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문화재 지정 추진

3월 31일 열린 택전의식에서 주지 원명 스님이 의식을 집전하고 있다.

 

3월 31일 택전의식 이어
4월 9일 생전예수재 시연

생전예수재 근본사찰인 서울 봉은사가 생전예수재의 서울시 중요무형문화재 지정 추진에 나선다. 서울 봉은사는 3월 31일 생전예수재 택전의식을 봉행한데 이어 4월 9일 생전예수재를 시연한다.

이날 시연에는 조계종 어산어장 인묵 스님과 어산작법학교장 법안 스님 집전으로 8시간에 걸쳐 봉행된다. 의례의식은 명고·명전 10타를 시작으로 신중작법, 괘불·불패이운, 운수단, 사자단, 상단, 중단, 고사단, 마구단, 함합소, 회향봉송 순으로 불교전통이 그대로 재연된다. 시연에 앞서 펼쳐진 택전의식에는 봉은사 스님들과 함께 대중 500여 명이 참여해 관심을 보였다.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은 “특히 봉은사는 과거부터 생전예수재와 수륙재를 양일에 걸쳐 연이어 진행한 전통이 있다. 이러한 역사를 토대로 봉은사 생전예수재가 무형문화재로 등재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 밝혔다.

스님은 “문화재로 지정된 것과 안 된 것은 ‘연속성’에서 큰 차이가 있다. 무형문화재 지정을 통해 불교 전통이 미래세대까지 전승되고 강남 한복판에서 전통문화가 여법하게 펼쳐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3월 31일 택전의식에는 수륙재 무형문화재 지정에 기여한 홍윤식 동국대 명예교수(한국불교민속학회장) 등 전문학자들이 참여했다. 홍윤식 명예교수는 “생전예수재는 단순한 불교의식을 넘어 옛 사람들이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고 참회하는 성찰의 계기였다. 친척과 친지 모두가 참여하기에 개인의식이 아니라 가족 전체의 공덕의 의미도 지닌다. 또 사회적으로 권선징악의 가치를 효율적으로 퍼트리는 공동체 의식이기도 했다”며 의미를 평가했다. 홍 명예교수는 이어 “생전예수재 봉행 기록이 남아있는 봉은사에서의 생전예수재 문화재 지정은 사회적으로 전통사찰의 문화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매년 수십만명의 외국인들과 시민들이 찾는 봉은사에서 전통문화를 정기적으로 시연하는 것은 문화 전승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생전예수재는 불자들이 살아있는 동안 본인의 재를 미리 지내는 의식으로 ‘미리(豫) 닦는(修)’ 재로 불린다. 우리나라 생전예수재는 시왕신앙이 활발했던 고려시대부터 시작돼 조선 중기에 성행했다. 현존하는 문헌 중 최초로 생전예수재가 기록된 조선 후기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경기도 광주 봉은사에서 윤달이 되면 장안의 부녀자들이 몰려들어 많은 돈을 불단에 놓고 불공을 드린다. 이 같은 행사는 달이 다가도록 계속된다. 이렇게 하면 죽어서 극락으로 간다고 믿어 사방의 노파들이 와서 정성을 다해 불공을 드린다’고 전하고 있다.

즉 현재 서울 봉은사가 한국불교문헌에 기록된 예수재의 최초 설행 도량인 것이다. 봉은사에는 1984년과 1990년에도 예수재와 수륙재를 함께 설행하기도 했다.

이에 봉은사는 서울시 중요무형문화재 추진과 함께 2017년 6월 사단법인 생전예수재보존회를 설립해 지속적인 의례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02)3218-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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