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3월의 크리스마스’ 패럴림픽 페스티벌 명칭 논란

강원도청과 한국관광공사가 개최하는 패럴림픽 페스티벌 '3월의 크리스마스' 한국어 및 중국어 포스터. 중국어 포스터에는 크리스마스를 '성탄광환절'로 표기했다. 예수의 탄생을 환영한다는 뜻이다.

오는 3월 9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패럴림픽 기간에 강원도와 한국관광공사가 개최하는 대규모 축제 명칭을 놓고 불교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강원도와 한국관광공사는 2월 22일 강릉시 씨마크호텔에 마련된 강원미디어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광객들이 패럴림픽을 관람하면서 한류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3월의 크리스마스 페스티벌’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종교·정치색 배제한다면서
축제 명칭에 ‘크리스마스’
道 “겨울축제 대명사” 해명

월정사 등 강원 불교계 반발
조계종도 대응 수위 논의 중
“종교 중립·인권 감수성 결여”

이 행사는 총 4개의 테마로 진행된다. 각 테마는 △장근석, 2018 팬들과의 스페셜 만남(3/10) △Go 평창 2018 with 이동욱(3/13) △K-POP스타와 함께하는 3월의 크리스마스(3/15) △스키코리아×EDM페스티벌(3/11·14·17)로 나뉜다.

종교색은 없다더니…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평창 월정사를 중심으로 한 강원불교계는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그동안 강원도가 올림픽과 패럴림픽 관련 행사에 종교색을 배제한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월정사는 올림픽을 앞두고 종교라는 이유로 강원도 문화행사 사업서 제외되기도 했다. 결국 월정사는 산문폐쇄까지 고심하다 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강원도와 한국관광공사에 대해 월정사 사중의 한 스님은 “평화올림픽이 가장 중요한 주제이기 때문에 종교와 정치색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 강원도였는데 크리스마스는 지나쳐도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고 강력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강원도는 크리스마스가 겨울 축제의 대명사여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겨울의 대명사가 크리스마스여서 사용했을 뿐 종교색과는 전혀 무관하다. 행사에도 기독교와 관련된 것은 없다”면서 “강원도에서는 3월에도 겨울을 만끽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해명했다.

‘예수 탄생 축하’ 표기하고도…
크리스마스의 어원은 그리스도(Christ)와 미사(mass)를 합성한 것이다. 강원도의 페스티벌 중국어 포스터에도 크리스마스를 ‘성탄광환절(聖誕狂歡節)’, 즉 예수의 탄생을 매우 기뻐하는 날로 표기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기독교 사회인 미국 등에서는 크리스마스라는 단어 사용이 조심스러운 추세다. 실제 미국에서는 이슬람이나 제3종교인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크리스마스 대신 ‘해피 홀리데이(Happy Holidays)’를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미국 前대통령 역시 재임기간 ‘해피 홀리데이’를 사용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메리 크리스마스’를 써 소위 ‘크리스마스 인사 전쟁’이 재차 불거지기도 했다. 따라서 지자체에서 크리스마스를 단순히 겨울과 축제만으로 이해하는 것은 종교적 중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류상태 종교자유정책연구원장은 “얼마 전 한국관광공사가 무슬림 관광객과 선수들을 위해 강릉에 무슬림 이동 기도실을 설치하려다 보수 개신교 항의로 무산됐다. 이런 일에서 교훈을 못 얻었다면 공직자들이 반성해야 한다”면서 “논란이 될 수 있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어야 한다. 종교인권 감수성이 떨어지는 것일 수도 있지만 개신교계 압력이나 청탁이 의심된다”고 견해를 밝혔다.

대응 논의 들어간 불교계
현재 패럴림픽 행사와 관련해 월정사와 조계종 총무원은 내용을 공유한 상황이다. 행사 용어가 부적합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으며, 1차적으로 월정사를 중심으로 강원도에 문제제기를 예정이다.

조계종 사회국장 해공 스님은 “겨울과 축제라는 이미지로 크리스마스를 썼을 것이라고 이해는 할 수 있지만 공공기관이었다면 한 번 더 고려했어야 한다. 한국이 기독교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용어를 쓴다면 당연히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야 맞다”며 “월정사의 문제제기에 강원도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총무원도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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