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송 ‘숲의 춤(Dance of the Forest)’ 展 한벽원미술관 4월 5일까지

이종송 作 ‘Dance of the Forest’ 91×95, 2018

 

산수화·조형·영상 등 50여 점
느낌·사실성 모두 충실
흙벽화와 프레스코 기법 점목
나무·숲 움직임 춤으로 표현


한국 산수화의 지평을 넓혀온 이종송의 전시가 한벽원미술관에서 4월 5일까지 열린다. 이 작가는 전통 흙벽화와 서구의 프레스코 기법을 30여 년 동안 연구하여 자신의 현대적 기법으로 표현해왔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은 이전 작업과의 연결성이 뚜렷한 작품들로, 드로잉과 조형물, 판화, 영상물, 새로 작업한 5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종승은 1990년대 초부터 ‘움직이는 산’을 테마로 한 산수화의 창작에 매진해왔다. 1990년대 중반까지 그의 작품은 지금의 그림과는 사뭇 다른 것으로, 추상성이 매우 강한 그림이었다.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운 기하학적 형태, 먹의 농담과 번짐의 활용, 입체적인 나무판을 이용한 부조적인 화면 등은 당시 그의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들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그의 작업은 보다 자연주의적으로 변모했다. 실제 풍경에서 받은 감흥을 편안한 시각과 필치로 그리기 시작했고, 이를 특유의 흙벽화 기법에 접목시켰다. 이후 그의 작품은 자신의 마음 한 부분을 풀어낸 듯이 편안해졌고,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담기 시작했다. 온 우주의 이치와 원리를 함축하고 있는 자연을 끊임없이 접하고, 경험하고, 느끼고, 이를 화폭에 담아냄으로써 정형화되고 박제화 되지 않은, 살아 숨 쉬는 또 다른 자연을 재현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 역시 이전 작업과의 연결성이 뚜렷하다. 주변의 아름답고 생동감 넘치는 자연을 작가 특유의 긍정적인 시각으로 질박하면서도 화사한 벽화 기법으로 그려내고 있다. 자연에서 받은 감흥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면서도 시각적 사실성만을 지향하지 않는 이 작가는 겸재 정선의 그림과 닮아있다. 정선 역시 실제 경치를 다루되 그 경치를 눈에 보이는 그대로 다루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느낀 바에 따라 강조할 것은 강조하고, 생략할 것들은 생략했으며, 변형시켜야 할 것들은 변형을 시도했다. 이 역시 이종송의 그림과 궤를 같이 한다. 그 느낌을 최대한 살리되 실제 경치를 그린다기 보다는 경치로부터 받은 감흥을 산과 물, 나무의 모습을 빌어 표현하는 것이다.
“난 느낌이 없으면 사생하지 않습니다. 느낌이 나로 하여금 스케치북을 펼치게 만들 뿐이죠. 나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은 바로 현장에서 사생할 때입니다.”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한 이 작가이지만 그는 자연의 원래 형태도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한 생각은 그의 그림에 그대로 투영되는데, 그의 작품이 꼼꼼한 세필로 그린 풍경화나 천연색의 사진보다 더 자연답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이번 신작에서는 춤추는 자연의 모습이 새롭게 등장한다. 과거 그의 작품은 ‘움직이는 산’, 즉 순환하는 자연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고 움직이는 작가의 시선과 감흥이 응축된 것이었다. 이번 그림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연의 춤이 테마로 등장한다. 작가는 바람 부는 숲의 움직임에서 사람의 모습을 발견했다. 작가는 나무의 움직임과 숲의 움직임을 함께 표현했다. 산이 숲이 되고 숲이 나무가 되고 나무가 사람이 되는 생명의 순환 고리를 보여준다. 화면 속에서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듯한 나무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흥겹게 춤을 추는 나무는 나무가 아닌 사람으로도 보인다. 시각적으로 남성, 여성의 실루엣이 느껴지기도 한다. 작가는 어느 날 현장에서 자연을 관찰하고 사생하던 중, 묘하게 자연과 하나가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오랜 시간 자연 안으로 들어가 있었던 덕분에 상당 부분 동화가 된 듯하다. 실제로 그의 곁으로 야생동물들이 별 두려움 없이 다가오기도 했다고 한다. 일종의 ‘자연과의 합일’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춤추는 나무, 춤추는 자연의 모습은 바로 작가의 이러한 당시의 감흥의 표현이다. 이제 자연에서 받은 느낌을 그리는 것을 넘어서 자연과 하나 된 인간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춤추는 나무의 모습은 자연의 모습이기도 하고, 작가의 모습이기도 하고, 또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자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종송 화백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건국대학교 글로컬 캠퍼스 회화과에 재직 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초ㆍ중ㆍ고 미술교과서에 그의 작품이 수록되어있다. 40 여 회의 국내외 개인전과 200여 회의 국내외 단체전에 출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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