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식 동국대 교수.

3·1절이다. 3·1절은 1919년 3월 1일, 전국 방방곡곡에서 우리 민족이 다 함께 ‘만세’, ‘대한 독립만세’를 목청껏 불렀던 역사를 기리는 날이다. 역사적인 그날, 우리 민족은 남녀노소, 종교, 이념 을 넘어 빼앗긴 나라를 되찾으려는 정신으로 만세를 불렀다. 그리고 민족 독립의 당위성을 발표하였으니, 그것이 바로 3·1독립선언서였다.

3·1운동은 서울에서 시작되어 전국으로 파급되었다. 나아가 중국, 러시아 등의 교포들도 만세를 불렀다. 불교의 스님들도 3·1운동에 동참하였다. 민족대표(33인)로 한용운 스님과 백용성 스님이 활동하였고, 한용운 스님은 독립선언서에 3·1정신인 공약삼장을 추가하였다. 그리고 동국대 전신인 중앙학림 스님들은 탑골공원에서의 만세시위에 참가한 후, 출신 사찰로 가서 만세운동을 파급시켰다. 그 후 일단의 청년 승려들은 상해 임시정부, 만주 독립군에 망명하여 독립운동을 지속했다.

또 사찰의 스님들은 독립운동에 필요한 군자금을 암암리에 지원했다.

올해로 3·1운동이 일어난지 어언 99년이 되었다. 오랜 세월, 각박한 세태, 급격한 서구화로 인해 그동안 3·1정신은 퇴색되었다. 불교의 종단, 사찰, 스님, 단체에서 3·1정신을 찾으려는 움직임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99주년 3·1절을 맞아 몇가지 내용을 제언한다.

첫째, 태극기를 달자. 태극기는 우리 민족과 나라를 상징하는 국기이다. 우리의 역사, 정체성이 태극기에 담겨 있다. 민족과 나라를 위해 희생한 애국지사들의 정신이 태극기에 담겨 있다. 각 가정에 달아야 하겠지만 스님들과 불자들은 사찰에도 태극기를 달아야 한다.

둘째, 3·1운동 100년 기념 사업을 준비하자. 내년은 3·1운동의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천도교, 기독교는 3·1운동 100주년 행사를 5년 전부터 준비했다. 다양한 행사, 자료집 발간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불교에서는 그런 준비 작업이 매우 부진하다. 다행히 조계종단 사회연구소에서 준비를 하고, 최근 일부 성과물이 나왔다. 불교의 저력에 걸맞는 준비를 하자.

셋째, 호국불교와 민족불교를 다시 보자. 한국불교의 정체성은 호국불교, 민족불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외적의 침략으로 나라가 위태로운 지경에서는 스님들이 나섰다. 이는 불교 실천 차원에서, 그리고 공동체(국가) 및 구성원(중생, 대중)을 구제(보호, 수호)하려는 정신에서 나왔다. 그래서 우리는 서산대사, 사명당을 구국의 영웅으로 자랑스럽게 기억한다.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겼을 때에도 한용운, 백용성, 김법린, 백성욱, 최범술 등 많은 스님들이 독립운동 대열에 참가했다. 호국불교의 부정성(권력과 결합)으로 인해 비판을 가한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호국불교와 민족불교의 진정성을 보고 재평가를 하자.

3·1정신을 찾지 않으면 불교는 종교라는 울타리에 갖힌다. 그래서 3·1정신을 다시 찾아 민족과 나라를 끌어안고 보다 넓은 광장으로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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