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식의 불교 속 부자되는법] 능력과 행운 사이
[윤성식의 불교 속 부자되는법] 능력과 행운 사이
  • 윤성식 고려대 교수
  • 승인 2018.03.0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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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돈 벌려면?… 행운, 능력, 근면, 모험 필요

 

내가 젊었을 때 ‘부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요인 중 가장 중요한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누가 했다면 나는 ‘능력’이라고 말했을거다. 지금 누가 나에게 동일한 질문을 한다면 나는 ‘행운’이라고 답하겠다. ‘행운’이라고 말하면 맥빠져 하는 사람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행운이란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돈을 벌기 위해선 과연 행운이 가장 중요할까?

사업·공부 등 행운 따라야
행운의 다른 이름은 인연
능력·노력·결단과 함께
복합적으로 발현되는 현상

어떤 사업가가 자기가 오랜 기간 사업을 하며 느낀 것은 행운이 사업에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다고 고백했다. 능력도 있고 노력도 결코 부족하지 않은 사업가가 돈을 벌지 못하는 이유를 보면 행운이 따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말 알 수 없는 세상이다. 그래서 사람에게는 종교가 필요한지 모른다. 불교가 기복에 흐른다는 비판을 받지만 나는 삶이 힘들고 한 치 앞도 보기 힘든 세상에서 고통에서 허우적 거리는 중생이 복을 비는게 너무 당연하게 느껴졌다. 기복은 어쩌면 행운에 너무 많은 것을 의존해야 하는 삶에서 지푸라기에라도 매달려보는 중생의 심정이 아닐까? 우리는 부처님께 행운을 빌며 스스로 힘을 얻고 위로를 받는지도 모른다.

행운이 중요한게 어디 사업 뿐인가? 나는 평생 학자의 삶을 살았지만 내 인생에서도 행운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공부하겠다는 나를 뒷받침해준 부모에게서 태어난 것도 행운이고 교수라는 직업이 가장 좋았던 시절 교수를 했던 것도 행운이었다. 미국에서 박사를 할 때 좋은 지도교수를 만난 것도 행운이었다. 무엇보다도 공부할 수 있는 두뇌를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것이 행운이다.

노벨상을 받은 학자는 누구나 실력 있는 학자다. 그러나 모든 실력 있는 학자가 노벨상을 받는 것은 아니다. 정말 소수의 학자만이 노벨상을 수상하는 행운을 얻는다. 예술의 세계에서도 우연히 대가의 눈에 띄어 성공 가도를 달리는 예술가가 있다. 정치도 그렇고 사업의 세계는 더욱 그렇다. 최근에 각종 성공에서 언론의 역할이 두드러지면서 언론에 부각되는 학자, 예술가, 정치가는 갑자기 스타가 되기도 한다.

세상은 참으로 알 수 없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계획한대로 된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 대학진학도, 전공선택도, 미국 유학도, 군대 입대도, 배우자의 선택에 이르기까지 원래 의도하고 소망한 대로 일이 진행되지는 않았다. 일이 잘못될 때 불운이었고 일이 잘 될 때는 행운이었다. 나의 능력과 노력은 생각보다 작은 부분을 차지했다. 지금도 남은 생을 살며 내가 과연 계획한대로 살 수 있을까 생각해보지만 자신은 없다. 무엇이 내 앞을 기다리고 있을까? 행운이 있기를 기대할 뿐이다.

불교는 세상을 연기법이라는 시각을 통해 과학적으로 본다. 우리 눈에 행운처럼 보이지만 사실 수많은 요인과 조건이 만나서 임시적 결과를 만들어낼 뿐이다. 우리가 관련되는 모든 요인과 조건을 모르기 때문에 모르는 요인과 조건의 작용을 행운이라고 부를 뿐이다. 알 수 없는 요인과 조건의 작용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지만 우리는 두 가지 방법으로 대응한다. 한 가지 방법은 학문을 통해 알 수 없는 요인과 조건을 알아내려는 시도이고 또 한 가지 방법은 역술을 통해 신비한 세계의 힌트를 찾으려한다.

나는 평생 학문을 해왔지만 자연과학이나 공학과는 달리 사회과학에 대해서는 아주 실망을 했다. 돈에 관한 학문은 경제학, 경영학이며 모두 사회과학이다. 사회과학은 과학의 흉내만 낼 뿐 현상을 설명하지도 못하고 미래를 예측하지도 못한다. 오직 사후에 현상을 합리화하고 미래에 대한 예측은 역술인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미래에 대한 학자의 예측을 조사했더니 역술인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니 사업가가 학자보다 역술인을 찾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어떤 사업가가 중대한 투자를 놓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한다. 그가 학자를 찾아서 현란한 분석 결과를 듣고 할까 말까를 결정하는 것이나 역술인을 찾아가서 할까 말까를 결정하는 것이나 그게 그거다. 어차피 투자가 성공할까 실패할까는 확률이 1/2이니 맞추기 쉽다라는 농담도 있다. 불교는 행운을 어떻게 볼까?

불교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려는 삶의 자세이다. 만약 불교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면 과학적이지도 않고 논리적이지도 않다. 평생 과학적인 논리에 의해 불교교리를 전개해오신 부처님은 부자가 되는데 있어 행운의 중요성을 알고 계셨을까 모르고 계셨을까? 만약 부처님이 행운이라는 중요한 요소를 무시하셨다면 나는 상당히 실망했을 것 같다. 과학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본생경은 “재주가 있는 자라고 할지라도 행운이 없는 자는 재물을 모을 수 없다”라고 설한다. 나는 이 구절을 처음 접하고 무척 기뻤다. 역시 불교는 세상의 법칙을 매우 엄격하게 과학적으로 보고 있구나 라고 느꼈다. 나는 부처님이 '착하게 살면 돈 번다'라고 말씀하셨다면 좋은 말씀이긴 한데 세상의 작동과는 거리가 멀구나 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부처님은 논리의 화신이라고 불리우며 엄격한 과학적 법칙을 사고와 행동의 근본으로 삼으셨다. 얼핏 행운의 중요성을 인정하신 부처님은 비과학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현실의 작동원리를 예리하게 파악하고 계시는 것이다. 따라서 돈을 벌기 위해서 필요한 첫 번째 요인은 행운이다.

누구나 돈을 벌고 싶어한다. 부처님은 과연 돈 버는 방법에 대해서 말씀하셨을까? 아니면 그런 말씀은 하지 않으셨으니 우리가 추측해야만 하는걸까? 부처님은 뜻밖에도 돈 버는 방법에 대해 불교경전의 여러 곳에서 설하셨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둘째 능력이 있어야 한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능력이란 기술과 창의성을 말한다. 중아함경은 “마땅히 먼저 기예를 익히라. 그래야만 재물을 얻으리”라고 설한다. 당시에는 농업사회에서 상공업이 새로 등장하여 신흥 상공업자들이 대거 출현한다. 바라문과 크샤트리아 계급이 아닌 바이사 계급이 주로 상공업자들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사회적 권력까지 행사한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기술이다.

부처님은 상인에 비해서 기술을 가진 사람을 더 높게 평가하셨던 것 같다. 장사를 하면 돈벌기가 가장 쉽다고 표현하신 구절도 있다. 부처님은 기술을 얻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훈련 받는 것을 강조하셨다. 능력은 꼭 기술만을 말하지는 않는다. 능력 중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의사결정 능력이다. 어떤 부자가 돈을 많이 번 비결을 물으니 ‘저는 잘 사고 잘 팔았어요’라고 말했다. 주식도 가장 최저가에 사서 최고가에 팔면 돈을 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이다. 침체기에 사서 호황기에 팔면 된다. 어떻게 하면 의사결정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

중요한 정보와 자료가 충분하면 남보다 의사결정을 잘 할 수 있다. 동일한 정보와 자료 하에서 어떤 사람은 결정을 잘하지만 어떤 사람은 결정을 망친다. 미국에서 학자들이 명상에 의해 정념을 소지한 사람이 의사결정을 더 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정념은 ‘바른 알아차림’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주식 가격이 오를 때 마음이 조급하여 추격 매수하는 마음의 동요를 알아차리면 정념이 있는거다. 주식 가격이 추락할 때 공포에 빠져 싼 값에 주식을 내다파는 마음의 혼란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정념이 없는거다.

어떤 여성 사업가는 1천억원대의 자수성가 부자다. 한국 사회에서 남성도 아닌 여성이 1천억원대의 자수성가를 했다면 대단한 일이다. 나는 어떤 비결이 있었을까 궁금했다. 비결을 물었더니 자기는 중요한 결정을 해야할 때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목욕을 하고 깨끗한 옷을 갈아입고 눈을 감은채 곰곰 생각을 한단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현명하게 판단하려고 노력한다는거다. 그 사업가는 불자는 아니었지만 내 눈에는 명상을 하며 정념을 놓치지 않도록 노력하는 사람으로 보였다. 그녀가 의사결정을 잘하는 것이 결코 이상하지 않았다.

셋째 돈을 벌기 위해서는 근면해야 한다. 잡아함경은 “저 늙은 부부가 젊었을 때 건강한 몸으로 부지런히 재물을 구하였더라면, 슈라바스티 성에서 첫째가는 부자 장자가 되었을 것이요…”라고 설한다. 경전의 곳곳에서 꿀벌이 일하듯이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되지 않을 수 없다는 표현이 있다. 불교는 정진을 강조하는 실천의 종교이다. 수행도 부지런하지 않으면 안되듯이 일도 열심히 해야 돈을 번다.

나는 부모로부터 돈을 물려 받은 부자가 아니라 자수성가한 부자 중에서 게으른 사람을 한 명도 못 봤다. ‘신념의 마력’을 쓴 나폴레온 힐이 부자를 인터뷰해서 모든 부자의 공통 요소로 근면을 강조했다면 책이 거의 팔리지 않았을거다. 근면을 강조하면 다들 맞다고 수긍하면서도 진부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모두 돈을 벌고 싶어하면서도 근면해야 한다고 말하면 ‘그건 나도 알아’라는 식으로 반응한다. 나는 사람이 근면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진정 알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근면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모두 근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 돈을 벌고 싶다면서 근면한 사람은 매우 적다. 그것을 보면 근면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알지 못하고 있는거다.

넷째 돈을 벌려면 모험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에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이 있다. 한국에서도 100만권 이상 팔린 굉장한 베스트 셀러였다. 나도 제목이 관심을 끌기에 빌려서 읽어보았다. 한마디로 봉급쟁이로는 돈 벌기 어려우니 사업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시종 일관 그 논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책으로 돈을 벌다니 다소 황당하기도 했지만 나름 설득력 있는 예시가 많은 탓인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얼마전에 인터넷 기사를 보니 저자가 사업을 하다가 파산을 했다고 한다. 사업은 확실히 위험한 것은 틀림 없다.

부처님은 농업 이외에 상업, 목축, 부동산 임대업, 금융업 등을 하라고 권하셨다. 농업은 안정된 일이지만 나머지 일은 농업보다는 위험부담이 더 크다. 그러나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모험을 해야 한다. 고위험 고수익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라면 모두가 할 것이고 그러면 돈 벌기 어렵다. 위험부담이 있으니 망설이게 되고 소수가 모험을 하며 극소수가 성공하는 것이 사업의 세계이다. 그러나 부처님의 이러한 말씀을 무조건 사업하라는 말로 이해하면 안 된다. 부처님은 경전 곳곳에서 도박의 위험성을 경고하였다. 사업가의 자질을 타고 나고 충분한 자본이 있고 여건이 갖추어져 있다면 모험일 수 있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도박일 수 있다. 부처님이 열심히 돈을 벌라고 했고 돈을 벌려면 모험이 필요하다고 하니 회사에 사표 내고 너도 나도 사업을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각자 자신과 환경을 살펴서 모험을 해야지 도박을 하면 안 된다. 부처님은 돈을 벌려고 마음을 먹는다면 모험을 해야 함을 말씀하고 계신 것일 뿐이다. 돈을 벌기 위한 요인은 이 네 가지에 국한되지 않는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더 많은 요인과 조건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네 가지만 있어도 돈을 벌 확률은 매우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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