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사실 폭로 이후 성폭력 고발이 문화계를 중심으로 쏟아져 나오더니, 급기야 종교계까지 이어졌다. 정의구현사제단에 소속된 천주교 수원교구의 유명한 한 신부가 ‘내가 내 몸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네가 이해를 좀 해달라’며 선교활동을 함께 하던 외국에서, 함께 자원봉사를 하던 여성 신자를 성폭력하려 했단다. 피해자는 이 사실을 다른 신부에게 알렸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고, 7년 동안 괴로워하다가 최근 미투(Me too)운동을 접하면서 용기를 냈다고 한다.

천주교 신부 성추행 고발로
미투 운동, 종교계 확산 조짐
이는 불교도 다를 바가 없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성폭력은
젠더가 매개화된 폭력이지만
종교계 성폭력은 층위가 다양

범계, 종법·계율 엄히 적용 처벌
자기 자신도 가해자·방관자 였나
스스로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어렵게 말을 꺼낸 피해 여성 신도는 자신의 종교를 사랑하기에,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가해자 신부를 처벌해달라고 했다. 또한 침묵하는 다수의 피해자들이 더 있을 거라며, 교구 내 성폭력 전수조사와 함께 신부들을 대상으로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성직자에 의한 여성신자 성폭력의 심각성은 비단 천주교만의 문제가 아니며, 불교도 다를 바가 없다. 

이는 남성 중심 가부장적 사회에서 성폭력은 기본적으로 젠더(남성 vs 여성)가 매개된 폭력으로, ‘감히 여자가’라고는 말하지만 ‘감히 남자가’라고는 말하지 않는 이치이다. 그런데 성직자의 여성신도 성폭력은 젠더뿐만 아니라 신분, 연령, 직위 등 다층적인 억압 장치들이 매개되었음을 보여준다. 성별 위계가 신분 위계와 연결되어 여성을 차별하는 현실은 조계종단에서도 볼 수 있다. 조계종단은 총무원장은 물론 교육원장, 포교원장 등 종단의 지도자는 능력 여부를 떠나서 반드시 ‘비구’여야 하고, 여성 신도는 사찰 내에서 공양간 봉사자나 시주자로 역할을 한다.

또한 종단 관련 단체에서 비구 스님과 여성 신도는 직장상사와 여직원이라는 업무상 위계가 성립됨과 동시에, 지도법사와 신도라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형성된다. 이처럼 성별 권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위계가 종횡으로 얽혀있는 속에서 성폭력에 노출되면, 피해 여성이 혼자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설령 성폭력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가해자는 권력과 지위를 동원해서 사실을 부정, 은폐 혹은 축소하거나, 피해 여성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기도 한다.

불교계 출가자의 성폭력은 가해자의 개인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사찰이라는 수행공동체를 파괴하고, 교단의 명예를 실추시키며, 불법을 훼손하는 심각한 사건이다. 그러므로 계율과 종법을 엄격하게 적용해서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는 종단 문화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출가자는 바라이죄와 승잔죄 등의 계율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성범죄자는 결코 종단 지도자가 될 수 없도록 종법으로 강제해야 한다.

또한 불교시민사회는 피해자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당신과 함께 연대할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피해자가 미투운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미투운동에 동참하는 피해자가 왜 불교계는 나오지 않느냐고 묻기보다는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폭로해도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지, 잘못을 저지른 가해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처벌을 받는지를 물어야 한다.

아울러 개별 불교신자들은 교단 내 성폭력에 대해 자신이 동조자이자 방관자가 아니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혹시 모임에서 성희롱 발언을 못들은 척 한 것은 아닌지, 성추행을 장난이나 놀이로 한 것은 아닌지, 여성 비하 발언을 재미있다며 유포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성평등한 붓다의 가르침을 왜곡해서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비하하거나 성차별적인 발언을 한다면, 그가 누구든지 그 자리에서 즉시 바로 잡아야 한다.

그리고 불교계 성폭력과 관련하여 미투(me too)라고 하고 싶은 그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다. 혼자 고민하지 말라고, 그리고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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