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혜 ‘물은 생명이다’ 展 3월 7~12일 인사아트스페이스

푸른꿈(Blue dream) 103×145㎝ 한지 수묵담채

물과 돌의 작가 한경혜 화가의 아홉 번째 전시회 ‘물은 생명이다’가 3월 7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인사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세찬 파도가 몰아치다가 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바다. 거기에 서식하는 생명체들을 볼 수 있다. 또 물이 밀려들어온다. 〈중략〉 생명체는 계속 이어지고 있고 그곳에는 항상 물이 있었다.” - 작가의 노트에서.

한경혜, 그녀가 바라본 물속은 역시 달랐다. 물과 돌의 작가라는 라벨은 이제 그녀의 작가적 격조를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그가 그린 물속은 눈을 감고 바라봐야 그릴 수 있는 풍경들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그녀가 그린 것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물’과 ‘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은 한경혜 작가가 한국의 바닷가를 찾아다니며 그린 그림들이다. 바닷가에 정박한 그녀의 시선은 누구나 바라보는 수평선이나 위로를 위한 공간들에 홀리지 않았다. 바닷물이 해안에 다가와 멈추는 시점, 그리고 다시 밀려가고 남은 빈자리와 그로 인해 드러나는 바닥, 그리고 그곳에 살고 있는 다양한 생명들이 공존하는 모습에 주목했다. 유심히 섬세하게 바라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풍경들을 그렸다. 작가는 바다에 관한 흔하고 상투적인 이미지를 지우고, 바닥으로 내려간 한경혜의 시선으로 그 안에 머물고 있는 것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미처 알지 못했던 낯선 세계와 만난다. 작가는 그 낯선 세계를 그려나갔다. 그리하여 이번에 선보이는 작가의 그림들은 ‘존재’라는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깊숙한 곳에 있는 것들, 눈만으로는 바라볼 수 없는 것들을 바라보고 그것들을 그려내려고 했다. ‘설명’으로 정리되는 ‘존재’가 아닌 ‘체험’으로 흡수해버린 ‘존재’에 대한 작가의 생각, 느낌이다. 힘겨움을 힘겨움으로 극복하며 어느 누구보다 내면에 집중했고 내면을 체험했던 작가 한경혜. 그래서 그녀의 눈은 내면을 바라보기에 최적화된 것일까. 그녀의 눈은 모든 것들의 내면으로, 내면으로 향한다.

그래서일까. 그림만 보면 사실 무엇을 그렸는지 쉽게 알기는 어렵다. 따라서 보는 이들도 주의 깊게 바라보아야 한다. 분명 실재하는 바다풍경이지만 동시에 기이한 장면이자 낯선 풍경이고 이미지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익숙하고 관습적인 시선에서는 결코 보지 못했던 것들을 선물처럼 받아보게 된다. 서양의 일러스트를 보는 듯한 그녀의 수묵은 삶의 비밀을, 우주의 신비를 어려운 암호로 그리고 있는 듯하다. 형식면에서도 그녀의 그림은 이야기할 것이 많을 듯하다. 조심스러운 먹선 위에 말고 투명한 채색. 한경혜 식으로 형상화한 이미지들은 신비스러움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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