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인터넷 서점 Amazon서 순위권… <초기불교입문〉 영문번역자를 만나다

E-mail 특별 인터뷰  재미교포 낸시 어코드

‘아마존’에서 초기불교 오디오북부문 1위를 유지 중인 <초기불교입문〉영문판.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각묵 스님의 <초기불교입문〉의 오디오북이 영어로 번역돼 구랍 28일 미국 현지에서 출판됐다. 출판 즉시 세계 최초·최대규모의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 입점했으며, 1월 18일부터 이 오디오책은 아마존의 ‘상좌부 불교(Theravada Buddhism)’ 부문 인기 1위를 유지 중이다. 낸시 어코드(Nancy Acord, 한국이름 손동란)는 <초기불교입문〉을 영문번역했다. 낸시 어코드는 자신이 평생 불자로만 살아왔다고 한다. 본지는 낸시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그녀의 불교 여정과 미국 현지의 불교계 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Q 한국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6년에 미국으로 이민을 간 재미교포다. 대부분의 한국계 이민자들은 원활한 미국생활을 위해 커뮤니티가 더욱 활성화 된 기독교를 택한다. 어떻게 불교를 선택할 수 있었나?

A 대부분 이민자들은 기독교를 택하기에 미국에서 언제나 나 홀로 불자였다. 불교는 나의 모태신앙이다. 어린 시절, 집안에서 서울 아차산의 영화사를 지어 근처 전답까지 모두 포함해 스님들께 보시했다고 들었다. 사촌들도 절을 보시하기도 하는 등 집안이 불교에 푹 빠져 있었다. 나 역시 자연스럽게 어려서 할머니 따라 절에 다니고, 고등학교 때는 조계사 고등학생 불교모임에 참석하곤 했다.

Q 미국서 불교공부는 어떻게 지속했고, 어떻게 <초기불교입문〉을 번역했나?

A 40여 년 미국에 살면서, 한국서 하던 불교 공부를 혼자 지속했다. 그리고 2004년에는 일을 그만두고 초기불교를 접하게 됐다. 그리고 2007년, 50살이 돼 초기불교가 내 길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이때부터 초기불교 경전을 읽고, 법문도 들었다. 이렇게 초기불교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갖고 있던 중 각묵 스님과 인연이 닿았다. 그리고 2015년 9월부터 각묵 스님의 <초기불교입문〉을 영문으로 번역하게 됐다. 현재는 세계 170국에서 영문판 전자책으로 출판됐다.

'아마존'에서 초기불교 오디오북부문 1위를 유지중인 <초기불교입문>. 사진제공=낸시어코드

한국말 서툴러도 불교는 잘 알아…
불교는 모태신앙, 조계사서 공부도
미국서도 쉼 없이 불교공부 정진해

초기불교 기본에 둔 응용불교는
현재 미국서 굳건히 자리잡아…
서양에 맞지 않는 체계는 없애고
부처님의 가르침만 미국에 정착

Q 미국서 현재 성행하는 불교의 종류와 그 인구는 얼마나 되는가?

A 미국에는 여러 종류의 불교가 들어와 있겠지만 특히 초기불교, 티베트불교, 북방불교(대승불교) 등이 성행중이다. 미국의 불자는 동양계 이민자 중심의 이민불교와 미국 엘리트 중심의 엘리트불교로 구분된다.

미국서 불자의 수를 정확히 헤아리기는 힘들다. 종교로 불교를 따르는 사람의 숫자는 많지 않지만, 불교 책을 읽고 명상하고 불법(佛法)강의를 듣는 사람의 숫자는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서점에서는 불교서적이 잘 팔리고, 명상센터·요가센터는 미국인으로 붐빈다. 미국에서 제일 잘 알려진 요가관련 월간지인 ‘요가저널’은 3천6백만 명이 주기적으로 요가와 명상을 한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이는 미국 인구의 11%에 해당한다. 또한 미국 국민이 요가와 명상에 쓰는 비용은 2016년 기준, 1년에 160억달러(한화 약 18조원)라고 발표했다.

Q 초기불교는 미국에 어떻게 전래되기 시작했나?

A 초기불교는 미국에 1800년대 말 쯤 소개됐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고, 미국인들이 직접 동남아시아와 스리랑카에 가서 초기불교 교학과 수행을 배우고 돌아와 초기불교를 펼치면서 점점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이들 중에는 동남아시아나 스리랑카서 실제로 출가를 경험하신 분들도 있다. 이 분들이 미국 초기불교의 선구자라고 생각한다.

이 분들이 불교를 미국으로 가져오면서 현지 정서에 맞는 합리적, 논리적, 상업적 방법을 선택했다. 이들은 ‘현생의 행복’에 중점을 뒀다. 부처님은 현생의 행복이 계와 보시, 그리고 자신에 어울리는 일을 열심히 하면 이룰 수 있다고 하셨다. 대부분 기독교와 친숙한 미국인들은 십계명이나 보시, 봉사에는 이미 적응돼 있었다. 그래서 여기에 ‘마음챙김 수행’을 더한 것이다.

Q 현재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마음챙김’이 초기불교에서 유래했다는 것인가?

A 그렇다. 미국사회에 굳건하게 자리잡은 마음챙김 명상·요가 등의 응용불교는 초기불교에 기본을 두고 있다. 초기불교를 전파하던 사람들이 처음 불교를 전파할 때, 남방불교를 아시아에서 있는 그대로 미국으로 가져오지 않았다.

미국에 어울리지 않는 종교체계, 전통, 풍습 등은 전부 빼고 부처님의 가르침만 미국에 정착시켰다. 종교라기보다는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되는 가르침으로. 이런 관점에서 마음챙김은 쉽게 가르칠 수 있고, 빠르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어서 상업화가 가능했다. 이렇게 마음챙김이 상업화 됐고, 누군가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프로그램을 팔아 더 빠르게 퍼져나갈 수 있었다.

사실 응용불교를 이해하는데 초기불교를 빼고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마음챙김 명상이 초기불교 수행법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서 초기불교는 현대인에게 ‘답’을 줄 수 있는 가르침으로 존경받는 추세다.

 

<초기불교입문>을 영문판으로 번역한 낸시 어코드.

Q 앞으로 미국에서 불교의 발전 가능성과 방향성에 대해 예상한다면?

A 오늘날 마음 챙김 명상을 가까이하며 자라는 어린이들이 성인이 되면 자연스럽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구하고 거기서 답을 찾게 될 것이다. 초등학교부터 불교 수행의 기본이 갖춰진 국민들이 많아질 것이고 미래에 불교를 진화시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아무 때나, 무료로 편하게 잠시 수행하고 초기경전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져야 한다. 그런 공간이 동네마다 생기면 스님과 재가 지도법사들이 가르칠 곳이 많이 생길 것이다. 많은 불자들이 함께 초기불교의 선구자가 돼 행복을 찾고 주위에도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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