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만 장애인 시대, 불교는’① 불교 장애 인식 현주소

 

4월 5일 한국불교 대표사찰인 서울 조계사 일주문 앞에 선 양만석 혜광맹인불자회장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장애인 불자들과 함께 수십 번도 넘게 찾았던 사찰이건만, 이제야 마음 편하게 사찰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이날은 조계사 일주문에 조계사 법당과 시설물, 역사, 문화를 소개하는 시각장애인용 안내 ‘촉지도’가 세워진 날이었다.

양만석 회장은 “작은 안내도보다, 불교계가 우리 장애인 불자들에게 관심을, 신경을 써주는 것에 마음이 울컥했다”고 말했다.

장애인 불자, 사찰가도
모임, 안내 없어 ‘쓸쓸’
사찰 신행기반 단 1곳

장애인 사회활동 증가
불교계 신행활동 미약
“신심은 삶의 원동력”

최근 불교계가 휠체어 통로, 장애인 화장실 등 장애인들의 편의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지만 조계사와 같이 사찰을 안내하거나 함께 법회를 보고, 더 나아가 함께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인구 250만 시대, 불자 장애인들의 신행활동을 위해 불교계가 장애인 편의시설을 넘어 신행기반 마련, 인식 개선에도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혜광맹인불자회 회원들이 조계사 일주문 앞에 세워진 촉지도 점자안내판을 사용하고 있다.

사회 활동 늘어나는 장애인

우리나라 장애인 인구는 해마다 늘고 있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장애인들의 사회적인 활동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신 통계인 2016년 보건복지부 장애인 현황에 따르면 등록 장애인은 251만명으로 1997년 42만명, 2004년 161만명 등 매년 증가했다.

미영순 전국저시력인연합회 회장은 “등록 장애인의 폭발적인 증가는 장애 사실을 스스럼없이 밝히는 문화가 보편화되고 있는데 기인한다”고 말했다.

2016년 장애인 경제활동 참가율과 고용률도 2015년 대비 각각 1.3%포인트, 1.2%포인트 증가한 39.0%와 36.0%를 기록하는 등 사회 전반의 활동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장애인들의 활동 증가에도 불교계에서 이를 받아들이는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최근 장애인 불자 시집을 펴내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지는 콘서트를 개최한 ‘보리수아래’의 최명숙 회장은 “장애인 불자 대부분이 일회성으로 사찰 순례하기보다 오래도록 편하게 신행활동을 이어가길 원한다. 삶에서 신심은 또 다른 원동력이지만 이 바탕이 되는 불교계 기반은 미약하다”고 말했다.

조계사에 자리한 사찰 안내 촉지도

장애인 모임 있는 주요사찰 ‘1곳’

그렇다면 불교계에서는 얼마나 장애인들의 활동기반이 있을까. 본지가 4월 20일 제38회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전국 교구본사와 직영사찰, 특별분담금사찰 등 주요사찰 35곳을 조사한 결과 장애인 모임이나 법회가 진행되는 곳은 원심회가 있는 조계사 단 1곳에 불과했다. 복지법인을 통해 장애인센터나 복지관을 운영하는 곳은 수덕사, 불국사, 고운사 등 많았지만 정작 사찰 내 신행모임이 있는 곳은 극소수였다.

반면 휠체어 통로를 비롯해 장애인 화장실 등 기초적인 인프라는 문화재 사찰 등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월정사, 수덕사 등 주요사찰에 대부분 갖춰져 있었다.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은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편견을 갖지 않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조금 더 세심하게 살피는 불교의 모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계종 장애인전법단장 도륜 스님은 “장애인 불자들도 부처님 제자로 함께 신행 활동하는 도반이라는 인식이 자리했으면 한다. 대중이 함께 열린 마음으로 받아준다면 휠체어가 넘기 힘든 법당의 문턱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조계사가 4월 14일 장애인 불자들의 신심을 고취하는 장애인불자 대법회를 진행하고 정기법회로 2019년부터 매월 1회 장애인 정기법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불교계 장애인식 개선 캠페인도 함께 전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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