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숫타니파타〉

〈소부(小部)〉는 〈쿳다까니까야〉로 모두 15경으로 이루어 졌다. 보통 한역대장경으로 번역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담마빠다〉는 〈법구경〉, 〈자따까〉는 〈생경〉, 〈이티붓타카〉은 〈본사경〉으로 〈숫타니파타〉는 〈의족경〉으로 이미 번역되어 있다. 그 중 부처님의 설법 중에서 가장 오래된 가르침이며 5장 70경. 1,149의 시(詩)로 이루어진 〈숫타니파타〉는 그 중 최고의 경전이다. 중생의 아픔을 꼭 집어 맺혀있던 번뇌의 마음을 시원하게 풀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종교를 초월해 가장 많이 읽히는 〈숫타니파타〉는 부처님이 깨달음을 이루기까지 겪은 구도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자에겐 어두운 밤길에 함께하는 등불과 같은 지혜의 경전이다.

 

큰 소리에도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물에 젖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친구나 주위사람들을 너무 좋아하여 마음이 얽히게 되면 자신이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없다. 친함에는 이런 부작용이 있다는 것을 관찰하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우리는 〈숫타니파타〉는 몰라도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라’는 말은 기억한다. 불필요한 인간관계는 오히려 관계를 악화시킨다는 것처럼 들리지만 수행자들에겐 출가목적을 항상 생각하고, 집착하는 삶과의 이별을 고하는 가르침이다.

그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경은 〈나룻배〉다. 사리불과 목건련은 당대 최고의 젊은 바라문들이었다. 둘은 어려서부터 친했고 앞으로 언제까지나 함께 수행하며 좋은 스승을 만나게 되면 서로에게 연락해서 함께 공부하기로 약속했다. 어느 날, 탁발나간 거리에서 우연히 부처님의 제자 앗싸지(Assaji)를 만났는데 그 모습에서 청정한 기운이 감도는 것을 보고 당신 스승의 가르침은 무엇이냐고 묻는다.

“모든 것은 인연 따라 일어나고 인연 따라 사라진다. 이것이 위대한 사문의 가르침이다.”

그 순간 사리불은 앗싸지의 법을 듣고 청정한 눈을 얻었다. 드디어 사리불은 목건련과 함께 부처님의 제자가 된다. 사리불이 앗싸지가 곁에 없던 어느 날 문득 좌선하다 전생에 두 사람의 스승과 제자였음을 알아 차렸다.

너무도 감동하여 벌떡 일어나 사방에 절을 하였다. 이 모습을 본 수행자들은 사리불이 예전에 바라문이었으니 여기 저기 절하는 버릇을 놓지 못했다고 수근 거렸다. 때마침 부처님이 그 곁을 지나가다 보시고는 사리불은 방위를 숭배해서 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승에 대한 예경으로 하는 것이라며 이 가르침을 설했다.

진리를 알고 있는 사람은 당연히 존경받아야 한다. 배움이 깊은 그런 사람을 진심으로 존경하라. 그러면 그는 너에게 마음을 다하여 길을 가르쳐 보여 줄 것이다. 생각이 깊은 사람은 그 가르침을 열심히 들어서 그것을 하나하나 실천에 옮긴다.

이런 사람은 가까이 하게 되면 너 역시 그 사람과 같은 경지에 이를 것이다. 진리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선지식의 말조차 듣지 않는다면 스스로도 모르고 의심의 장벽을 넘어가지도 못한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남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저 일등 항해사가 아주 튼튼한 배를 타고 많은 사람을 강 건너 저 언덕으로 건네주듯이 진리를 통달한 사람은 진리의 길을 가고자 하는 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제자들아. 지혜롭고 배움이 깊은 선지식을 가까이 하라. 사리를 잘 판단하고 착실히 살아가는 사람은 진리를 깊이 통찰하여 마침내 저 행복의 문에 이르게 되리라.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