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례/이성운 지음/조계종출판사 펴냄/1만 8천원

 

불교의례, 그 몸짓의 철학은 의례의 순서나 방법을 알려주는 의례집이 아니라, 의례에 담긴 의미와 문제를 살피는 철학서다. 또 의례의 상황별 광략에 따라 소리를 짓고 쓸기도 하여 문파마다 의식문의 차이가 생긴 전승의 문제에 화두를 던지는 문제작이기도 하다.

저자는 의례 설행이나 의문의 전승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놓치지 않고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이런 문제 제기가 다소 아프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오늘날에도 여전히 분분하게 논의되는 철학적 견해에 대한 것들이기에 오랫동안 의례 현장서 불교의례를 연구하는 저자의 이런 노력과 시도가 더 의미 깊다고 하겠다.

깨달음을 향한 몸짓, 불교의례
불교 현실적 실천이 바로 의례다

불교예경의 처음을 삼귀의로 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 대해 크게 의심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수계의식적인 측면을 제외하고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부처님 혹은 불교와의 만남은 대개 예경으로 시작한다. 삼귀의에는 인사에 관련한 서술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 ‘귀의에 공경의 의미와 예경의 의미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예경의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불교의례라고 하면 스님들만 하는 것이라고, 좀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불교의례, 그 몸짓의 철학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절에 가서 인사를 드리고, 참선 하고, 공양을 올리는 일상적인 행위가 모두 의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삼귀의를 할 때 스님들께 귀의합니다라고 하는데, 그때 스님들이라고 하는 것이 바른가, ‘승가라고 해야 할 것인가, 그도 아니면 참모임이라고 할 것인가. 또 대웅전에 예경할 때도 각단 존상에 예경할 때처럼 모신 존상의 명호를 부르면서 예경하는 것이 예의가 아닌가. 49일간의 중음기간 그리고 재탄생의 길을 떠난다고 보는 불교적 윤회관에서, 매년 기일에 모시는 조상신관과는 어떤 차이가 있으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등, 이 책은 우리가 신행 과정에서 쉽게 접하는 의례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의례 설행 그 너머의 문제까지도 깊이 그리고 함께 생각할 수 있도록 펼쳐진 법석이라고 하겠다.

진리를 구하는 구법의 몸짓은 수행의례로 나타나고, 중생을 교화하는 몸짓은 공양과 시식의례로 드러난다. 구법과 교화의 의례는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라는 불교의 교리와 정신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역사와 설화 등 전통문화까지 고스란히 담은 우리 문화의 중요한 보고라고 하겠다. 이런 소중한 의례를 바르게 실천하는 것은 불교수행의 완성이다. 열심히 기도하고 염불하는 것만큼 의례에 대해 제대로 알고 바르게 설행하는 것이 깨달음에 한발 더 다가가는 일이라고 불교의례, 그 몸짓의 철학은 말한다.

불교의례, 그 몸짓의 철학는 법회의 시작인 귀의부터 수행, 공양, 시식을 거쳐 사후에 올리는 귀환의 몸짓인 다비까지, 전체 총 5부에 걸쳐 소개한다. 1부는 귀의편으로,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청정한 대중에게 귀의하는 몸짓의 의미와 그를 대표하는 삼귀의, 예경, 수계에 대한 이야기다. 특히 아침저녁 예불의식으로 정착된 칠정례에 대한 논의를 중심에 두고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2부는 괴로움서 벗어나 해탈을 이루는 수행의 몸짓, 그 과정을 탐구한다. 진언과 송주, 염불과 예참, 좌선 그리고 출정(出定) 이후 수행자의 몸짓에 대해서 알아본다. 3부에서는 불교의 대표적인 공양의례인 불공에 대해서 알아본다. 공양에는 부처님께 바쳐 올리는 공양으로 널리 알려진 육법공양, 향에서 공양물이 나와 일체 성현들께 공양을 올리는 것을 마음속으로 관상하는 운심공양이 있다.

4부서는 고통에 빠진 불특정 다수에게 보시를 베푸는 시식의식의 구조와 의미 그리고 그것이 장치되어온 역사 등에 대해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본질을 찾는다. 한국과 중국에서 시식의식은 비교적 그 원형이 잘 보존되었음에도 유학을 숭상한 문화로 인해 대승불교의 육바라밀을 실천하는 몸짓이라기보다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의식으로 그 의미가 축소되었다. 마지막 5부에서는 주검을 처리하는 불교의례인 장례와 다비를 톺아본다. 관혼상제 같은 생활의례 중 불교에 남은 가장 정교한 의례가 장례의식이다. 전통 불교 다비작법은 대사스님이 열반하였을 때 쓰이던 것이었지만, 조선 중후기를 지나며 불교 일반장례법으로 정착되어 심지어 재가불자들의 장례에도 적용되며 현실적이지 못하게 되었다. 이 장에서는 임종과 장례, 봉안으로 나누어 불교의 몸짓을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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