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에 판각된 3종류의 대장경 중에서 교장(敎藏)을 판각한 대각 국사 의천(1055~1101)은 “대장경 편찬은 천 년의 지혜를 정리하여 천 년의 미래로 전해 주는 일”이라고 하였다. 의천이 꿈꾸었던 미래의 1000년 중의 한 세대인 우리들로서는 부끄러움이 크다. 그 이유로서는 1600여 년의 불교역사를 간직한 한반도가 6.25전쟁 이후 67여 년 동안 남과 북의 정치적 이데올로기 대립에 의해 인도?중국을 통해 전개된 불교의 사상과 철학, 우리만의 문화와 예술 등의 혼이 단절되어 서로 융회(融會)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남과 북의 정치적 이데올로기 대립 속에서도 1991년 10월에 미국 LA에서 진행된 ‘남북해외불교지도자 조국통일기원법회’를 시작으로 남북한 불교계는 다양한 법회와 불사들로 북한과 교류를 하였다.

최종남 중앙승가대 교수.

1991년 美서 열린 법회 기점으로
南北 불교계 본격적인 교류 시작
신계사·영통사 복원 등 활발 추진
2008년부터 정치적 이유로 중단돼

올해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예정
현재 예술·체육 분야서 다양한 교류

불교계 통일 종책과 불사 준비해야
학계, 통일과정 갈등 극복 연구 필요
南北불교 교류는 통일 토대의 ‘지류’

그 대표적인 예로, 북측에서는 조불련 위원장이었던 故 박태화 위원장이 2002년 서울에서 개최된 8.15남북공동행사에, 2003년에는 황병준 부위원장이 봉은사에서 개최된 3.1절 조국통일기원 합동법회에, 2006년에는 정서정 서기장이 전남 광주에서 개최된 6.15민족통일대축전에 각각 참석하여 남북간 불교교류를 하였다.

그리고 남측에서는 북측에 금강국수공장(1998년, 평불협), 금강산 신계사 복원(2004년, 조계종), 개성 영통사 복원(2005년, 천태종) 불사 등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교류들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정치적인 이유에 의해 전면 중단되었다.     
올해는 지난 9년과는 달리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4월 27일에는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5월에는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일환으로 현재 예술과 체육 분야에서 다양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불교계와 학계 또한 분단의 역사를 극복하고, 미래 천년의 불교를 위하여 남과 북이 민족의 동일성과 일불제자라는 마음으로 통일 종책과 다양한 불사들이 준비해야 한다. 특히 독일의 통일과정에서도 확인했듯이 불교학계에서도 통일과정에서 유발할 수 있는 사회적 갈등과 심리적 상실감을 극복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교계와 학계 및 단체들에서는 이와 같은 북한의 현실적 상황을 직시하여 진정성과 신뢰로 남북의 교계,학계,사찰.신도회간이 서로 지류(支流)로서 교류하였으면 한다. 이 지류들은 언젠가 본류(本流)라 할 수 있는 통일의 토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교계, 학계 및 단체들의 지속적인 지류 역할에 대해서 몇 가지 제언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교계에서는 △불교의 4대 명절에 남북공동법요식 봉행 △남북한의 승가교육 교류 △신계사 운영 정상화 노력 △불자들의 교차 성지순례 교류가 필요하다. 교계와 문화?예술계에서는 △폐사지 발굴조사 △불교문화재 및 문헌들에 대한 공동학술연구 △해외반출문화재 환수사업 진행  △불교의례 교류를 추진해야 한다.

불교학계에서는 김일성대학교 종교학과 및 민족문족문화연구소와 공동학술대회 개최 및 연구 교류, 각 불교단체들에서는 단체의 취지에 맞게 다양한 인도적 지원 사업들을 전개하였으면 한다. 이들의 남북교류는 어떠한 장애에도 인욕과 자비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지류들의 불사들이 언젠가는 본류가 되어 통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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