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 보살의 제도방편

그 순간 , 그냥 우연의 일치이겠지!’는 의심이 들기도 하였다. 이런 의심은 아침 법문을 들어갔을 때 사라지게 됐다.

그래 두 녀석은 지껄이고 너는 잠이 오든 안 오든?”

네가 그런 생각을 오래 가지고 있었다면 그 생각은 네 몸을 지탱하지 못하게 하였을 것이고 너는 결국 이 도량을 떠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위기의 순간에도 그 마음에 흔들리지 말고 그 생각을 부처님께 바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마치 거울을 내 마음에 대고 비추듯 완벽하게 아는 선지식의 말씀에 흔들리는 마음과 의심하는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어느새 내 마음은 안정을 찾고 새롭게 선지식에 대한 믿음과 공경심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뒤늦게 이때 생긴 선지식에 대한 믿음과 공경심은 나와 같이 의심많고 업장이 두터운 사람을 구제하려는 보살의 원력임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때 선지식께서 언젠가 말씀했던 백은 대사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일본에 백은 대사(1685~1768)라고 생불로 추앙 받는 유명한 분이 계셨다. 도인을 따르는 수많은 신도 분 중 어느 한 신도의 딸이 시집도 가기 전에 아이를 가졌다. 아버지는 노발대발하며 딸을 추궁하였다. “어느 놈의 자식이냐위기에 몰린 딸은 아버지의 급한 성미를 생각하며 아버지가 가장 존경하는 스님의 이름을 거짓으로 둘러댔다. “백은 스님과…….” 아버지는 기가 찼다. 그러나 평소에 존경하는 스승의 아이라니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딸이 아이를 낳자 분기탱천한 마음으로 스님에게 찾아가 아이를 내던지며 이 아이는 스님의 아이니 받아 기르시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스님께서는 아 그런가!”만 하실 뿐 아무 변명이 없었다. 스님은 아무 말 없이 묵묵히 그 아기를 정성껏 키웠다. 이렇게 되니 도인의 꼴이 말이 아니었다. 백은 대사를 존경하던 수많은 신도들은 스님을 파렴치한으로 보게 되면서 스님의 곁을 하나 둘씩 떠나게 되었다. 그러나 백은 대사는 어렵게 탁발하며 아이를 잘 키웠다.

몇 년이 지났다. 하루는 젊은 남녀가 찾아와 엎드려 절하면서 참회의 눈물을 쏟았다. “실은 저희들 사이에서 생긴 아이인데 그 사실이 밝혀지면 아버님 손에 당장 죽음을 면치 못할 것 같아 스님의 아기라고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그때 스님은 아기를 내어주시며 , 그런가!”할 뿐이었다. 더 말씀이 없었다.

처녀의 목숨을 살리려 갖가지의 수모를 다 견딘 백은 대사는 분명 육신보살이었을 것이며 선지식은 역시 나를 제도하기 위해 백은 대사와 같은 보살행을 했을 것이다. 말로만 듣던 보살행, 경전에서만 보던 살신성인의 제도행(濟度行)을 선지식께서는 나로 하여금 불신의 세계에서 믿음의 세계로, 불경(不敬)의 마음에서 공경의 마음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런 선지식의 제도 방편이 없었으면 선지식에 대한 의심을 깨치지 못하고 결국 법당을 떠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 생각하며 공자의 수제자 안회(顔回)와 같이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솟구쳤다.

그 사건 이후 선지식에 대한 공경심은 더욱 커지게 되었고 ! 우리 선생님은 정말 훌륭한 선생님!’하고 종종 체루비읍(涕淚悲泣)하곤 했다. 또 사건이 있은 후 일체유심조의 진리, 유식무경의 진리를 새롭게 알게 됐다. 즉 사람이 잘못했기 때문에 내가 의심하고 불신한 게 아니라 내 안에 불신의 씨가 있어서 사람을 의심하고 불신하게 됐다는 것이다.

마음이 먼저이고 결과가 나중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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