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산스님
법산 스님은 웃음이 법문인 스님이시다. 동국대 정각원에서 ‘자아와 명상’ 시간이었다. 만학도라고는 하지만 엄연히 학생 신분이기에 수업 시간에 모자 쓰지 말라고 하시는 말씀에 모자를 쓰고 다니는 나는 적잖이 난감했다. 자아와 명상시간이지만 나는 내 머리에 이고 있는 모자를 내려놓아야 할지 계속 쓰고 있어야 할 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냈다. 수업이 끝나자 스님 방에 가서 차 한 잔 하자고 하시는 말씀에 순간 나를 풀어 주시려는구나 하는 마음 또한 들었다. 스님께서는 모자 쓴 내 모습이 밝고 단정해서 좋다고 하시며 덕담까지 담아 차 한 잔을 내주셨다.

 

 

고등학교 은사님
고등학교 은사님인 권오희 선생님은 카톨릭 신자이시다. 세상에서 처음으로 나에게 “당신은 신사임당이다”고 하시면서 어머니로 아내로 몸과 마음가짐을 현숙하게 가지도록 해 주신 분이다. 내가 또래들과 다르게 성숙한 부분이 있었던 것은 상담교사인 선생님 곁에서 조교처럼 생활하면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상담해 주셨던 것을 귀동냥했기 때문이다. 어떠한 몸짓을 해야 상대방의 상처를 위로할 수 있으며, 내가 말을 하는 것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많이 들어주는 것이 진정한 상담이라는 것을 선생님께 배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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