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문 팀장, 1월 12일 목간학회서 발표

천자문이 새겨져 있는 영국사지 출토 석편(사진 왼쪽)과 석편의 탁본(사진 오른쪽). 천자문 석편은 10세기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도봉서원 터 하층에서 확인된 영국사지서 출토된 석편 중 하나가 고려 초기에 만들어진 ‘천자문(千字文)’으로 확인됐다. 이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천자문’ 석편이다.

박찬문 불교문화재연구소 유적연구실 팀장은 1월 12일 한국목간학회 정기 발표회에서 발표한 ‘서울 도봉서원 하층 영국사지 출토 금석문 소개’에서 “2012년 출토된 석편 중 하나가 국내 최초이자 최고(最古) 천자문 석편”이라고 밝혔다. 석편 검증에는 송광사 성보박물관장 고경 스님과 이완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참여했다.

혜거국사비와 서체 같아
10세기 경 조성 추정돼
고려 사찰 한문교육 활용
묘법연화경 석경도 확인


‘천자문 석편’에는 천자문 총 250구 가운데 163구인 ‘치본어농(治本於農, 다스림은 농사로 근본을 삼는다)’의 ‘치본’, 165구인 ‘숙재남무(?載南畝, 남쪽 이랑에 나가 일을 한다)’의 ‘숙재’, 167구인 ‘세숙공신(稅熟貢新, 익은 곡식에 구실을 매기고 햇것을 공물로 바친다)’의 ‘세숙’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박 팀장은 “영국사 혜거국사비편이 10세기에 조성됐다. 확인된 비편들의 서체들도 혜거국사비편과 유사하다”면서 “고려시대 초기인 10세기에 조성됐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학회 발표 당시 시기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돼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의견서를 제출한 이완우 교수도 “천자문 석편의 석질은 다른 석경과 비편과 같다”며 “이는 고려시대 사찰에서 한문교육을 위해 천자문을 석각했음 보여주는 매우 희귀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박 팀장은 다른 석편 3점은 <묘법연화경>을 새긴 국내 최초 고려시대 석경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1점은 변상도 일부로 연꽃잎 무늬가 새겨져 있다.

이에 대해 이완우 교수는 “이들 석경은 서풍과 각법으로 볼 때 통일신라 때 조성된 구례 화엄사의 <화엄석경>, 경주 창림사지의 <법화석경>, 남산 칠불암의 <금강석경>의 전통을 계승한 고려시대 최초의 석경”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 도봉서원은 1573년 조광조(1482~1519)를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가 1871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폐쇄됐다. 그동안 발굴조사에서 도봉서원이 고려 때 영국사 터에 세워진 것을 확인했으며, 고려시대 등 불교 문화재 100여점이 출토됐다. 현재 도봉서원 복원사업은 중단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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