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나토구 네즈미술관 정원에 장식물로 있는 고려시대 석조 부조와 석탑. 누가 보아도 한국 석탑임이 확인된다.

2월 26일부터 3월 1일까지 동북아불교미술연구소 산하 작가 모임 나우회 회원들의 도쿄국립박물관 답사 여행을 동행 취재했다. 이들은 오는 10월 월정사 성보박물관에서 ‘오쿠라 콜렉션과 불교미술’을 주제로 열리는 재현전 준비를 위해서 도쿄국립박물관 동양관 4층 조선미술실의 ‘오쿠라 콜렉션’을 관람했다.

도쿄국립박물관 답사를 마치고 회원들과 찾은 곳은 도쿄 미나토구에 소재한 네즈 미술관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반출 경위를 두고 논란이 있었던 네즈 미술관 소장 운흥사 동종을 실견하고 싶기도 했다. 박물관을 둘러보고 잘 정돈된 정원들 들어서니 당혹감이 우선 들었다. 누가 봐도 한국에서 건너왔을 석탑, 부도, 석등, 석주, 문인석, 석조 동자상들이 정원 장식물로 활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문인석과 석주, 석조 동자상에는 한국에서 건너왔다는 표지가 붙어있었지만, 길켠에 있던 석탑, 부도 등 다수의 한국 불교 성보들은 그런 표지마저 없었다.

찬찬히 한국 추정 성보들을 살펴봤다. 본래 자리에서 뜯어왔기 때문에 제대로 복원될 리가 만무했다. 조합이 맞지 않았고, 접합부 사이가 들뜬 것들이 발견됐다. 또한, 옥개석을 뒤집고, 그 위에 범어가 새겨진 옥신을 놓는 창작성(?)을 발휘한 조형물도 있었다.

앞선 ‘오쿠라 콜렉션’은 해외 반출 문화재의 대명사로, 일제강점기 당시 대구에서 살았던 일본의 실업가 오쿠라 다케노스케가 한반도 등에서 도굴하거나 수집해 간 문화재 1,856점을 통칭한다. 그는 1921년부터 한반도의 문화재를 수집했으며, 전후 이를 일본으로 가져갔다.

네즈 미술관의 설립자 네즈 가이치로우는 정치가 겸 실업가로 도부(東武)철도를 만든 인물이다. 고미술애호가라는 고상한 칭호도 있었던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순천 일대의 철도 부설에도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네즈미술관 찻집 입구에 장식된 동자석상. 네즈박물관 정원 장식물 대부분은 한국의 석조물들이다.

오쿠라와 네즈, 둘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일제강점기, 그리고 부자 실업가다. 오쿠라는 대구에서 전기회사를 운영하며 막대한 부를 쌓았고, 네즈도 철도왕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성공한 사업가였다. 그들에게 문화재 수집은 자신의 부를 과시할 수 있는 행위였을지 모르겠다. 일본 제국주의 신민으로서 특유의 정복욕도 작용했을 것이다.

물론 역사 안에서 서로 공물을 주고 받으며 교류 형태로 넘어간 문화재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 일본 천왕가의 보물창고인 정창원이 대표적인 예이다. 도리어 한일교류사 연구를 위해 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오쿠라와 네즈의 경우에는 다르다. 멀쩡했던 석탑과 석등을 해체하고 무덤의 문인석, 석주를 가져다가 자신의 집 정원 장식물로 사용하는 것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를 정당한 수집 행위라고 봐야 할까. 도쿄 유명 미술관 정원에 덩그러이 서 있는 이름 모를 한국 석탑과 부도가 계속 눈에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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