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 승만경

〈승만경〉은 여성으로써 부처님께 수기를 받고 사자후, 즉 설법을 한 경전으로 〈유마경〉과 더불어 재가자의 설법으로 쌍벽을 이루고 있다.

한글대장경 〈대보적경〉119권 48 승만부인회(勝滿夫人會)와 〈무량청정평등각경〉, 〈승만사자후일승대방편방광경(勝滿獅子吼一乘大方便方光經)〉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승대방편의 뜻을 사자후, 즉 설법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멋있다. 부처님의 법에는 모든 생명은 평등하다고 했지만 그들이 속한 사회구조 속에선 여전히 카스트제도가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성의 지위 또한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부처님의 일체중생실유불성의 평등론에 입각한 양성평등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사회가 변해야 했다. 그것은 긴 기다림이란 시간을 필요로 했다.

〈승만경〉에 등장하는 여성평등의 관점은 초기 대승경전인 법화경시대를 지나고 중기 대승경전시대에 드디어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다. 부처님 당시에도 여러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경전은 많다. 그러나 이 경은 승만이 부처님을 만나 수기를 받고 감동하며 청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불자의 길, 가장 청정한 여래의 모습을 갖추기 위한 수행(如來藏)을 부처님 앞에서 맹세하고 서원하며 그 수행에 관한 가르침을 간절하게 우리들에게 설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불자의 7-80%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불자들은 이 경을 통해 우리들의 자녀들이 행복한 세상을 살아가도록 기성세대로서 맑고 청정하고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집중하며 읽기를 권한다.

승만은 코살라국 사위성 파사익왕과 말리부인의 딸로 아유타국 우칭왕과 결혼하여 부모곁을 떠났다. 아버지는 부처님을 만나 인생이 풍요로워지고 행복해지고 나니 시집가서 잘 만날 수 없는 딸이 생각나고 그리움에 사무쳤다. 총명한 승만이 부처님을 만나면 더욱 지혜롭고 행복해 질 것이라 여겨 궁녀를 통해 편지를 보낸다. 승만은 부모님의 편지를 이마에 대고 기뻐하며 노래한다.

“부처님 큰 공덕 내가 듣기론 이 세상에 참으로 희유하온 일, 편지 사연 진실로 그러하다면 반드시 공양해야 하리라. 거룩한 부처님! 세상을 이익하려 출현하셨다면 가련한 이 몸을 어여삐 여기시어 빛나는 그 모습 보여주소서.” 그러자 부처님께서 가피하시어 승만 앞에 나타나 광명을 널리 비추시니 왕궁의 모든 이들이 놀라 감동하며 부처님 발에 엎드려 예경하고 귀의하였다.

승만이 다음 생에서도 지금처럼 부처님 뵙고 가르침을 듣고 싶다고 한다.

“승만이여, 내가 이미 오래전에 너를 위하여 정법을 깨닫게 했고 오늘 다시 너를 만난 것처럼 다음 생에도 우리는 또 만날 것이다. 한량없는 부처님께 공양하며 가르침을 수행하여 보광여래가 될 것이다.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은 행복이 가득하여 모두 대승에 나아가니 대승을 배우는 이들은 그곳에 태어난다.”

부처님과 승만의 대화를 듣고 있는 모든 이들이 다 그곳에서 태어나고 싶다고 청하자 부처님은 모두 그 국토에 태어날 수 있다고 한다.

승만이 부처님 은혜에 감사하며 10가지 원을 세우니 대승의 수행을 하는 동안 반드시 실천할 것을 맹세하는 것이다. 동시에 부처님께 큰 계를 받았다고 해서 십대수(十大受)라 부른다.

“부처님, 저는 깨달음을 성취할 때까지 계를 지키고, 스승에게 교만한 마음을 내지 않으며, 언제나 성내는 마음을 내지 않으며, 다른 이의 모습이나 장신구를 질투하지 않으며, 아낌없이 보시하며, 재산이 모이면 반드시 어려운 이들을 돕겠으며, 무주상의 마음으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고, 가난, 병고, 옥고를 치루는 어려운 이들을 항상 구제하며, 정법을 언제나 잊지 않고 정진하겠나이다.”

이 십대원이 이루어지기 위해 정법을 아는 지혜를 반드시 얻고, 이것을 중생을 위해 설법하며 , 항상 정법보호를 위해 목숨을 건다는 3가지 서원을 세운다. 〈승만경〉에서 청정한 사회는 청정한 자성인 여래의 성품을 찾는 길에 있다고 말한다. 모두가 부처님이면 누가 부정한 악인의 삶을 살겠는가 모두가 부처님이 되는 것이 행복한 일이라고 이 경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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