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미나 ‘외로움 총량의 법칙’ 展… 탑골미술관 3월 30일까지

“모두 외로운 존재, 사실 알리고
모두에게 위로 위안 주고 싶어”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색채
복합적 미묘한 색과 은유적 표현

〈무제〉, 130×162 유화, 2018
〈무제〉, 130×162 유화, 2018

 


외로움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어떤 모습일까. 또한 각자가 겪어야 하는 외로움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면, 그런 가정을 설정한 화가는 어떤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서울 탑골미술관(관장 희유)은 3월 2일(금)부터 30일(금)까지 심미나의 개인전 ‘외로움 총량의 법칙’ 전을 연다.
이 전시는 2015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는 탑골미술관 신인작가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차세대 작가를 발굴하고 이들이 생애 첫 개인전을 개최할 수 있도록 하여 도약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된 사업이다.
이번 개인전을 열게 된 심미나 작가는 지난 2017년 신인작가 지원사업에 참여한 신인 작가 중에서 서울노인복지센터를 이용하는 어르신의 투표와 미술계 전문 심사위원의 심사를 통해 선정됐다.
“저는 인간 모두가 외로운 존재라는 사실을 알리고 외로움 속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와 위안을 전하고 싶어서 외로움을 주제로 작업하게 됐습니다.”
넓은 모래사장에 버려진 빨대 하나, 그 위에 고개 숙인 작고 투명한 코끼리. 심미나 작가는 외로움을 그렇게 그리고 있다.
작가는 ‘만약 우리네 삶에서 겪을 외로움이라는 감정의 총량이 정해져있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작품을 시작했다. 작가는 모든 것에 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현재 겪고 있는 외로움을 보다 의연하게 마주할 수 있고, 스스로의 인생을 좀 더 객관화하여 볼 수 있는 담대함을 가질 수 있다고 보았다. 작가의 설정은 그렇게 성립되었고, 그림은 그 설정(작가의 가정)에서 출발한 그림이다.
모두가 외로운 존재이고 모두 같은 양의 외로움을 가지고 있다. 나만 힘들고 괴롭다는 생각이 들 때, 모두가 외로운 존재라는 사실은 외로운 대상에게 작은 위로와 위안이다. 우울이라는 감정이 겉으로 들어나 보이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우울한 감정을 감추고 있는 상태이다. 작가는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색채를 통하여 도달하고자 한 숭고의 이미지를 넓은 색과 면 위에 나타내고 있다. 복합적이고 미묘한 색과 직설적인 표현보다는 은유적인 표현으로 외로움을 그려냈다.
작가는 이번 작업을 “사람이 앉았다가 일어선 자리에서 느껴지는 미지근한 체온과 같은 앵프라맹스(inframince)다”고 말한다.
심미나 작가는 외로운 인간에게 필요한 것으로 ‘앵프라맹스’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생존과 죽음 사이, 윤리와 본능의 사이, 권리와 의무 사이 등 인간은 모든 경계에서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외적인 나와 내적인 나 사이에서 외로움과 우울이 발생하는 것이다.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그 경계에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이 ‘앵프라맹스’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미세하지만 미묘한, 그 미묘함으로 인해 벌어지는 외로움 이후의 스펙트럼이 작가의 시선과 만나고 있다. 외로움이 분명 존재하듯이 ‘앵프라맹스’ 역시 분명 존재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그것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외로움 속의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할 때 그 증명해내기 어려운 앵프라맹스를 가질 수 있다. 심미나 작가의 그림은 그 미세하고 미묘한 세계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 속 나 되어보기’가 진행된다. 심미나 작가의 그림 위에 관람객들이 직접 자신의 모습을 그려 넣으며 완성할 수 있다. 관람객들마다 각지 다르지만 끝이 정해진 우울의 총량이 덧대어 완성되어가는 매일매일의 모습도 색다르게 만나볼 수 있다.
심미나 화가는 2012년 〈다그리고전-라메르갤러리〉, 2014년 〈화이트세일-부평아트센터 갤러리 꽃누리〉, 2017 〈깊고 짙은 마음-고양벨라시티〉전을 열었으며, 2017년 아트경기 선정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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