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 성추행혐의로 1심서 실형을 선고받은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이 시국성명을 낸 원로들에게 대화를 제안했지만 실상은 변명으로 얼룩진 불통의 장이었다. 선학원 이사회가 원로들에게 보낸 공문을 훑어보면 모양새는 그럴싸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이미 그 안에 초청자 자격을 현직 창건주와 분원장으로 제한하고 있다. 결국 시국성명에 39명이 참여했지만 회의장에 출입 가능한 스님은 10여 명에 불과했다. 이는 이사회가 선학원 구성원을 대중이 아닌 창건주와 분원장으로 제한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물론 문제가 이것뿐이었다면 비난도 함께 그쳤을 것이다.

원로들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법진 스님은 자신에게 잘못이 없음을 주장했다. 성추행 혐의 또한 법원의 잘못된 판결임을 강조했다.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 사회법에 의지하는 일반적인 종교인의 자세와는 반대되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밤늦게 여직원을 불러내 목적지도 밝히지 않고 강원도로 달려가 변복하고 음주한 일은 스님으로서 바른 자세인가. 그렇게 떳떳한 법진 스님은 대리인을 통해 합의금 1500만원을 제시했다.

또한 조계종과의 관계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악화됐음에도 선학원을 대표하는 법진 스님은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에 관심 갖지 않았다. 다음 달 전국분원장회의서 자신의 거취를 표명하겠다고 밝혔지만 또다시 사표만 던진 채 책임을 다했다고 면피한다면 선학원 정상화 가능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일선 분원들이 겪는 어려움에 귀 기울이고, 제대로 된 해결책 모색에 나서길 바란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