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문화재硏·경주博, 사천왕사 녹유신장상 특집 진열

일제에 의해 수습된 하단부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발굴한 상단부 파편을 합쳐서 복원된 ‘왼손에 칼을 든 녹유신장상’의 모습. 경주 사천왕사지 발굴이 시작된 지 100년만에 이뤄진 성과다.

1915년 일본인 아유카이 후사노신(鮎貝房之進)은 경주의 한 절터서 특이한 석편을 수습한다. 녹유로 만들어진 신장상석편이었고, 세 종류의 벽전은 무엇인지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부서져 있었다. 하지만, 큰 눈과 콧수염, 날개가 달린 투구와 화려한 갑옷, 신발 또는 맨발로 칼 혹은 화살을 든 세 신장의 모습은 범상치 않은 문화재임을 알게 했다. 폐사된 경주 사천왕사가 다시 세상에 인식된 순간이다.

이후 조선총독부는 1918년에 사천왕사 발굴을 개시했고 1922년부터 ‘고적발굴조사사업’의 하나로 본격적인 발굴을 진행했다.

1915년 일본인에 의해 발견된 後
조선총독부가 1918년 발굴 시작해
2006년부터 사지 정밀조사 본격화
200여 녹유상 파편 3D스캔 복원
오는 8월 5일까지 일반에 공개해

경주 사천왕사지 발굴이 개시된 100년 만에 녹유신장상이 제 모습을 찾아 대중에게 공개된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이종훈)와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유병하)은 공동으로 사천왕사 녹유신장상(四天王寺 綠釉神將像)의 3가지 유형을 3월 15일부터 8월 5일까지 국립경주박물관 신라미술관 1층에 특집 진열한다.

올해는 경주 사천왕사지 발굴이 시작된 지 100년이 되는 해로, 이번 전시는 100년의 시간동안 각각 다른 기관에 떨어져 보관되던 7점의 파편을 처음으로 복원해 최초로 공개하는 자리여서 의미가 깊다.

사천왕사는 679년에 문무왕(재위 661~681년)이 경주 낭산 신유림(狼山 神遊林)에 건립한 호국사찰이다. 낭산 신유림은 신라를 공격하는 당나라의 해군을 막기 위해 명랑(明朗)대사가 밀교 의식을 설행한 곳이기에 사천왕사는 신라의 중요한 성소이기도 했다. 사찰은 고려 초까지 번성했지만 고려 말부터 쇠락하여 조선 시대에 폐사됐다.

일제에 의해 다시 인식되기 시작했지만, 이는 조선총독부의 필요에 따라 이루어진 발굴로 사찰과 녹유신장상에 대한 정보를 축적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본격적인 연구 조사는 광복 이후부터 이뤄진다. 발굴 자료와 연구 결과를 토대로 벽전 파편을 조립한 결과, 최소 두 종류의 신장(왼손에 칼을 든 신장과 활과 화살을 든 신장)을 확인했다. 이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체계적이고 정밀한 발굴을 진행하고, 200여 점의 파편을 3D 스캔해 세 종류의 신장을 복원했다.

또한, 이 벽전들이 사천왕사지 동·서 목탑 기단 벽면을 장식했음도 밝혔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사천왕사 녹유신장벽전은 세 종류가 한 묶음으로 탑 한 면에 두 묶음씩 동·서 목탑 기단에 16개의 묶음으로 배치됐다”며 “벽전의 총 수는 48점임이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발굴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일제강점기에 수습돼 국립경주박물관서 보관 중이던 ‘왼손에 칼을 든 녹유신장상’의 하단부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서탑지 북편서 발굴한 상단부 6점이 같은 상이었던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소는 “지난해 7점의 파편을 조립하고 빠진 부분은 같은 유형의 ‘왼손에 칼을 든 녹유신장상’ 파편을 참고하여 이 벽전을 복원했다”면서 “이는 정밀한 발굴과 복원 과정의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전시되는 것 중 하나도 발굴 시작 100년만에 최초로 제 모습을 찾은 ‘왼손에 칼을 든 녹유신장상’이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사천왕사의 건립과 100년에 걸친 녹유신장상의 발굴 조사 약사(略史),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정밀한 발굴 과정 등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전시에 나온 녹유신장벽전 뿐 아니라 월지관의 ‘월지 출토 금동판불상’(보물 제1475호)과 신라미술관의 ‘감은사지 서삼층석탑 출토 사리장엄구’(보물 제366호) 사리외함을 함께 관람하면 신라인의 불교문화의 우수성을 한 눈에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전시 설명회는 매주 수요일 오후 2시부터 2시 30분까지 신라미술관 1층 불교미술 제1실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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