 대중 선방 생활을 뒤로한다. 그리고 깊은 산중 토굴에 들어가 6년간을 홀로 지낸다.

1984년 스위스 제네바 불승사로부터 초청 받아 서양인에게 한국 선불교를 지도하기 시작한다. 86년에는 북미로 건너가 시애틀에 돈오선원과 버클리에 육조사를 창건하고 선원문을 연다. 2005년 한국에 들어와 서울에 육조사 선원을 열고, 간화선에는 빠져 있는 도()의 그릇을 가꾸는 양생법을 더해 선()을 지도한다.

저서로는 <묻지 않는 질문>과 이번에 출간한 <번뇌(煩惱)를 끊는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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