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선을 넘어선 동국대 청소노동자들

최근 본지가 입수한 영상 자료를 캡쳐한 사진. 동국대 본관서 시위 중인 청소노동자들은 2월 4일 오전 11시 인권활동가로 잘 알려진 A목사를 초청해 주일 예배를 진행했다.

최근 동국대는 청소노동자 감축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동국대는 정년퇴직한 청소노동자 8명의 충원 대신 근로장학생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청소노동자들이 분노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청소노동자들은 1월 29일부터 동국대 본관을 점거하고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1월 30일에는 이에 연대한 단체와 동국대 학생들이 파업 지지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동국대는 청소노동자 감축은 “최저임금에 따른 고육지책”이라고 강변한다. 10년 동안 등록금은 동결되고 입학금도 폐지된 상황에서 인건비 상승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재정적 어려움의 책임을 하부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청소노동자들의 주장과 비판도 일견 타당하다.

4일 본관 3층서 목사 초청 주일예배
최소한 존중 없는 조롱·무시 행위
사노위·재학생도 “이해할 수 없어”


어느 한쪽의 희생을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대화로 협의·조율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화’를 위해서는 ‘상호 존중’이 필요하다. 존중을 위해서는 서로 넘어서는 안되는 선이 있다.

하지만, 현재 동국대 본관서 시위 중인 청소노동자들은 그 선을 넘었다. 최근 본지가 입수한 영상 자료에 따르면 청소노동자들은 2월 4일 오전 11시 본관 3층에서 인권활동가로 잘 알려진 A목사를 초청해 주일 예배를 진행했다. 약 15초 가량의 영상에 따르면 20~30명의 청소노동자들은 부흥회에서 만날 수 있는 목사의 제스처와 설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A목사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예배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A목사는 “청소노동자 중 개신교인들의 주일 예배 요청이 있었고 이에 응했다”고 밝혔다.

‘불교종립대학 본관에서 예배를 보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요청이 있으면 개신교 종립대학에서도 스님이 법회나 강연을 진행하지 않는가. 어려운 사람들의 요청에 응한 일”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불교 등 다른 종교들은 존중해야 한다는 게 평소 지론”이라며 “이번 예배로 불교를 폄훼하려는 생각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A목사의 해명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개신교 종립대학에서 스님을 초청해서 법회·강연을 여는 경우도 많지 않거니와, 어디까지나 해당 학교의 동의를 얻고 이뤄지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어느 종교 사학에서 중심 건물인 본관을 다른 종교의 예배나 법회를 볼 수 있도록 내줬다는 소식은 들어본 바도 없다.

청소노동자들의 동국대 본관 예배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에서도 호응받지 못했다. 사회노동위 관계자는 “불교도 파업 사업장에서 법회를 열지만, 되도록 건물 밖에서 봉행한다”면서 “일반 사업장은 종교와 크게 상관없음에도 최대한 조심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학생들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동국대 재학생은 “지금 시위는 청소노동자들의 고용 관련 문제로 이뤄졌는데 왜 목사를 초청해 예배를 했는지 모르겠다. 공식적이지 않고, 떳떳하지 못한 예배 행위는 시위의 논점을 흐리는 일”이라며 “불교종립학교에서 목사를 불러 예배하는 것은 최소한의 존중마저 없는 행위”라고 성토했다.

자신의 주장이 존중받기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다. 불교종립학교 동국대 본관에 목사를 불러 예배를 진행하는 것이 학교를 조롱하고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행위임을 학내 구성원인 청소노동자들이 모를 리가 없다. 그렇게 상대방을 조롱하고 상처를 주는 것이 좋은 시위 방법인가. 그렇게라도 목적을 이루는 것을 진정한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상대방을 욕하고 비방하면 그 허물은 도리어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이 같은 금언(金言)이 청소노동자와 예배를 주재한 목사가 읽은 성경에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있다면 곱씹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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