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여래선과 조사선

그림, 강병호

중국 선종사에서 육조혜능선사(638-713)의 출현은 선종의 중국화 내지 탈 인도선법의 요인 등 많은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특히 혜능 스님의 출현은 〈능가경〉에서 〈금강경〉으로 자리전환 혹은 위치전환의 분기점이라고도 한다. 또 〈능가경〉은 신수 계통의 선법과 연관을 짓고(점수-북종), 〈금강경〉은 혜능 계통의 선법과 연관을 짓는(돈오-남종) 분수령이 되는 지점이다. 그만큼 혜능 스님 이후 선종은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따라서 중국 선종이 선법의 우열을 논하는 표준을 삼을 때 크게 여래선과 조사선으로 나누어서 분류를 한다. 그리고 조사선을 우위에 두는 액션을 취한다. 그러나 이 관점은 조금은 어불성설이다. 왜냐하면 중국선의 뿌리는 어디까지나 여래선 즉 부처님의 수행법을 근간으로 이루어 졌기 때문이다. 만약에 이 점을 부정한다면, 곧 불법에 대한 부정이다. 다만 이 수행법의 차이점은 수행상의 방법론에 차이가 있을 뿐이지, 우열의 차이점도 아니다. 오직 근기를 수순하면서 그 시대의 환경과 사람들의 수준을 고려한 것일 뿐이다.

인도불교 흡수 융화한 중국선종
5조홍인 이후 조사선 정립 정착
혜능…탈 인도선법, 선종의 중국화
수행법 우열 논쟁은 佛法 몰이해


중국선종이라는 거대한 산이 형성되기 전에, 당시 승조(僧稠)계통의 선법이 북방지역에서 널리 유행을 하고 있었고, 후세 선종의 초조인 보리달마 및 혜가도 또한 숭산 일대에서 선법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들의 선법은 독립적인 계통의 선법으로 ‘능가사선(楞伽師禪)’이라고 칭했다. 능가사선이 전개되면서 기존의 북방선(승조 현고 등의 관선)의 선사들은 위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중국선종은 중국적인 요소가 매우 짙은 종파로서, 인도불교의 모든 것을 흡수하고 융화해서 자기만의 독특한 사상적 체계와 수행실천체계를 완성시킨 종파이다. 인도불교 초기선법의 실천수행면의 각도에서 보면 일찍이 바라문교 등 외도들의 선법을 일정부분 받아드렸고, 역시 불교만의 독특한 수행법을 수립했다. 특히 인도선학의 발전과정과 그 구성요소를 살펴보면, 먼저 소승 선수학(禪數學ㆍ수식관), 대승삼매 및 밀교의 진언선(眞言禪ㆍ밀주)등으로 구성되어진 선법이다. 소승선은 석가모니부처님이 불교를 창시한 시기로부터 부파불교 시기의 몇몇 부파 및 대승불교가 흥기하기 전까지의 시기를 말한다.

이러한 선법의 중요한 특성은 순서에 따라서 단계적인 수행을 하는 것으로, 최고의 경지는 아라한과에 이르는 것이다. 대승삼매(이 내용은 앞전에 자세하게 언급했다)는 지혜를 개발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며, 이 선법은 비교적 단순하지만, 역시 최고의 경지는 성불하는 것이 목적이다. 밀교의 선은 인도불교와 융합된 선법으로 밀주(眞言), 수지밀인(受持密印ㆍ결인 혹은 수인)을 내용으로 하며 역시 성불을 목적으로 한다. 이런 종류의 선법들이 중국에 유입되어서 풍부한 중국선법의 밑거름이 되었다.

처음에 전해진 인도선법은 대부분 사람들을 매우 곤혹스럽게 했다. 인도선법은 비교적 번다한 관심선법으로 종류도 다양했다. 중국인들의 전통적인 사유방식은 비교적 직관을 중시하는 사유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매우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인도불교의 전통은 깊은 산속에 사람이 없는 조용한 곳에서 선법을 닦고, 걸식을 위주로 수행생활을 영위하였다. 그러나 중국의 수행풍토는 그러한 환경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중국인들은 자기들 나름대로의 선법을 실천하는 환경을 조성하였고, 수행방식도 여러 가지로 개조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불교의 근본적인 사상을 버린 것은 아니었고, 인도불교의 기본적인 선법의 바탕위에서 새롭게 건립했다. 사실 달마대사도 처음에는 두타고행(頭陀苦行)을 봉행하기도 했으며, 2조혜가(487~593), 3조인 승찬(510~606)도 역시 두타행을 실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4조 도신(580~651)도 처음에는 두타행을 하다가 어느 시기에 이르러서 일정한 주거를 정해서(도량을 세움) 수행하기 시작 하였으며, 5조홍인(601~675)때에 이르러서 도신이 건립한 도량을 재정비하는 한편 대중이 모여서 수행하는 풍토를 조성하면서, 더욱더 선농병중(禪農?重)을 공고히 하였다. 즉 5조홍인대에 이르러서 서서히 밖으로는 인도선법의 주거 풍토 내지 두타행등의 풍토를 완전하게 벗어나고, 안으로는 인도선의 번다한 선법의 이론 및 종교의식 등에서 벗어나서, 서서히 중국선의 독특한 가풍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때이기도 한다.

그 후에 다시 마조대사가 총림을 건설하였고, 백장회해는 백장청규를 제정하면서, 일일부작일일불식(一日不作一日不食)이라는 선림의 독특한 계율의 풍토를 조성하면서 철저하게 인도불교의 전통을 개조한 진정한 중국선인 조사선의 가풍이 완성되었다.

그 어떤 측면에서 보면, 선종의 창립은 필연적인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인도불교가 중국에 전해져서 중국의 현실에 맞게 결합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파생되어진 종파로서, 중국 전통사상과도 상호 서로 아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발전해 왔다. 위진 남북조시기의 불교는 반야학이 유행을 했고, 특히 당시 남방에서는 중국 전통사상인 현학(玄學)이 유행하고 있었다. 이 두 가지의 사상은 당연히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을 것이다.

이 시기의 후반부에 중국에 〈열반경〉이 소개 되면서 불성론이 유행하기 시작 하였고, 수당에 이르러서는 반야사상과 불성사상이 결합되어진 심성론(心性論)이 출현하게 된다.(심성론은 화엄, 천태, 선종이 모두 중시하는 사상이다) 반야공성은 반야부 계통의 〈금강경〉을 바탕으로 하며, 불성여래장의 사상은 〈능가경〉 및 〈열반경〉을 바탕으로 수립되어진 사상적 체계이다. 〈단경〉의 내용을 보면 이 두 가지의 사상이 잘 배합되어져 나타난다.

선종은 기타 종파에 비해 중국화의 표본이 잘 나타난 종파로서, 중국 사람들은 선종을 중국인들이 창조한 민족화된 종파라고 하기도 한다. 물론 중국인들은 선종이라는 종파가 아무리 특수하고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그 근간은 인도불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중국의 전체적인 선종의 흐름이 ‘돈오(頓悟ㆍ조사선)’를 제창했지만, 모든 선사들이 무조건적으로 인도불교의 단계적이고 점차적인 수행법인 ‘점수(漸修ㆍ여래선)’를 무조건 비판하고 반대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보리달마가 처음부터 돈오를 말하거나 점수를 말한 것은 아니다. ‘조사선’, ‘여래선’을 말한 적도 없다. 돈오와 점수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조사선 여래선이라는 단어가 출현하게 되었다.

한편 돈오와 점수의 분기점을 신수와 혜능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인데, 사실 ‘돈오돈수(頓悟頓修)’를 주장하고 신수 계통을 점수라고 폄하한 인물은 바로 혜능의 제자인 하택신회가 시작이라고 한다. 이 관점은 중국 유명한 근대학자인 호적 선생의 관점이며, 대부분 찬성하는 관점이 지배적이다. 물론 일본의 몇몇 유명한 학자와 그 외 학자들은 이 입장을 반대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호적 선생의 이론을 확실하게 반박하거나 뒤집은 사람은 없다. 호적 선생의 관점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모두가 하택신회를 지해종자(知解種子)로 폄하하면서, 혜능의 우수성은 돈오돈수를 주장한데 있다고 여겼다.

중국의 8대 종파는 두 가지의 요소를 지니고 있다. 하나는 형식 체계 등이 매우 중국화 된 불교종파이다. 반드시 창시자가 있고, 소유경전이 있고, 그 법맥을 계승하는 체제이다. 이것은 중국인들의 사유 방법 내지 그들의 관습이 만들어낸 하나의 틀이다. 다른 하나는 이론과 실천수행을 체계화 한 것이다. 즉 전자가 밖으로 불교를 재정비하고 새롭게 포장을 했다고 한다면, 후자는 안으로 경전의 사상적 체계 및 실천수행의 체계를 정리하고 정립하는 작업을 실행했다고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선종은 특히 중국화 된 종파로서, 위의 두 가지의 요소를 비교적 충실히 함축하고 있다. 그런데 선종을 기타 종파와 비교 분석해보면, 결정된 소위경전도 이론적 체계도 명확하게 구비하고 있지 않은 것이 특색이라면 특색이다. 즉 기타 종파에 비해 정해진 틀이 없다 보니 매우 활발발하고 생동감이 넘치며, 임기응변이 강하면서 생명력이 풍부한 면이 있다. 물론 선종 내부 종파에서 소위경전이 아닌, 나름대로의 다른 체계를 가지고 있는 종파도 있다. 예를 들면 석두종은 화엄사상에 치중한 경향이 있으며, 홍주종은 노장사상에 가깝다고 하기도 한다. 즉 각종파 선사들의 성향에 따라서 그 선법의 특성이 드러난다.

인도선법의 이론과 개오의 과정은 어디까지나 이론을 바탕으로 한 단계적 수행방식을 고수한다. 즉 ‘심성본적(心性本寂)’이라 해서 사람들의 자성 혹은 마음의 근본이 항상 적정(寂靜)한데, 다만 세속의 각종 번뇌의 장애를 받아서 드러나지 못하고, 단계적인 수행을 통해서만 번뇌를 벗어나고 자기의 본심인 적정한 상태로 회귀한다고 주장한다. 장차 이 수행법은 홍인의 제자인 신수계통(북방선)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해서 ‘점수(漸修)’법이라고 하고, 홍인의 또 다른 제자인 혜능 계통(남방선)은 반대로 이러한 단계적 수행 방법을 통하지 않고, 이와 같이 사람의 본성, 본심이 청정하다면, 이러한 상태의 본성 본심을 인식해서 깨닫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즉 바로 깨달으면 그 자리가 바로 여래지(如來地ㆍ성불)이며, 돈오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서 ‘심성본정심성본각(心性本淨 心性本覺)’, 원래 성불의 각성을 구비하고 있기 때문에, 다만 사람들이 이 각성을 발현하기만 하면 된다는 논리로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중국 선종의 트레이드마크인 ‘명심견성(明心見性)’이다. 그런데 돈오법은 중국인들의 전통사유방식과 많이 닮아있다. 점수와 돈오를 간단하게 비교해보면, 점수의 장점이 습기를 단계적으로 없애는 수행을 통해서 해탈에 이른다면, 돈오의 장점은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성불한다는 것으로, 즉 일초직입여래지(一超直入如來地ㆍ한 번에 바로 여래지에 이르는 것)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두 가지의 함축된 의미이다. 하나는 돈오수행법은 아주 근기가 수승한(아주 정신세계의 수준이 뛰어난 사람)사람에게 맞는 수행법이라는 것과, 일반인에게 돈오수행법을 적용시켰을 때에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돈오해서 인지하고 발현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습기의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모순을 낳는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중국선종의 역사적 측면에서 보면, 돈오법과 점수법은 곧 남방선과 북방선의 분기점이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인도선 중국선의 차이점이 녹아 있기도 하다. 대체로 돈오법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남방선이 우수하다고 주장을 하지만, 사실 수행은 각각의 사람의 수준에 맞게 시설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행법에 우열을 논한다는 것은 진정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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