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블록체인이 밝히는 미래사회

블록체인 개념도(https://en.wikipedia.org/wiki/Blockchain#/media/File:Blockchain.svg)

블록체인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일반인의 관점에서 서술하고자 한다.

블록체인은 말 그대로 블록을 체인으로 연결한 구조를 말한다. 생성되는 정보, 예를 들면 거래 내역이 각 블록에 저장되고 각각의 블록이 서로 체인으로 연결되어 블록체인 또는 디지털 거래장부를 구성한다. 한번 생성된 블록은 변경 또는 삭제될 수 없고, 새 거래내역 또는 블록은 네트워크 참여자의 다수결 동의에 의해 인증되며, 블록체인이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되면서 이 새 블록이 기존 블록체인에 연결되어 추가된다. 결국 블록체인 즉 디지털 공공 거래장부는 과거부터 이루어진 모든 인증된 거래 내역을 모두 그리고 어떠한 결함도 없이 포함하고 있다.

초연결·지능, 특수권력에 좌우 위험 있어
탈중앙, 상호신뢰의 기술이 기반돼야
암호 화폐 주기논란에 가려진 효용성 살펴야


단순한 예를 가지고 특징을 중심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블록체인은 분산저장된 데이터베이스 또는 디지털 공공장부이다. 예를 들어 모든 거래내역을 담은 엑셀 스프레드시트를 수만 개 컴퓨터로 구성된 네트워크에 하나씩 저장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이 스프레드시트가 정기적으로 업데이트 되는 것을, 즉 새로운 거래(블록)를 기존 디지털 장부(블록체인)에 정기적으로 연결하여 추가하는 것을 가정해보자. 블록체인에 저장된 정보가 한 장소에만 저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개를 통한 보안이 가능하며 네트워크 사용자에 의한 거래입증이 용이하다. 거래 정보를 하나의 중앙 컴퓨터 서버에서 보관하고 통제하는 통상적인 방식과 달리 네트워크에 분산 저장하기 때문에 투명하다. 또한 해킹이 불가능한 등 보안성이 확보된다. 수만 대의 컴퓨터에 분산 저장된 정보를 짧은 시간 내에 위·변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둘째, 블록체인은 중개기관 또는 신탁 받은 중앙 당국(국가, 공증기관) 없이, 암호를 사용하여 모든 거래를 인증하는 기술이다. 따라서 거래 비용과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모든 사용자에게 투명하며 중앙 당국에 의한 부정도 예방할 수 있다. A가 B에게 10만원을 이체하는 통상적인 은행거래를 상상해보자. A가 X은행 계좌를 통해 B의 Y은행 계좌로 10만원을 이체할 것을 요청하면, X은행의 중앙컴퓨터 서버는 우선 A의 계좌를 동결하여 다른 출금을 정지시킨 후 10만원을 인출하여 B의 Y은행 계좌로 10만원을 송금한다. Y은행 중앙컴퓨터 서버는 이 10만원 입금 사실을 확인하고 C의 계좌에 송금한 후 이 거래를 기록한다. 이 사실을 통보받은 X은행은 A의 계좌에 이체 결과를 기록하고 동결된 A의 계좌를 다시 활성화한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상에서의 A에서의 B로의 이체는 중앙 매개기관 없이 개인간(peer to peer: P2P) 직접 거래로 이루어지고, 과반수 이상 제3자에 의한 확인 후 분산저장된 데이터베이스(디지털 장부)를 업데이트 하는 방식으로 거래 인증이 완료된다. 네트워크 사용자 모두는 공개키 암호화 방식을 사용하여 공개키(public key)와 개인키(private key)로 구성된 한 쌍의 키를 생성할 수 있다. A는 B로의 10만원 이체를 자신만이 알고 있는 개인키로 서명한 후 B의 공개키 주소로 보내면(이체신청), 이 거래가 네트워크 상에 바로 공개된다. 제3자는 A의 공개키(일종의 일회용 계좌번호)를 이용해 그 서명이 이 공개키의 짝에 해당하는 개인키로 서명한 것인지를 그리고 기존 공공장부 상에 기록된 A의 과거 모든 거래내역의 검토를 통해 인출 잔고가 충분한지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과반수 이상의 제3자가 A, B간의 거래 사실을 인증하면, 이 승인된 새로운 거래 내용(블록)을 기존 블록체인(디지털 장부)에 연결한 새 블록체인이 만들어지며 분산된 수만 개 컴퓨터 모두에서 업데이트된다. B는 이제 이체된 10만원의 소유권을 갖게 된다.

블록체인 기술은 디지털 정보를 암호화하여 (복사 불가능한 형태로) 분산 저장하는 기술로, 중개인 없이 신뢰할 수 있는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하고 계약서 및 문서의 무결성을 보장받을 수 있어 이미 활용도가 증가하고 있는 안전한 기술이다. 처음에는 비트코인 기반기술로 고안되었지만 새로운 형태의 인터넷으로 그리고 4차산업 혁명시대 보안과 신뢰를 확보하는 핵심 인프라로 발전할 것이다. 향후 모든 거래 및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활용되면서 인간의 생활 및 제도를 크게 변화시킬 잠재력이 있는 기술이다.

블록체인을 왜 새로운 형태의 인터넷이라 하는가? TCP/IP(Transmission control protocol/internet protocol)라는 인터넷 네트워킹 기술이 90년대 중반 관련 인프라 구축과 맞물리면서 사람 간의 연결 및 소통에 혁신적인 변화(예를 들면 이메일을 통한 메시지 교환)가 있었다. 그러나 아마존, 구글, 알리바바 등 거대 플랫폼 기업에 의해 정보와 거래 기록이 집중되면서, 신뢰도가 증가하는 한편 이들 기업의 영향력 또한 증가하는 한계가 발생하였다. 1기 인터넷이 사람 간의 연결 및 소통 비용을 최소화했다면, 블록체인은 시장에서의 경제적 거래비용을 보다 혁신적으로 낮추면서 시장거래의 개념 및 제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네크워크 참여자가 함께 정보와 거래기록을 관리하고 인증하는 탈 중앙·분산 구조이기 때문에 영향력이 소수에 집중하는 문제점 또한 개선할 수 있다.

처음에 비트코인의 기반기술로 이후 각종 암호화폐 등 금융 분야에서 활용되기 시작한 블록체인 기술이 이제 스마트 계약, 크라우드 펀딩, 사물인터넷(IoT), 투표, 공급사슬 추적(예를 들면 농·축산물 유통 이력 추적, 이동 물류의 위치 추적), 공유경제, 지식재산권 보호(디지털 콘텐츠 시장), 전자시민증, 부동산 등기, 공문서 관리 등에 활용되고 있다. 앞으로 각종 공증, 의료, 행정 및 공공서비스 부문 등 전 영역으로 확산되면서 인간의 일상생활 전반이 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면 왜 블록체인 기술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기술일까? 초 연결, 지능화 및 자율성 시스템 운영을 중앙 통제하는 당국, 권력 및 엘리트 집단이 이 엄청난 영향력을 일부 그룹의 이익을 위해, 실수로 또는 고의로 잘못 운영할 가능성을 상상해보라. 따라서 초연결과 자율화가 심화될수록 참여자 또는 행위 주체 간의 신뢰에 대한 요구가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으며, 바로 투명성, 탈 중앙·분산 구조의 의사결정 체계와 보안성 확보를 특징으로 하는 블록체인 기술이 이 위협요인을 완화 또는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더욱이 참여자 또는 행위 주체가 상대방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서 모든 거래 및 기록의 신뢰를 확보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대단히 혁신적이다.

이창수 경희대 교수.

우리나라의 경우 블록체인에 대한 논의가 이 기술이 현실경제와 만나는 암호 화폐 거래시장에서의 투기와 해킹 문제에 가려져 본질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블록체인 기술이 아직 발전 초기단계에 있어 시스템의 확장성 및 안정성이 아직은 불완전하다, 이를 보완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인프라 및 제도 구축에 노력해야 할 시점인 것으로 판단된다. 블록체인 기술은 향후 정치, 경제 영역은 물론이고 각종 조직 및 일상생활을 변화시킬 것이다.

과거에는 모든 정보와 의사결정이 중앙에 집중되는 형태로 시스템 안정성을 이루었지만, 새로운 시대에는 이 모든 것이 일반인(네트워크 참여자)에 투명하게 분산되는 형태로 시스템 안정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일반인(네트워크 참여자), 특히 이 중에서도 새로운 블록을 인증하고 기존 블록체인에 연결하는 소위 ‘채굴자(miner)’가 이 새로운 시스템의 주체로 부상할 것이며 불자들은 이에 주목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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