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기술 발전 맞춰 불교공동체도 발전

 

미세먼지가 며칠째 한반도의 하늘을 흙빛으로 덮고 있다. 거리에는 마스크를 한사람들이 넘쳐난다. 매년 봄이 되면 일시적인 황사로 고통을 겪었는데, 이제는 초미세먼지가 계절을 따지지 않고 우리에게 덮쳐오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더욱 심해질 덴데 모두들 걱정이 태산이다. 한국을 떠나고 싶다는 말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이일은 이미 예견된 일이였다. 20여년전, 생활협동조합인 한살림과 생명운동을 전개하셨던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을 찾아뵈었을 때 하신말씀이 기억에 난다. “앞으로 큰일이네, 중국에서 물건을 대량으로 만들어대면 그 많은 공장에서 나오는 매연을 우리가 다 들이마실 덴데, 걱정이네.” 그때는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그 말씀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잉여 생산물 분배 효과 지녀
공동체 상호 이익에 근간
공유 사회는 나눔과 자비실천 사회

최근에 출간된 제러미 리프킨 교수의 〈한계비용 제로사회-The zero marginal cost society〉에서 언급되었듯이 자본주의 경쟁구조가 치열해질수록, 독점적 기술혁신으로 생산성이 증가할수록 오히려 자본주의는 한계비용인 마진이 제로에 도달하면서 이윤을 유지하기 위해 독점적 구조와 싼 노동력, 대량생산의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제로 마진의 경제구조를 향해가고 있는 현재의 독점적 자본주의는 사회를 멍들게 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너무도 많은 상품들로 둘러 쌓여있다. 매일 TV쇼핑몰에서는 너무도 저렴한 물건을 마구 팔아대고 있다. 결국 모든 집에 쌓여가는 것이 상품들이며 이제는 옷들도 일회용품 같이 쓰다가 버리는 세상이 되었다. 특히, 중저가 의류의 경우 현재 80% 이상이 중국에서 제조되고 있고, 다른 상품들도 거의 중국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현재 중국은 세계의 공장지대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미세먼지의 고통은 ‘쓰고 버리는 대량소비, 대량생산의 사회’에서는 해결될 수 없는 과제인 것이다. 이제, 소비의 시대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란 용어는 로렌스 레식 교수가 2008년 처음 사용한 용어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유 대신 필요에 따라 서로 공유하는 경제활동을 말한다. 2008년은 리먼브라더스 투자은행이 650조원의 엄청난 부실대출로 파산하며 세계경제에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만들었던 시기이다. 금융자본가들의 부도덕한 민낯을 적난하게 보여준 사건으로 수많은 사람을 빚더미에 쌓이게 하였다. 결국, 세계의 경제는 저성장, 취업난, 가계소득 저하, 빈부격차 등의 심각한 사회문제를 발생하게 되었고,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 생겨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런 미국 금융위기 이후 소비자들은 물품의 교환, 대여, 임대 등에 대해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협력적 소비(Collaborative consumption)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소비운동은 환경운동가들에 의해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으며, 단순히 비용절감 만을 위해 활동한 것은 아니었다. 일본은 이미 1974년 ‘쓰고 버리는 시대를 생각하는 모임’이 결성되어 40여년 동안 대량소비, 대량생산에 따른 문제점을 알리는 활동을 계속 해오고 있었다.

공유경제는 합리적 소비를 통해 과잉생산으로 인한 잉여물과 과잉소비로 인한 환경문제를 개선하는 효과도 있는 것이다. 또한 지속가능한 공동체 운동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나타나면서 공유경제는 한발 더 나아가 협력적 공유사회(Collaborative commons)라는 새로운 경제사회 시스템을 만들려하고 있다. 즉 21세기는 자본주의를 넘어서 공존과 협업, 수평적 네트워크, 협동조합 및 사회적 기업, 대안화폐, 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공동체 사회를 펼쳐나가려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시대가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공유경제는 제품 및 물품교환서비스와 협력적 커뮤니티 제공 서비스에서 시작되어 금융, 인력, 교육, 에너지 등 매우 다양한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다. 그중에서 내가 처음 체험한 사례는 7년전 마포 성미산에서 시작된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이라는 Share-house개념으로 주택 공유사업이었다. 비싼 집값과 아이 돌봄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공간을 공유하여 비용을 절약하는 멋진 생각이었다. 지금은 다양한 업체들이 뛰어들어 기업형 셰어하우스, 공유오피스 등 여러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숙박공유서비스인 에어비엔비(AirB&B)는 외국에 여행가면서 두 번 이용했는데 비용절감 및 색다른 문화체험을 할 수 있었다. 이런 장점으로 2008년에 설립되어 190개국 34,000개 도시에 150만개의 숙소 목록이 있으며, 현재 기업가치가 250억 달러의 플랫폼 회사로 성장했다. 더욱이 2009년에 설립된 우버(Uber)는 차량 공유업체로 유명한데 현재 기업가치가 690억 달러로 GM, Ford, Honda 회사보다 더 큰 기업이 되었다. 협력적 소비는 북미와 유럽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꾸준히 성장해왔다. 영국의 보고서에 의하면 2017년 영국 성인 4명중 1명은 온라인에서 협력적 소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교토시 경우 공유경제의 실험장이 되고 있다. 40여개 대학이 밀집한 교토시는 13%에 해당하는 빈집을 셰어하우스로 개조해 대학생 및 예술가들이 싸게 활용하고 있으며, 입주자끼리 교류가 늘어나면서 구시가지는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또한 이동수단도 커뮤니티 자전거를 활성화해서 대학 캠퍼스에 스마트 앱을 이용한 무료 자전거 공유를 시작했다. 이런 공유경제의 확대는 구성원간의 신뢰를 높이는 공동체 의식을 회복함으로서 사회를 밝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시 역시 2012년 ‘공유도시 서울’을 선언하면서 공유경제를 촉진하는 조례를 제정하였고, 민관 공동으로 공유촉진위원회 및 공유허브 사이트를 구축해 공유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는 ‘물건, 공간, 지식, 정보 등의 공유를 위해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물건공유는 카셰어링, 공구도서관, 공유서가, 아이옷-정장 공유 등을 시행하고 있고, 공간 공유는 공공시설, 옥상, 주차장, 도시민박, 도시텃밭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지식공유는 서울e-품앗이, 휴먼라이브러리, 여행 및 재능공유 등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문제점들도 들어나고 있다. 기존의 실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공유자동차 기업인 우버는 개인택시의 기본요금보다 30% 이하로 저렴하게 하면서 기존 택시업계를 흔들고 있다. 또한 에어비엔비 역시 막대한 수수료를 집주인과 이용자에게 받고 있지만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당사자 간의 해결을 원칙으로 하면서 수익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협력적 소비모델의 공유사회에 대한 정체성과 가치 의식을 잃어가고 있다. IT 정보의 독점과 집중화가 공유사회의 본질적 가치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이런 IT정보의 독점과 중앙집중식 서버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새로운 공유기술인 블록체인이 새로운 인터넷 혁명을 불러오고 있다. 기존의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네이버 등의 정보 독점기업들의 중앙집중식 서버운영의 횡포를 막아내기 위해 개인과 개인의 네트워크인 P2P(person to person)를 기반으로 한 분산형 신뢰 네트워크인 블록체인 기술이 새로운 공유사회를 꿈꾸며 확산되고 있다. 수수료 없는 사회, 정보독점 없는 사회, 개인의 정보를 존중하는 사회를 지향하며 우버, 에어비엔비, 은행 등을 대신할 공유기업을 창업하여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탈중앙화를 내걸고 새로운 디지털 박애주의 꿈꾸며 제러미 교수가 언급한 협력 적 공유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서양의 자본주의는 경쟁사회를 기초로 물신주의를 자극하여 외향적인 발전을 해왔다. 물론 인간의 삶을 물질적으로 향상시킨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자본의 독점을 가속시키고 경쟁사회를 부추겨서 삶의 질을 높이기보다는 개인주의 확대와 빈부격차에 의한 정신적 갈등을 증폭시킴으로서 고통스런 삶과 경쟁을 위한 분쟁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서양의 물신주의를 다시 생각해봐야한다.

동양의 가치관은 농경사회를 기초로 하고 있어 공동체적 의식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특히 불교의 세계관은 모든 개인과 개인, 모든 만물과 만물이 서로 연결된 관계의 인드라망 생명공동체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부처님이 깨달은 연기론 역시 세상의 모든 만물이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모두 관계되고 순환하여 비록 미약한 티끌이라도 온 우주의 선물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경쟁적 자본주의와 중앙집중식의 독점주의는 인간의 삶을 파괴하고 사람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사회인 것이다. 부처님은 인간의 고뇌를 깊이 체험하고 깨달으면서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모두가 한 뿌리에서 시작되었으며 모두가 서로 연결된 관계의 인드라망 임을 깨달아 서로 존중하는 공동체적 인식을 가질 때만이 삶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또한 2010년 입적하신 법정 스님은 물신주의에 고통받는 우리에게 아름다운 무소유의 삶을 보여주고 떠나셨다. 고도성장과 쓰다 버리는 물질 만능의 황량한 우리사회에 촉촉이 적셔주는 샘물 같은 모습과 말씀을 남기셨다.

“우리가 필요에 의해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

내일도 미세먼지와 황사가 다시 우리에게 닦아온다. 그동안 우리도 모르는 사이 퍼져버린 물질문명의 풍요는 이제 불안과 절망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라도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생명공동체를 위해 다시 생각해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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