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 만나고 헤어지던
석등의 불로 저녁을 나던
아득한 천 년 사라지던

그렇게 기억할 수 없는 시간들이 있었다고
눈은 내린다

눈 내린 석등에 불빛 채우고
나도 밤새 석등이 되었던
기억 어딘가에 두고 온 그런 날이
이 두 손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싶어
조용히 두 손 모아본다

서쪽서 범종소리 들려오고
새들도 무릎으로 나는 저녁
오늘이 또 천 년처럼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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