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이타로 제주불교 이끄는 자비보살들 - “봉사는 번뇌 물리치는 수행”
자리이타로 제주불교 이끄는 자비보살들 - “봉사는 번뇌 물리치는 수행”
  • 이병철 제주불교신문 기자
  • 승인 2018.02.23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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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보현봉사단

나눔장터 등 제주지역 봉사 선봉
태고종 제주교구 종무원 산하
‘자리이타’ 위해 2000년 창단
제주불교대 졸업생 중심

김장담기·경로잔치 대표봉사
목욕·배식봉사 등 다양
경로잔치 〈부모은중경〉 실천
찬 바닥에 자며 육개장 준비
‘제주를 불국정토로’ 원력

자리이타(自利利他), 자신도 이롭고 다른 사람도 이롭게 하는 것. 대승의 보살이 닦는 수행이다. 자리이타를 원만하고 완전하게 수행한 이라면 그를 부처라, 보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이들이 그와 같이 살아갈 때, 그 곳을 불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도를 불국정토로 만들겠다는 원력으로 모인 이들이 있다. 태고종 제주교구 종무원(종무원장ㆍ지원) 산하 봉사신행단체인 태고보현봉사단(단장ㆍ박영순, 이하 봉사단)이다.

제주지역 봉사의 선봉
“소외된 이웃들을 위하영 쓰염쑤다(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쓰입니다). 인형 하나에 100원, 겨울부츠가 1000원, 겨울점퍼가 5000원. 싸우다. 혼저들 왕 구경헙써(빨리 와서 구경하세요).”

봉사단의 단원들 목소리가 매서운 한파를 녹이며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지난 2월 3일, 제주시 야구장 동측 주변에서는 ‘중고물품 무상교환과 나눔장터’가 열렸다. ‘나눔장터’에 나온 물건들은 제주 고유의 이사철인 신구간(1월 25일~2월 1일) 중에 배출된 중고물품을 제주시와 제주시나눔장터위원회가 공동으로 수집한 것들이다. 신구간은 제주의 고유한 풍습으로 제주 사람들은 이 기간에 이사를 하거나 집을 수리해왔다. 타 지방 이주민들이 늘어나면서 신구간의 의미가 예전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 시기에 이사를 하고 집수리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버리는 물건들이 배출되는데, 제주시와 제주시나눔장터위원회가 공동으로 이를 수집하여 필요한 사람들에게 저렴하게 다시 판매하는 것이다. 그리고 100여 명의 최대 회원 수를 자랑하는 봉사단이 그 선봉에 선다.

장이 열리자 의류와 가구, 가전제품 등 중고물품을 구입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일부 물품은 장이 선 지 1시간여 만에 모두 팔려, 일부 시민들이 아쉬워하기도 했다.

이날 봉사단 단원들은 옷을 찾는 어르신에게 알맞은 옷을 찾아드리고, 손님들에게 물건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 등 장터를 찾은 시민들의 눈과 손이 되어 주었다. 단원들의 친절함에 장터는 훈훈했고, 시민들의 돌아가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그리고 이웃을 돕기 위한 모금함에는 시민들의 온정이 담긴 성금이 쌓여갔다.

박영순 단장은 “최근 넘쳐나는 쓰레기로 제주도가 몸살을 앓고 있는데, 이 같은 나눔장터를 통해 재활용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이 변화됐으면 좋겠다”면서 “신구간에 나온 물품을 방치하면 모두가 쓰레기인데 물건도 새롭게 쓸 수 있고 소외된 이웃도 도울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걷힌 수익금은 나눔장터위원회가 결연을 맺고 있는 이웃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봉사는 수행
봉사단은 나눔과 봉사를 통한 자리이타행을 실천하기 위해 지난 2000년 7월 8일 창단됐다. 나눔장터를 비롯해 도내 사찰과 복지시설은 물론 하천 정화활동, 김장김치 나누기, 복지시설 점심공양 등 다양한 영역에서 부처님의 자비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종무원 산하 제주불교대학 졸업생을 중심으로 구성된 봉사단은 정기법회와 수련회, 성지순례 등을 통해 신심을 키우는 한편, 단원 간의 화합과 결속을 다지고 있다.

창단 2년 뒤인 지난 2002년 11월에는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해, 사찰 및 교계 복지시설 봉사에 머무르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가고 있다. 그로 인해 봉사단의 그 명성은 불교계 뿐 아니라 도내 전역에 알려져 있다.

어느덧 봉사단이 창단된 지도 18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단원들의 봉사는 쉼 없이 이어졌다. 매주 월요일 제주도노인복지관 배식봉사, 매주 목요일 제주태고원 목욕봉사, 매달 첫째 주 금요일에는 미타요양원 등을 찾아 시설 환경 정화를 하는 등 봉사단의 자리이타는 쉬지 않고 이어져왔고, 단원들은 봉사를 번뇌를 물리치는 수행으로 삼아왔다.

6개 분과로 나누어 봉사활동을 소화하는 단원들은 “봉사하면 봉사할수록 자신이 더욱 즐겁고 행복해 진다”고 말한다. 그 말속에서 베풂을 통한 자비와 화합의 정신이 묻어난다. 수행으로 마음을 밝히고, 베풂으로 이웃을 도우며, 화합으로 하나 된 봉사단의 지난 18년은 이제 역사가 되어가고 있다.

지난 1월 24일 취임한 박영순 신임 단장은 “땀 흘려 봉사하면 몸이 고되고 힘들 것 같아도 봉사에 참여하는 동안 그 봉사로 다른 사람들이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을 갖게 되는 모습을 보며 더욱 힘이 나고 저 스스로가 행복해 진다”고 말했다.

제주불교대학을 5기로 졸업하고, 2001부터 봉사단에서 활동하며 봉사단의 중심에 서온 박영순 단장은 “6개 분과가 한 달에 한 번씩 정기 법회를 갖고, 다시 봉사현장에서 땀을 흘리며 봉사에 전념하는 동안 더 끈끈한 유대가 이뤄진다”며 “단원들은 봉사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기 때문에 단원들이 잘 해나갈 수 있도록 응원하는 게 단장인 제가 해야 할 일이다”고 취임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박 단장은 신심도 남달라 “불교신행을 통해 가정이 편해지고 마음이 행복해지니 이 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부처님 만난 것이 가장 큰 공덕이다”고 말한다. 그래서 인지 100여명에 이르는 봉사단원 가운데는 박 단장의 자녀가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어 더욱 화제다. 박 단장의 자녀인 안은숙 씨는 제주불교대학 25기(현재 44기 재학 중)로 봉사활동에 참여해왔다. 육아와 직장일로 잠시 쉬었다가 이번에 활동을 재개하는 안은숙 씨는 어머니인 박 단장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2017년 12월 봉사단이 제주 태고원에서 김장담기 행사를 펼치고 있다.

연말의 행복 ‘자비실천 김장김치 담그기’
봉사단을 이끄는 두 개의 수레바퀴는 바로 연말 ‘김장김치 담그기’와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일일찾집을 개최해 그 수익금으로 교계 복지시설을 찾아가는 ‘경로잔치’다.

지난 2002년부터 매년 12월 중순이면, 도내 11곳의 사회복지시설에서는 봉사단이 담근 김장김치를 받고자 찾아온 주민들로 붐빈다. 정다운 인사말을 건네며 봉사단이 전하는 김장김치에 복지시설 관계자들의 마음도 흐뭇해진다.

태고복지재단 산하 제주태고원 앞마당에서 열리는 행사에는 김장김치 2천여 포기를 담가, 소외된 이웃들에게 전달한다. 그 현장은 복지시설 관계자 이외에 이를 격려하기 위해 방문한 도내 대덕 스님들과 신행단체, 불자들로 잔칫집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방문하는 손님들마다 단원들이 금방 버무린 김치를 나누며 훈훈한 시간을 보낸다.

이 같은 축제분위기는 동이 트기 전부터 부지런히 움직인 봉사단 단원들의 수고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16년이란 세월이 증명하듯 김장김치 담그기를 통해 이웃돕기에 나서고 있는 단원들은 이제 김치공장 한 개 쯤은 지을 수 있을 만큼 김치만큼은 베테랑이다.

홍수열 前 단장은 “단원들은 스스로 자신이 어떤 역할을 얼마만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제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안다”면서 “단원들의 정성이 바로 그 맛으로 이어지는 것이다”고 했다.

물끄러미 옆에서 지켜보던 박영순 단장은 “자비실천의 장인 김장김치 담그기는 태고봉사단원들이 만들어가는 축제입니다. 이 축제는 지역사회와 함께하고 있어 이웃의 밝고 맑은 웃음이 피어날 때 봉사단원들은 신이 납니다. 김장김치 담그기 축제에는 많은 개인과 봉사단체들이 참가해 도움을 주시신데, 고맙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김장김치로 더 많은 이웃들에게 맛있는 겨울 밥상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고 말했다.

“신행 통해 가정 평안·행복”
박 단장 모녀 함께 단원
매년 김장 2천 포기 보시
3월, 일일찻집 효 실천 등
“우리는 천수천안의 보살” 서원
108배 등 평소 수행 진력

 

〈부모은중경〉 실천하는 ‘경로잔치’
자식 위해 평생을 바친 어르신들. 여든을 넘긴 나이지만 정신만은 또렷하다. 하지만 생각만큼 움직이지 않는 몸 때문에 전복죽을 얹은 숟가락이 앞치마에 주르륵 흐른다. 이를 본 태고봉사단원이 급히 어르신을 말끔히 닦아 드리고, 뜨거운 죽을 식혀드린다.

20여 년 동안 몸에 배인 자비심이며 이타심이다. 어르신을 향한 정성에 어느새 단원과 어르신은 모녀와 같은 애틋함이 싹튼다. 어르신은 죽 한 그릇을 뚝딱 비워내고 “잘 먹여주난 잘 먹었져(잘 먹여주니 잘 먹었다). 고맙다”고 했다. 뜻하지 않는 말에 단원은 “어르신, 오래 오래 사십서예(사세요)”라고 답한다.

태고봉사단은 3월 일일찻집을 개최, 그 기금을 모아 ‘효실천을 위한 찾아가는 경로잔치’를 개최한다. 도내 태고복지재단 산하 제주태고원과 미타요양원을 찾아, 시설 어르신들에게 공양을 올린다. 태고봉사단원들은 그동안 경로잔치를 교계 복지시설은 물론 지역 경로당 등 어르신들을 한 장소에 초청, 흥겨운 공연으로 어깨춤도 같이 추고, 맛난 점심공양과 푸짐한 선물로 어르신들을 공양해왔다.

홍수열 전 단장은 “하지만 각 읍ㆍ면ㆍ동의 어르신들을 한자리에 모신다는 게 참으로 힘겨웠다”면서 “동사무소 사회복지사들의 협조가 절대적이었는데 사회복지사들이 주말에 경로잔치 장소에 어르신들을 모신다는 것도 난감해 했던 것도 사실이었다”고 그동안의 소회를 밝혔다.

그래서 태고봉사단원들이 직접 교계 복지시설 어르신들을 찾아뵙기로 한 것이다. 홍수열 전 단장은 “어르신들도 즐겁고, 우리도 즐거운 봉사활동이 바로 찾아가는 경로잔치였다”면서 “정기 봉사활동을 펼치는 제주태고원과 미타요양원에서의 경로잔치는 〈부모은중경〉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수행의 장이다”고 말했다.

미타요양원서 어르신 중식 공양 봉사하는 단원들.

조건 없는 베풂을 실천하는 보살들
이처럼 태고봉사단의 단원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조건 없이 베풂을 실천하는 관세음보살들이다. 그 단적인 예로 태고복지재단 산하 제주특별자치도 노인복지관(관장ㆍ휴완)에서 주최하는 ‘제주특별자치도 경로당보치아대회’에서 점심을 공양 올린다. 제주특별자치도 전역에서 모여든 1천여 명의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하기 위해 단원들은 행사장 시멘트 바닥에서 하룻밤 잠을 자야하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

제주전통음식으로 배지근한 맛이 일품인 ‘육개장’을 준비하는 단원들은 3일 전부터 재료를 준비하고 육개장을 내놓아야하기 때문에 행사장인 한라체육관 입구에 천막을 치고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하룻밤을 지새워야 한다.

태고봉사단 단원들의 희생과 봉사가 있었기에 도내 각 지역에서 찾아온 경로당 어르신들이 온기 없는 도시락 대신 정성이 가득 담긴 공양을 드실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제주도노인복지관장 휴완 스님은 단원들 칭찬에 침이 마르지 않는다. 그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을까. 제주도노인복지관의 추천으로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제11회 전국노인자원봉사대축제에서 홍수열 전 단장이 보건복지부 유공자 표창을 수상했다. 홍 전 단장은 “개인 표창이지만 단원들의 노력 덕분에 수상하게 되어 기쁘다”면서 “앞으로도 도내 어르신들이 ‘팔팔구구’하는 그날까지 우리는 천수천안의 관세음보살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수행으로 한 해를 갈무리하는 단원들
김장김치 행사를 갈무리하고 12월 말이면 태고봉사단원들은 지도법사 스님이 주석하는 사찰을 찾아 한 해를 점검하는 수련회를 갖는다. 지도법사 스님은 “봉사단체라고 해서 봉사만 잘한다고 최고가 아니다. 불자라면 봉사에 수행정진이 더해질 때 발전이 있고, 삶에 모진 풍파가 닥치더라도 이겨낼 수 있다”고 단원들에 말한다. 단원들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말이지만 단원들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새로운 마음으로 가슴에 새긴다.

단원들은 108배, 신묘장구대다라니 독송, 관음정근 등을 통해 단원들은 늘 마음에 번뇌가 쌓이지 않는 불자가 될 것을 다짐한다. 그리고 관세음보살을 부르며 천개의 눈과 천개의 손으로 소외된 이웃들을 돌보는 천수천안관세음보살로 화현하겠다고 스스로 서원한다. 이처럼 단원들은 연말의 수련회를 통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좋은 에너지를 만들어내면서 밝은 기운으로 새해를 맞는다.

일찍이 태고봉사단원들은 불보살님의 혜명을 받들어 자비정신으로 이 제주섬을 불국정토로 실현하고자 했다. 아직도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몸과 마음을 기꺼이 바쳐, 희망의 빛이 되어주는 불자들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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