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사는 보통 사람들의 삶이 매우 팍팍하다고 한다. 한 시중 은행이 발표한 ‘2018 보통사람 금융생활보고서에 의하면, 전세 거주자가 서울의 아파트를 구입하는데 21년이 걸리고, 월세 거주자는 40년이 걸린다고 한다. 또한 가구소득은 낮아졌고 허리띠 졸라매고 소비를 줄였지만 가계부채는 오히려 늘어났다. 반면 고소득층의 주식과 펀드 수입은 높아져가고 있다. 양극화의 고착현상이 그대로 나타난다. 자본의 사회에서 돈이 차지하는 비율은 절대적이다. 생존의 밑바닥에서부터 교육 등 자기실현의 여러 단계에 이르기까지 돈의 역할과 위력은 대단하다.

한국인은 불행하다고 한다. 영국의 신경제재단(NEP)등 세계 유수의 기구들의 발표에 의하면 한국인의 행복도는 중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또한 자살율, 이혼율, 40대 남성 돌연사율, 직장 스트레스 등이 OECD국가 중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삶의 질에 대한 세계적 연구가인 디너(Ed. Diener)교수는 한국인의 불행 원인을 세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방영준 성신여대 명예교수.

시중 은행 발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구입까지 21년 걸려
소비 줄였음에도 가계부채 늘어나

세계 석학 꼽은 한국인 불행 원인
물신화·만족 못 하는 삶·경쟁사회
결국 돈이 우리 행복 저해 주인공

바른 사회 구현위해 돈의 흐름 중요
돈 다스리기, 탐진치 다스림과 유사
스스로 함정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물질적 가치에 과도하게 치중하여 화폐의 노예가 되었고, 기대의 과도화로 생활환경에 대한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으며, 치열한 경쟁적 삶으로 인해 인간관계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다는 것이다. 단정적인 평가에 저항감도 들지만 돈이 한국인의 행복을 저해하는 주인공임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돈은 행복의 초석으로 볼 수 있다. 춥고 배고프고 병들면 행복은 불가능하다. 돈이 없으면 불행하다. 그런데 삶의 객관적 지표로 보면 한국의 생존적 구비조건은 세계적으로 높은 편에 속한다. 그런데 한국인은 왜 불행을 많이 느끼는가? 돈은 삶의 여정에 필요한 수단적 가치이다. 부자가 되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부자가 되면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고 어려운 이웃과 사회에 많은 도움을 줄 수 기회를 가지게 된다. 마크 저커버그나 스티브 잡스 같은 경우이다.

그러나 부자가 돈 버는 것을 목적으로 할 때 그 부자는 불행해 질 것이다. 돈의 수단적 가치가 목적적 가치로 전도될 때 돈은 사람을 불행케 만든다. 돈은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을 가지고 있어 끝없는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는 돈과 물질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 욕망의 수레바퀴에 짓밟히지 않도록 경고하는 것이리라.

행복하고 바른 사회는 우리의 이상이다. 이 이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돈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돈의 흐름이 왜곡되지 않고 바르게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 돈의 흐름 문제는 사회정의 구현의 제일 큰 과제다. , 배분적 정의와 기회구조의 불평등 문제, 그리고 경쟁규칙의 불평등 등이 큰 과제로 떠오른다. 한국 불교의 공업(共業)적 과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이 과제는 인간이 함께 살면서 해결할 영원한 과제로 계속 등장할 것이다. 시지프의 운명처럼.

급한 것은 내 자신이 부자가 못되고 가난하더라도 행복하고 뜻있게 사는 지혜를 찾는 것이다. 여기에 붓다의 가르침이 있다. 탐진치(貪瞋痴)는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세 가지 독()이다. 오늘날 돈은 탐진치를 일으키는 제일 큰 요인이다. 돈을 어떻게 다스리느냐 하는 문제는 탐진치를 다스리는 문제와 연결된다.

돈의 노예가 되지 않는 것은 무명(無明)을 넘어서는 팔정도(八正道)의 수행을 요구하는 것이니 그 무게를 어찌 감당하랴. 그래도 돈이 부족해 불편을 느끼더라도 불행해지고 싶지는 않으니 돈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정신줄을 놓치지 말아야겠다. 붓다의 가르침을 되새기면서. 옛날 옛적 원시 공동체 사회에서는 돈 걱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니 그런 시대가 오기는 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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