⑫ 마음법

마음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가 보다. 색성향미촉법을 보는 마음을 안식, 이식, 비식……. 법식 등으로 이야기 하는데, 이러한 마음들을 현재의식이라 하기도 하고 제6식이라고도 한다. 전에 말씀드렸던 반지에 대한 애착심, 사람에 대한 애착심은 현재의식이요 제6식의 마음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마음에는 현재의식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잠재의식도 있다. 잠재의식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잠재의식 더 깊숙한 곳에 불성(佛性)이라는 마음도 있다. 이 불성을 부처님께서는 반야심경에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불감이라고 하시지 않았던가.

무엇이 잠재의식인가? 우리나라 속담에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열길 물속을 볼 수 있는 마음을 겉마음, 즉 현재의식을 말하는 것이고, 한길 사람 속을 모른다는 사람의 마음이 곧 속마음, 즉 잠재의식인 것이다.

현재의식, 즉 안식, 이식, 비식 등 6식의 겉마음은 색성향미촉법에 붙어 각종 알음알이를 내는데, 그 알음알이를 부처님께 바치게 된다면 속마음이 드러나게 된다. 현재의식을 겉마음이라 한다면 잠재의식을 속마음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사람의 속마음 이것은 곧 7식이 된다. 평소에 아주 부드럽게 느껴졌던 사람도 꿈속에 가끔 무서운 얼굴로 등장하는 것을 보는데 이때 사람들은 저 부드러운 사람이 어째서 꿈속에는 그리 두렵게 보일까? 라고 하며 의아해 한다. 부드러운 얼굴은 그의 겉마음이라면 꿈속에 보이는 무서운 얼굴은 자신의 선입견이 소멸된 지혜로 본 상대의 모습이요, 정확히 말하면 그와 맺은 전생의 업보가 되는 것이다.

현재의식은 우리의 주위 환경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기에 무력하기 짝이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아무리 간절히 원한다하여도 이 원하는 마음은 주위에 영향을 미치어 어떤 결과를 이끌어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위 환경에 영향을 받는 종속적 특징의 이 마음은 무엇을 이루는 힘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잠재의식은 모든 것을 이루는 힘이 있다. 잠재의식은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 다 이룬다. 왜냐하면 잠재의식은 주위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기에 변덕스럽지 않고 변덕스럽지 않은 마음은 원하는 그대로 모든 것을 성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엄경의 말씀처럼 심여공화사(心如工畵師) 능화제세간 (能畵諸世間)인 것이다.

우리의 잠재의식은 시시각각으로 소원 성취한다. 우리의 현재의식이 시시각각으로 소원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잠재의식이 시시각각으로 소원성취하는 것이며, 늘 자신의 길흉화복을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보살의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보살의 마음은 우리의 현재의식처럼 변덕스럽지도 아니하고 잠재의식처럼 이기적도 아닌 것이다.

현재의식도 잠재의식도 초월한 마음 곧 불성이 드러난 마음, 이것이 보살의 마음인 것이다. 보살의 마음은 모든 상()을 떠난 마음, 모든 사람과 사물에 붙은 마음을 다 떼어낸 마음이기에 부처님처럼 길흉화복을 좌지우지하고 산하대지를 마음대로 배치하는 것이다.

자신이 극본을 잘 쓰는 사람이고, 또 돈도 많이 있어 영화를 제작 하며 감독까지 한다고 상상해 보자.

보살과 중생은 어떻게 다른가? 보살은 자신이 쓴 극본에 의해 이 세상이 전개됨을 알고 세상을 사는 것이며, 중생은 자신이 쓴 극본에 의해 이 세상이 진행된 줄 모르고 세상을 사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이 세상이 자신의 마음이 극본을 쓰고 감독을 하고 연출을 한 허상의 세상이라고 알게 되면 그에게는 일찍이 어려운 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모든 불행은 일시에 사라지게 될 것이다. 모든 무지무능은 다 허상임을 알게 될 것이며 자신은 비로소 되돌아온 탕자임을 깨닫게 되고 부처님 세계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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