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지루가참과 대승삼매선법(염불선)

3. 지루가참과 대승삼매선법(염불선)
(염불삼매는 대소승 모두 수행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수행법이다)

염불로 삼매수행하는 ‘염불선’
지루가참, 대승경전류 번역
<반주삼매경> <수능엄삼매경> 등
염불선 정착 촉진제 기여
<반주삼매경>은 연기성공사상
삼매제불현공은 실유(實有) 아님

“일심염불하면 불국토에 왕생”
혜원, 정토염불 수행법 창시

염불선은 염불로서 삼매(三昧ㆍ선정)를 수행하는 초기 선법 가운데 하나이다. 후한 말엽 월지국 사문 지루가참이 번역한 <반주삼매경(般舟三昧經)>은 ‘불립삼매(佛立三昧)’라고 칭하기도 하는데, 반주삼매의 염불선법을 수행하면 능히 시방제불이 면전에 나타나고, 깊은 삼매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즉 앉지도 눕지도 않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혹은 7일 내지 90일 동안 아미타불을 지속적으로 염하면 아미타불을 친견할 수 있다고 한다.

한말위초(漢末魏初) 중국에 불교가 점점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안세고(安世高)계통은 소승선법을, 지루가참(支婁(屢)迦讖)은 대승불교 반야계통을 번역하였다. 지루가참은 안세고보다 조금 늦게 중국에 왔다. 그는 반야 계통의 대승경전류인 <도행반야바라밀경(道行般若波羅蜜經)>을 역출했고, 이 외도 <반주삼매경> 및 <수능엄삼매경(首楞嚴三昧經)>을 번역하였다. 이 가운데서 <반주삼매경>은 현존하지만, <수능엄삼매경>은 이미 유실됐다. 다만 현존하는 <수능엄삼매경>은 구마라즙이 번역한 이본이다. 위의 세 가지 경전은 모두 대승반야 연기성공사상을 바탕으로 구성된 대승삼매선법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때문에 그는 반야계통의 경전을 번역함과 동시에 또한 대승선법을 소개하기도 한 인물로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오랫동안 중국에 영향을 준 것은 ‘반주삼매(般舟三昧)’와 ‘수능엄삼매(首楞嚴三昧)’이다. 이 선법은 안세고 계통에서 선양한 선법과는 매우 다른 양상의 선법이다.

대승불교는 소승불교를 바탕으로 해서 발전해 온 것이 사실이며, 따라서 대승선의 내용 중에는 소승선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소승불교보다 더욱더 풍부한 내용을 가지게 되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루가참이 번역한 <반야도행경>, <반주삼매경>, <수능엄삼매경> 등은 대승경전에 속하는 경전들로서, 공성이론과 삼매 실천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으므로 대승삼매선법이 중국에서 뿌리를 내리는 데 있어 촉진제 역할을 하며 중대한 작용을 했다. 반야공의 뜻과 위진 시대의 현학 간에 유사점이 존재했던 관계로 당시의 서역승들이 부단히 중국에 와서 불교전파 및 불교경전을 번역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었다. 즉 지겸, 구마라즙 등이 중국에 이르러서 다량의 대승경전을 역출하면서부터 대승삼매선법이 또한 중국 전역에 널리 유행하게 되었다.

그림. 강병호

이른바 삼매는 ‘선정(禪定)’의 이명이다. <대지도론>에서 말하기를 “일체의 선정을, 또한 정(定)이라고 하고, 또한 삼매라고 한다.”라고 했다. ‘반주삼매’는 의역하면 ‘불전현정(佛現前定)’이라고 한다. 즉 온 마음을 집중해서 염불을 하면 부처님께서 염불하는 자의 전면에 출현한다는 것으로, 일종 선정 상태를 말한다. <반주삼매경>을 보면 “오직 한곳에서, 지금 바로 서방아미타불을 염하면, 들은 바 당념(當念ㆍ바로 당하에 염하다)을 따라서 이천만억불찰에 갈수 있으며, 그 나라의 이름이 수마제(須摩提ㆍ극락세계의 이명)이다.” 또 “일심으로 이를 염하되, 일일일야(一日一夜), 혹은 칠일칠야(七日七夜), 칠일(七日)일 경과한 후에 이것을 본다(나타난다)”고 했다. 여기서 ‘이것을 본다’라는 것은 곧 극락세계 및 아미타불을 말한다. 즉 앞에서 말한 ‘불현정정(佛現前定)’의 상태를 가리킨다. 그러나 <반주삼매경>의 기본 사상은 연기성공(緣起性空)이기 때문에 제불현전은 실유(實有)가 아니라고 한다. 이 점에 대해서 <수능엄삼매경>의 해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일체제법은 모두 공해서 환과 같다. 화합되어서 존재하는 것이며, 짓는 자도 없고, 모두 기억속의 분별로 일으키는 것이며, 주재하는 자도 없고, 뜻에 따라 나타난다”고 했다. 즉 성공환유(性空幻有)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 ‘수능엄삼매’를 의역하면 ‘건행정(健行定)’, ‘건상정(健相定)’ 혹은 ‘일체사경정(一切事竟定)’이다. 이러한 선정은 다만 더욱더 빠르게 성불을 가속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대승삼매에서 하는 염불은 석가모니부처님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시방제불은 모두 대승염불삼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다만 모든 경전에서 많이 설하는 것은 역시 극락세계의 아미타불이 중요한 대상이 된다. 대승삼매는 또 세 가지의 삼매로 나누어지는데, 곧 실상염불(實相念佛), 유심염불(唯心念佛)과 타력염불(他力念佛) 등이다. 이 세 가지는 후래의 각종 대승삼매의 염불법문이 되기 때문에 각각 편중된 부분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도 <아미타경> <기신론> 등은 ‘타력염불’을 주장하는데, 즉 일심으로 염불함으로 인해서 타방정토인 불국토에 왕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미타경>에서 설하기를 “아미타불의 설법을 듣고, 아미타불 명호를 부르데 혹은 일일 혹은 이일…, 내지 칠일을 하되, 마음이 산란하지 않으며, 그 사람이 임종을 할 때, 아미타불 및 모든 불보살들이 그 앞에 나타난다. 또 사람이 임종할 때 마음이 전도되지 않으며, 곧 아미타불극락정토에 왕생한다”고 했다.

<기신론>에서도 “오직 염불한 인연으로서, 원하는 바를 따라서 서방불토에 나며, 영원히 악도를 여의고 항상 부처님을 친견하고…, 만약에 사람이 오로지 서방극락세계 아미타불을 염하면…, 곧 왕생을 얻으며, 항상 부처님이 나타나는 고로 마침내 퇴전이 없다. 만약에 저 진여법신을 관하고, 항상 부지런히 수행하면 마침내 왕생을 하고, 바른 삼매에 주한다”고도 했다. <화엄경>과 <반주삼매경>에서는 ‘유심염불’을 주장했다. <화엄경>에서 말하기를 “내가 만약에 안락세계 아미타불을 친견하고자 한다면, 그 뜻에 따라 나타난다…, 일체제불과 나의 마음이 모두 꿈과 같음을 알고, 일체불이 마치 영상과 같고, 자심이 물과 같음을 알고, 일체불소에 있는 색상(色相) 내지 자심이 모두 다 환과 같음을 알고, 일체불과 자기의 마음이 모두 메아리와 같음을 알아서, 내가 이와 같이 알고, 제불은 모두 자심으로 인해서 나타난다”고 했다. <반주삼매경>에서도 “자념불은 온 곳이 없으며, 나도 또한 이르는 곳도 없다. 자염욕처(自念欲處), 색처(色處), 무색처(無色處) 등 이 삼처는 모두 뜻(意)의 작용일 일 뿐이다. 내가 염한 것이 곧 나타난다. 마음으로 불(佛)을 지으면 마음에 스스로 나타난다. 심은 불심(佛心)이며, 불심은 아신(我身)이다”고 했다. <반야경> 계통에서는 ‘실상염불’을 주장한다. <소품반야바라밀경(小品般若波羅蜜經)>에서 말하기를 “만약에 분별이 없으면, 이 사람은 곧 제법실상으로서 여래를 관한다”고 했다.

중국에서 최초로 타력염불을 제창한 인물은 동진 시기의 혜원(慧遠) 선사(334-416)이다. 그는 일찍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염불결사를 하기도 했다. <염불삼매보왕론(念佛三昧寶王論)>에서 보면 “모든 삼매는 그 이름이 매우 많다. 공은 높지만 들어가기 쉬운데, 염불이 우선이 된다”고 했다. 당시 고승 도안의 명성은 매우 높았다. 혜원 선사는 도안에게 귀의하였다. 그는 도안을 참배하고 나서 도안이야말로 진정한 자기의 스승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 후 도안이 <반야경>을 강의하는 것을 듣고, 활연개오 감탄하면서 말하기를 “유교, 도교, 법가, 묵가, 명(名), 잡(雜), 농(農), 종횡(縱橫), 음양(陰陽)등 구류(九流)의 학문이 있지만, 모두 쌀겨만도 못하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그 후 혜원은 도안을 따라서 경전을 배우고 수행을 하면서, 정토염불 수행법을 창시하는 중국불교사에서 업적을 남겼다. 그 뿐만 아니라 이외도 혜원은 <사문불경왕자론(沙門不敬王者論)> 및 역사적으로 유명한 백련사 염불결사 등을 했다.

선종에서, 선정에 들고 깨달음을 얻는 것이 쉽지 않음을 시사하기 위해서 최상 근기와 상근기 내지 하근기를 말하는데, 이것 역시 선정에 드는 것도, 깨달음에 이르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점을 부각시킨 관점 중의 하나라고 하겠다. 한편 중국 선종에서 근기법을 선종의 우위를 나타내기 위한 강력한 무기로 사용하기도 했다. 동시에 선종은 이것을 근거로 해서 기타 종파 내지 선법을 하열시하는 태도를 취해왔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염불삼매에 들어가는 것도 그리 쉬운 것이 아니듯이, 선종의 조사선에서 주장하는 돈오법을 증득하기도 또한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염불삼매를 논해 본다면, 염불삼매에 들어가는 것도 그리 쉬운 것은 아닐 것이다. 일반적으로 염불선 수행은 마치 근기가 하열한 사람만이 행하는 수행법인양 인식되고 있지만(물론 지금은 약간의 관점이 수정되기는 하였지만), 사실 선정에 든다는 측면에서 볼 때, 선종의 수행법이나 염불수행법 모두가 그리 녹녹한 수행법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때문에 다만 목적지는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는 방법 수단 등에 대한 차이점은 인정되지만, 삼매를 닦는데 있어서 근본적인 차이점이 존재하는 것 같지는 않다. 때문에 염불선이 하근기가 하는 수행법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고 편견이라고 사료된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