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타행자의 염불수행 이야기/본연 지음/담앤북스 펴냄/1만 5천원

바른 수행에 대한 글도 수행자도 많지만, 생계를 꾸려가며 가족을 돌봐야 하는 평범한 재가불자들이 따르기 쉬운 길은 찾기 쉽지 않다. 수행법 가운데 가장 쉽다고 불리는 것이 염불수행이지만, 자신이 바르게 하는지 확신을 갖기 어렵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정진하려고 해도 길이 환하게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이 길이 맞는 것인지?, 무엇이 잘못 되지는 않았는지?” 등등 의심스럽고 걱정될 때도 있다. “재미있고 즐거운 일도 많은데 이 따분한 수행을 왜 해야 하는지?” 보다 근원적인 회의가 들 때도 있다. 부처님 가르침의 진실함을 믿고 따르며 수행하는 이들도 가끔 흔들릴 때가 있다.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옆에서 손을 잡아주며 힘을 돋워줄 도반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도 <아함경>에서 이르시길, “좋은 도반은 수행의 절반이 아니고 수행의 전부”라고 하셨다.

청화 스님 제자인 저자, 제주 도량서 정진 중
“좋은 도반은 수행의 절반이 아닌 전부다”
재가불자라면 궁금해할 것들 진솔히 소개

염불선으로 근현대에 그 이름이 가장 드높은 청화 스님(1924~2003)의 상좌이자 출가할 때부터 염불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는 본연 스님이 친근하고 따뜻한 음성으로 우리 곁에서 그 길을 일러준다. 스님은 제주시 항파두리 근처에 작은 수행도량을 세우고 수행하고 울력하며, 나날의 소회를 진솔하게 적어 우리에게 전한다. 멀리서 소식을 전하지만 누구보다 솔직하고 따뜻한 마음이 담긴 글은 앞서 길을 걸어간 도반이 내밀어주는 따뜻한 손길과 같다.

홀로 법당서 기도하고, 홀로 텃밭서 울력하고, 손수 공양을 지어 홀로 수저를 들지만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염불 올릴 수 있음에 환희하고 믹스커피 한 잔, 라면 한 그릇에 행복을 느끼는 청빈한 스님이 틈틈이 떠오르는 생각과 일상을 기록했다. 무엇이 진리이며, 무엇이 바른 염불수행인지?, 또한 수행이 익었음은 무엇을 보면 알 수 있는지? 참 행복은 무엇이며 우리가 진정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왜 지금 당장 수행해야 하고 나중으로 미뤄서는 안 되는지? 업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업장이 소멸되는지? 천도재는 왜 올려야 하는지? 일상에 바쁜 재가자는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 등등 재가불자라면 누구나 궁금해 할 것들을 누구보다 진솔하게 그리고 차근차근 이야기한다.

지금 일구는 무주선원서 올린 천일기도만 헤아려 보아도 이미 네 차례이다. 염불수행 이력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스님은 말한다. 진리는 단순하면서 평범하다고, 염불수행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또한 불교학 박사가 되려면 팔만대장경을 모두 읽고 분석해야 하지만, 마음을 닦으며 수행하면 ‘정성(精誠)’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자신의 근기에 맞는 수행을 선택했으면 그 수행을 ‘정성스럽게’ 이어나가라고 한다. 우리가 염려할 것은 도중에 포기하거나 나태해지는 일뿐이니 조바심 내지 말고 그저 ‘정성스럽게’ 수행을 이어나가면 된다며 우리를 토닥인다.

화려한 논리나 복잡한 이론보다 빛나며 강한 것은 바로 자신의 삶을 통해 증명한 실천이다. 스님은 우리 삶에서 깨우친 것을 전하며 말한다. “열심히 기도하고 수행해온 것은 지난 과거에 쌓은 업장을 녹이고, 다음 생에도 수행할 수 있는 터전이 된다” “인과가 없다고 생각하지 마라, 인과보다 더 정확한 것은 없다” “이름 없는 고혼에게 올리는 작은 천도재조차 공덕이 되니 작은 일에서도 보리심을 잃지 말라” “하루 일과 속 앉고 서고 행하는 모든 일에 정성이 깃들게 하면 미물조차 감동시킬 수 있으며 깨달음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다” “진리는 생각이나 말 속에 있지 않고 몸에 있다. 실천하지 않는 것은 참 진리가 아니다” 등등.

올곧고 청빈한 스님의 진심이 담긴 글은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힘이 솟는다. 책 곳곳에 은사인 청화 큰스님과의 일화와 월인 노스님 등 여러 스님들의 수행담을 전하며 뒤로 물러서지 말고 열심히 수행할 것을 권한다. 조바심 내지 않고 포기하지 않으며 염불 한 번이라도 정성스럽게 지어가는 것, 그리고 보리심을 키우고 늘 보시를 실천하며 삼독심을 버리는 것. 스님이 전하는 올바른 수행의 길(道)이다.

저자 본연 스님은?

본연은 전남 곡성 태안사로 출가했을 때 평생을 하루같이 용맹정진하다 열반한 청화 큰스님(1923-2003)께서 스승과 제자 간의 인연을 맺으면서 내려주신 법명이다. 미타행자는 염불 수행하는 사제를 격려키 위해 사형스님이 지어준 별호(別號)이다. 승보종찰 송광사 강원서 4년간 경전 공부하고 비구계를 수지한 뒤 기도처와 선원을 오가며 정진하던 중, 큰스님의 은혜를 갚는 마음으로 2003년 서귀포 성산 자성원 주지를 자청해 4년간 기도하며 차 밭과 텃밭을 가꾸고 살면서 제주도와 인연이 시작됐다. 주지 소임을 놓은 뒤 다시 선원과 기도처를 찾아다니며 수행했으며, 2012년부터는 제주시 항파두리 근처 자그마한 수행도량 무주선원(無住禪苑)을 열어 수행과 울력으로 극락도량을 일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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