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수상] 겨울 이겨낸 새싹들을 기다리며
[신년 수상] 겨울 이겨낸 새싹들을 기다리며
  • 문윤정 작가
  • 승인 2018.02.09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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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보다 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한파경보, 한파특보가 발효하는 날이 많았다. 한파와 동반한 폭설은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하기도 하지만 온 세상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추위가 주춤한 날, 산책을 나섰다. 눈 덮인 호숫가를 걸었다. 두텁게 얼어붙은 호수 위로 켜켜이 쌓인 눈에 마음을 주었다. 연지(蓮池)도 꽁꽁 얼어붙었다. 동안거에 든 수련을 보면 지난날의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었다. 두터운 얼음이 풀리면 수련도 기지개를 켤까. 이런 의문이 슬며시 올라온다.

하얀 눈밭 위에 의연하게 서 있는 소나무의 푸른빛이 더욱 빛을 발한다. 하얀 수피의 자작나무에게서는 고결함이 느껴진다. 매서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굳건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소나무와 자작나무가 돋보인다. 우리에겐 나무들이 의연하고 고결하게 보이지만, 그들 나름대로 겨울을 견딘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눈밭에서 숨죽이고 있는 연약한 들풀들의 안위(安位)가 궁금하다. 한파와 폭설을 어떻게 이겨낼까. 꽃들에겐 고통과 고난의 시간이리라. 꽃들은 알고 있다. 겨울이 오래도록 계속될 것 같지만 기어코 봄은 오고야 만다는 것을. 꽃들의 이름을 호명해본다. 노란 꽃을 피우는 복수초, 주황색 꽃을 피우는 원추리, 자줏빛 꽃을 피워 올리는 맥문동, 보랏빛 꽃을 피우는 쑥부쟁이 등. 호명하는 내 마음에도 환한 등불이 켜지는 것 같다. 꽃을 피우는 환희의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고난을 견디는 꽃들에게 희망을 배운다.

문윤정 작가.

오늘은 나무와 꽃들에게 인내와 강인함을 배운다. 방거사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도 제자리를 찾아 떨어진다고 했다. 제자리를 찾아 떨어지는 눈처럼 나무와 꽃들에게도 자신의 본분이 있다. 본분을 지키면서 봄을 기다리는 것이 자신을 다독이는 일임을 자연은 알고 있다.

곧 설날이다. 설날 아침엔 온 가족이 모여 떡국을 먹고 덕담을 주고받는다. 희망의 메시지가 담긴 덕담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취업으로 애를 태우고 있는 조카에게, 높은 인건비 때문에 가게운영이 어렵다는 동생에게 인내의 미덕을 전할 것이다.

나무의 의연함을 배우자고, 꽃들의 강인함을 배우자고 말하고 싶다. 오늘을 잘 견디면 내일을 견딜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자신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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