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혼자 공부의 위험성

언제인가 배웠던 주역(周易)의 한 구절, ‘정기위물(精氣爲物) 유혼위변(遊魂爲變)’. , ‘에너지(精氣)는 물질이 되고, 떠돌아다니는 혼의 변화의 근본이 된다라는 구절이 떠올랐다.

주역의 계사(설명문)는 공자님의 말씀이라는데 정기위물(精氣爲物)’. 에너지가 물질이 된다는 말씀을 2500여 년 전 공자님께서 예측하셨다는 것이 아닌가?

선지식에게 물었다. “그런데 어찌하여 밝은 학문을 한 동양사람들은 못 살고 어두운 학문을 하는 서양사람들은 더욱 잘 삽니까?” “오만하면 어두워져 내리막길을 가며, 자신을 낮추고 부지런히 배우는 마음이면 향상 발전하여 오르막 길을 가게 된다. 한국이 지금은 매우 가난하나 장래는 매우 밝다. 지금 우리나라는 자동차 한 대도 만들지 못하지만 머지 않아 한국은 공업 대국이 되어 자동차가 중국으로 쏟아져 들어갈 것이고, 언제인가 우리나라는 세계중심 국가가 되고 말 것이다.”

이런 말씀을 할 당시인 1967, 우리나라는 자동차 한 대도 생산하지 못하는 세계에서 가장 빈한한 나라였다. 질문에 대한 선지식의 대답을 통해 우주의 비밀이 하나하나 벗겨지며 신기한 생각이 들기에 언제인가 읽었던 육조단경의 구절중 궁금한 것을 질문해 보았다.

육조단경에 혜능 대사께서는 수도하는 사람에게 선지식이 꼭 필요하기도 하지만 반드시 선지식이 필요한 것만도 아니다고 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마음을 잘 살펴본다면 자신의 마음속에 선지식이 있어서 저절로 깨우쳐지기 때문이라고 하신 것입니다. 과연 선지식이 없이 혼자 하는 공부도 가능합니까?”

이런 질문을 드린 것은 아마도 가까운 장래에 수도장을 떠나 독립된 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여기서 선지식을 모시고 하는 수도란 것도 용이한 일이 아님은 물론 집에 계신 가족들을 조금만 생각해도 불안하였기 때문이었다.

선지식은 정색을 하시며 혜능 대사는 이미 전생에 큰 깨달음을 얻고 밝아서 온 사람이었다. 전생에 이미 밝음을 체험한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다 알게 된다. 사람들을 태어날 때부터 혜능 대사 같은 사람을 생이지지(生而知之)한 사람이라 한다. 공자님이 생이 지지요 혜능 대사가 생이지지인 것이다. 생이지지한 사람은 태어날때부터 마음 속에 선지식이 있어 저절로 세상의 이치를 터득하는 능력이 있기에 반드시 선지식을 만나지 않는다 하여도 깨칠 수 있느니라. 그런데 네 마음에 과연 선지식이 있느냐?”

여기 까지 말씀을 들으니 얼굴이 붉어져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계속해서 선지식은 네 마음에는 혜능 대사처럼 선지식이 있는 것이 아니라 탐진치가 그득하지 않느냐?”

처음에는 아침 공부시간이 환희심도 나고 보람도 느껴지기도 하였으나 꾸중을 하시거나 자신의 하찮은 모습이 여러 도반들에게 드러날 땐 적지 않게 괴로웠다. 자신의 업장의 표출, 선지식과 함께 하는 검토, 지적 및 꾸중, 퇴타심의 예방에 관련된 법문 말씀 등 아침 법회는 자신의 업보 업장이 태산과 같음을 느끼게 하였으며 그동안 얼마나 무지와 착각 속에서 살아 왔음을 실감나게 하였다. 수지자신죄장 유여산악(須知自身罪障猶如山嶽)! ‘마땅히 자신의 죄업이 산악과 같이 큰 줄로 알 것이다라는 초발심 자경문의 말씀을 인용하시며 우리들의 업장이 얼마나 큰 것을 일깨워주시는 선지식의 말씀은 나와 같은 수도인들에게 또다른 격려였다. 때가 되어서 스승을 떠나 혼자 만행을 하며 배운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이렇게 배고픔, 졸림 역시 공()하여 본래 없음을 알게 되며 사람과 사람사이의 업보 역시 착각이고 본래 없음을 알게 되면서 나의 마음은 한없이 편안해지기 시작하였고, 끊임없이 일어나는 분별을 잠시도 쉬지 못했던 나의 마음에 차츰 평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부처님 전에 복을 짓는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하는 것을 알게 되며 선지식에 대한 무한한 감사의 마음이 들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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