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한일 양국불교계의 불교진흥과 우호친선을 위해 발족한 사단법인 한일불교문화교류협의회가 최근 유례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 예산 축소와 불화로 인한 회원 탈퇴 등 악재가 겹쳐 지도부 책임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협의회 이사인 불교총지종은 329일 법인사무처에 탈퇴 공문을 보냈다. 탈퇴 사유는 이사장인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 스님이 정기총회서 총지종을 폄훼하는 발언을 하고, 부회장 승격 요청을 이사장 직권으로 거부했다는 게 요지다. 실제 홍파 스님은 227일 열린 정기총회서 총지종은 협의회에 공헌한 바가 없고, 참여도도 좋지 않다. 총지종의 부회장 승격 요청은 이사장 직권으로 상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총지종은 이 같은 결과를 예견이라도 한 듯 회의에 불참했다.

총지종은 통리원장 법등 정사가 협의회 사무총장으로 임기를 마쳤고, 그간 협의회 주최 행사에 빠짐없이 동참했다는 점에서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미 한국불교종단협의회서도 부회장으로 승격한 총지종이기에 반발은 거셌다. 공문에서도 홍파 스님의 왜곡된 사고와 독단으로 종단 명예는 심각하게 훼손당했으며, 총지종은 앞으로 회원종단으로서 더 이상의 의미를 찾기 힘들다고 판단해 탈퇴하고자 한다고 적시했다. 총지종 측이 협의회 탈퇴를 가장 약한 수준의 대응이라고 표현할 만큼 홍파 스님과 총지종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다.

기자는 홍파 스님에게 공헌에 대한 기준을 물었지만 답변을 듣진 못했다. 다만 홍파 스님은 내 발언이 그런 뜻은 아니었다. 그래도 탈퇴까지 한다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다. 협의회 화합을 위해 총지종과 대화할 용의가 있는지 묻자 “(총지종이) 편치 않았다니 생각해볼 일이지만 기자와 긴 얘길 하긴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총지종의 탈퇴는 협의회 회비수입 감소로 직결된다. 총지종이 부담하는 회비는 연간 300만원. 게다가 최근 회장단 회비·후원금을 조정해 협의회 회비수입은 기존 대비 약 1000만원이 줄어들 예정이다. 협의회 연간 회비수입이 수천만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이는 큰 타격이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불교계의 미온적인 교류 태도도 지난해 도마에 올라 협의회 차원서 항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항의로 일본불교계의 태도가 바뀌진 않았다. 결국 회원 탈퇴와 해외교류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협의회 대내외적 운영에 난항을 겪게 됐다. 그럼에도 지도부가 문제해결을 위해 나서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아 세간의 비판을 면키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부처님은 과거 알라비칼라에 머물고 있을 때 500여 명의 장자를 이끄는 수장자와의 대화에서 사섭법(四攝法)을 대중지도자의 필수덕목으로 꼽았다. 부처님은 만일 과거 현재 미래의 사문이나 바라문이 사섭법으로 대중을 이끈다면 어떤 대중도 이끌지 못할 대중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셨다. 그만큼 보시(布施애어(愛語이행(利行동사(同事) 4가지 가치는 지도자로서 갖춰야할 중요한 실천덕목인 셈이다. 따라서 대중이 모인 단체에서 불협화음이 생긴다면 가장 큰 책임은 그 단체의 지도부에 있다. 부디 한일 양국불교계 선린을 위해 40년 넘도록 매진한 한일불교문화교류협의회가 사소한 문제들로 좌초되지 않도록 지도부의 지혜를 모아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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