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일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는 불교계에서 시금석이 될 제막식이 이뤄졌다. 바로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안내도인 촉지도가 세워진 것이다. 조계사의 이러한 행보는 늘어나는 장애인 인구와 불자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에서 비롯됐다. 우리나라 장애인들은 집계를 시작한 1994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해왔다. 2016년 정부 통계에 따르면 장애인은 251만명에 달한다. 이는 장애인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쉬쉬하며 감춰왔던 장애를 드러내는 사회 분위기가 됐음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불교계는 장애인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부처님 십대제자 중에는 천안제일로 불리는 시각장애인인 아나율 존자가 있었으며, 아라한과를 증득한 지적장애인인 주리반특이 있었다. 이처럼 부처님 가르침 아래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는 없었다.

현재 불교계에는 다양한 장애인 시설을 도입하고 있다. 휠체어 리프트와 전동캐리어, 전자 안내판 등이 그것이다. 그 이면에 장애인들이 마음을 붙일 수 있는 신행공동체를 형성해야 한다.

조계사에는 원심회라는 장애인 수화모임이 있다.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어우러지며 법회도 보는 곳이다. 불자장애인 문인 모임인 보리수아래 모임 또한 조계사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제 이러한 장애인들의 다양한 모임이 각 사찰에서 생겨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 하나씩 장애를 지니고 있다. 이제 불교계는 장애인들이 함께 수행하고 신행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문화와 공간을 만드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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