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혜서장/김태완 역주/침묵의 향기 펴냄/2만 4천원

〈대혜서장〉은 간화선의 창시자인 대혜종고 스님이 주로 사대부들과 참선에 관해 주고받은 65편의 편지글을 모은 책으로서 간화선의 교과서이자 탁월한 참선의 지침서다. 대혜 스님은 이 편지글들을 통해 간화선의 본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참선(參禪)이란 어떤 것인지를 보여 주며, 불법을 보는 안목, 방편의 언어와 진실에 관한 안목 역시 보여 준다. 또한 공부인들이 빠지기 쉬운 잘못된 선병(禪病)들과 그릇된 공부 자세를 낱낱이 지적하여 알려 줌으로써 도중에 길을 벗어나 헛되이 세월을 낭비하지 않도록 인도한다.

이 책은 무심선원 김태완 원장이 당송대 백화문 사전을 비롯해 여러 가지 관련 사전을 두루 참고했고, 책에 인용된 수많은 문장들의 원전도 빠짐없이 찾아보고 확인하는 등 최대한 정확하고 엄밀한 번역이 되도록 만전을 기했다. 대혜 스님의 가르침을 바르게 이해하고 선 공부, 간화선 공부에 도움이 되도록 수많은 도움말을 주석으로 덧붙였다.

김태완 원장은 대혜 선사의 어록인 〈대혜보각선사어록〉 전 30권을 완역하였고, 대혜 스님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선과 간화선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설명한 〈간화선 창시자의 선〉을 지은 저자로서 대혜 스님의 가르침을 깊이 이해하는 전문가다.

대혜 스님은 이 책에서 간화선을 하는 올바른 방법에 관해 자세하고 친절히 설명할 뿐만 아니라, 확철대오한 선사로서 불가사의한 진리를 문득 돌아보도록 지도하는 등 불법을 보는 안목을 길러 곧바로 본래면목을 깨닫도록 인도한다. 또한 공부인들이 빠지기 쉬운 잘못된 선병(禪病)들과 그릇된 공부 자세를 낱낱이 지적하여 알려 줌으로써 도중에 길을 벗어나 헛되이 세월을 낭비하지 않도록 돕는다.

〈대혜서장〉이 간화선의 교과서일 뿐 아니라 선(禪) 공부의 필독서인 이유 중 하나는 개개인의 공부 상황에 맞추어 구체적인 안내를 하기 때문이다. 불이법에 철두철미한 선지식(善知識)을 만나지 못한 상태로 공부를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빠지기 쉬운 함정이 수없이 많다. 설령 선지식의 바른 말씀을 듣는다고 해도 공부인이 자기 식으로 그릇되게 이해해 버릴 가능성 역시 매우 높다. 〈대혜서장〉은 그런 경우들에 관해 잘못을 바로잡아 주는 사례들이 풍부하게 실려 있으므로 선(禪) 공부, 마음공부의 필수적인 참고서라 할 만하다.

간화선은 대혜 스님이 조사선을 응용하여 수행의 방편으로 만든 것이다. 간화선이라는 방편은 당시 선지식과 함께 머물면서 공부하기 힘든 처지에 있는 공부인들, 주로 재가자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혼자 공부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조사선과 간화선은 둘 다 분별심이 무너져서 자기도 모르게 불이법에 통하도록 이끄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둘 사이의 차이점이라면, 조사선은 스승이 마음을 곧장 가리키면 제자가 이에 반응하여 견성성불을 하도록 이끄는 공부인 반면, 간화선은 공부하는 사람이 스승 대신 스스로 직접 자기에게 화두를 통해 마음을 가리키도록 하는 방법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대혜 스님이 말하는 간화선은 스승 대신 자신이 직접 화두를 보여 주어 자기를 일깨우고, 자신에게 직접 말해 주어 자기를 일깨우도록 하는 방법인 것이다.

대혜 스님은 하나의 방편으로서 필요에 따라 간화선을 지도했을 뿐, 간화선만을 가르친 것은 물론 아니다. 스님과 함께 머무는 승려들에게는 주로 전통적인 방식을 통해 공부를 지도했으며, 책에 실린 편지글에서도 경우에 따라서는 직지인심, 즉 곧장 마음을 가리켜 준다. 예컨대, “님께서는 스스로 근기가 둔하다고 하시니 한번 이와 같이 돌이켜 보십시오. 둔함을 아는 자도 둔합니까? 만약 이와 같이 돌이켜 보지 아니하고 단지 근기가 둔함에 머물러 다시 번뇌를 일으킨다면, 헛된 환상 위에 다시 환상을 더하는 것이며 헛꽃 위에 또 헛꽃을 더하는 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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