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양호 35회 초대 개인전 ‘DANSAEKHWA’ 3월 1일~4월 30일, 서울 갤러리 비선재

윤양호 35회 초대 개인전 ‘DANSAEKHWA’
3월 1일~4월 30일, 서울 갤러리 비선재

아는 것을 버리다, 200x250cm, 2017
아는 것을 버리다, 162x130cm, 2017

 

청색 하나로 선(禪)의 세계를 그린 전시회가 열린다. 예술을 깨달음을 향한 구도의 길로 생각하고, 선(禪)의 세계를 현대미술로 표현해 온 윤양호 화가의 35번 째 초대개인전이 3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서울 갤러리 비선재에서 열린다.

“첫째, 수행의 미학이다. 출가자에게 수행이 기본이듯이 나에게도 수행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 수행은 인식의 확장이고, 그 인식을 통하여 자연과 교감하며 영혼과 소통한다.

둘째, 동양과 서양의 구분이 사라진다. 동양과 서양은 서로 다른 사상과 철학, 문화로 인하여 서로 다르다고 인식돼 왔다. …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소통하고자 하였다.

셋째, 교감의 미학이다. 우리는 복잡다단한 현대생활 속에서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하여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다. … 내가 작품을 통하여 보여주고자 하는 핵심은 ‘서로 공감하는 것’이다. 안다고 하는 생각을 놓으면 그 어떠한 경우에도 혼란스럽지 않다. 우리가 혼란스럽고 불안한 것은 너무 많이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공감은 아는 것을 내려놓고 상대를 대하는 것이다.” - 작가의 노트 중에서.

그 동안 단색화로 자신의 미학을 추구해온 윤 화백은 이번 전시에서 대형의 청색 그림들을 선보인다. 윤 화백은 수행의 미학, 동서양의 구분 소멸, 교감의 미학을 통해 미술의 현대적 맥락을 따라왔다. 윤 화백의 이번 작업은 위의 세 가지 요소를 자신만의 ‘청색’으로 발현한 교감의 미학이다.

윤양호가 처음으로 단색에 관심을 가진 때는 1994년으로 흰 광목 천에 검정색 원을 그린 연작을 제작할 때이다. 사진을 통해 본 바로는 벽에 7점(180x180cm)의 같은 크기의 작품이 걸려 있고 바닥의 중앙에 한 점이 놓여 있다. 이것이 윤양호의 최초의 단색화 작품이다.그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다색으로 제작한 경우도 있었으나 전체적으로는 청색 계열의 단색화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윤 화백은 자신이 사용하는 청색에 대한 참조물로 이브 클랭의 작품에 대해 언급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이브 클랭의 청색 작품에 대한 연구를 통해 그가 추구했던 정신이 ‘허(虛ㆍvoid)’에 대한 탐색이었음에 주목했다. 이는 그가 이브 클랭의 발명품인 IKB(안료)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나 그의 정신을 참고하여 ‘빈 것(空)’의 개념을 자신의 선수행과 연결시켜 작품화한 것 등 자신의 작화 행위에 대한 변(辨)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동양과 서양이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 하에 배태된 관념적 구분을 완화시킴으로써 서로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그가 선 수행이 인식의 확장이며 영혼의 소통이라는 믿음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그럴진대 그의 영혼은 IKB 물감의 발명자인 이브 클랭과 소통될 수 있고 그렇게 해서 세상에 공개된 작품은 또 관객과 소통을 이루리라는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이다. 이 교감의 미학은 관객 참여의 강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현대미술의 맥락에서 더욱 타당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윤양호가 이번에 발표하게 될 작품은 대형의 청색 그림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 또한 작품과 관객 간의 교감과 소통, 그리고 나아가서는 치유의 맥락에서 살펴봐야 할 것이다.

한국의 단색화(Dansaekhwa)가 서양 미술사와 다소 겹치는 대목이 있다면 말레비치나 이브 클랭을 비롯한 작가들이 추구한 ‘정신성’이다. 그러나 그것마저 한국의 단색파(Dansaekpa) 작가들이 추구한 것과는 결이 사뭇 다르다. 이브 클랭은 허공을 탐색하기 위해서 몸을 통해 실증적으로 접근하고자 한 반면, 한국의 전기 단색파 작가들은 금욕이라는 유교적 윤리를 바탕으로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수행성을 강조했다.

윤양호가 작품 제작의 배경으로 삼고 있는 것 역시 동양회화적 미학과 수행임은 앞서 말한 바와 같다. 그는 90년대 중반에 이미 이러한 실험을 숱하게 했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사물과 언어에 기반을 둔 개념적 요소는 점차 제거되고 반복적 행위에 의한 정신성이 단색에 스며들게 되었던 것이다.

그가 처음에는 검정색에 집중하다가 뒤로 갈수록 청, 적, 금색 등 제한적인 색에 몰입하게 된 것은 색이 지닌 정신의 환기 기능에 주목하면서부터이다. 특히 다년간 청색에 몰두한 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청색이 지닌 치유의 기능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화집 출판과 동시에 대형작품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될 이번 전시는 작가 개인에게 있어서 국제적 도약을 위한 무대이다. 윤 화백의 지난 28년의 화업을 중간 결산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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