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君同步又同行(여군동보우동행)하며 起坐相將歲月長(기좌상장세월장)이로다.
渴飮飢飡常對面(갈음기손상대면)하니 不須回首更思量(불수회수경사량)이니라.

그대와 함께 걷고 또한 함께 다니며 서고 앉음에 항상하여 오랜 세월 지났네.
목마르면 마시고 주리면 먹으며 항상 서로 대했으니 머리를 돌려 다시 생각하지 말라.

총림대중이 삼동결제를 하고 포단 위에 오뚝이 앉아 잠 못 이루고 정진한 일은 늘 함께하며 범부와 성현에게 본래 구족한 한 물건을 찾고 이를 잘 쓰기 위함입니다.

한 물건을 본 대장부는 일체를 반야의 지혜로 보는 까닭에 보시를 행하면 상에 걸림 없는 법보시와 무애시를 행하게 되고, 계율을 실천하면 무생계(無生戒)를 행하며, 인욕행을 통해 묵은 빚을 모두 갚습니다. 반야지(般若智)를 구족한 수행자의 정진은 시끄럽고 고요함을 가리지 않고 순경과 역경 또한 구별하지 않으며 은애와 원수에 걸리지 않고 일체중생을 구제하는 일로 정진을 삼습니다. 반야행자의 선정은 업화의 불길에도 타지 않으며, 시정의 시끄러움도 피하지 않고, 정처의 고요함도 좋아하지 않으며 일체 삼매 속에 행원을 성숙시켜 나갑니다.

이처럼 바라밀을 실천하려면 늘 함께하는 한 물건을 분명히 보아야 합니다. 너무도 쉽고 재미있고 신나게 실천할 수 있는 최고의 수행은 한 물건을 분명히 보는 일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총림대중이 지난 석 달 동안 화두를 들고 처절하게 정진한 이유는 한 물건을 가리고 있는 구름을 제거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제 대중은 무명의 구름이 흩어지고 한 물건을 분명히 보게 되었으니 반야행자의 원력과 역량으로 산문을 나가야 합니다. 산문 밖에서 만나는 일체 인연은 반야행자의 원력을 세우고 실천하는 수행자로 만들어야 하고, 머무는 곳마다 청정도량이 되게 해야 합니다. 바라보는 모든 이들은 나의 모습을 보고 불법에 대한 신심이 넘치게 하여야 하며, 불법의 광대무변한 가치를 활용하게 해야 합니다. 자! 이제 반야행자의 길을 떠날 때입니다.

出邊沙塞靜(출변사새정)이요 入城聚衆星(입성취중성)이로다.
一片丹心如大海(일편단심여대해)하니 波濤幾見去還來(파도기견거환래)오.

변방에 나아가면 변방이 고요하고 성안에 들어오면 별들이 모여드네.
한 조각 붉은 마음 바다처럼 크니 파도가 출렁임을 몇 번이나 보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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